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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18> 앵글과 잉글 : 잡종의 힘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3-06-12 19:26:01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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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 전 세계에 3000여 민족이 있다는데…. 현대 문화와 문명에 가장 막대한 영향을 미친 민족은? 단도직입적으로 앵글족이라고 답할 만하다. 그 근거는 가히 차고 넘친다.

혼혈잡종 앵글로색슨족 피가 흐를 잉글랜드 뮤지션
우선 앵글족은 누구일까? 앵글(angle)은 각이나 기울기다. 덴마크가 속한 윌란반도에서 각이 기울어진 땅에 살던 변방 종족이다. 앵글족은 칼을 잘 쓰던 색슨족과 함께 5~6세기 때 영국 땅으로 이주했다. 앵글족과 함께 색슨족+유트족을 앵글로색슨족이라 한다. 이들이 영국 땅으로 들어갈 때 원주민은 켈트족이었다. 갈리아족으로도 불리던 켈트족은 기원전 6세기부터 영국 땅으로 이주했다. 켈트족은 BC 43년부터 400년 가까이 로마인의 지배를 받았다. 켈트족 전에 영국 땅 원주민은 이베리아 사람들이었다.

8세기 때부터 북유럽인들이 쳐들어왔다. 앵글로색슨인 피에 바이킹 피가 또 섞인 것이다. 1066년엔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에 살던 노르만족이 잉글랜드의 왕이 되었다. 프랑스인의 피가 섞인 노르만 피가 또 진하게 섞인 것이다. 결국 영국인 피는 이베리아인 피+켈트족 피+로마인 피+앵글로색슨족 피+바이킹 피+프랑스인 피+노르만 피로 이루어졌다. 순혈 아닌 혼혈로 이루어진 영국인이다. 그 다양한 피들을 동화시키며 대표하는 종족은 앵글로색슨족이다.

생태계에서 순혈보다 혼혈이 강하다더니 순종 아닌 잡종인 앵글로색슨족은 현대인에게 그야말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①오늘날의 민주주의는 앵글족의 나라인 잉글랜드에서 발원했다. 1215년 대헌장→1628년 권리청원→1649년 청교도혁명→1688년 명예혁명→1689년 권리장전 등을 통해서다. ②민주주의 근간인 신사(gentry) 계층, 의회나 양당제 등은 잉글랜드에서 시작되었다. ③근대과학 혁명은 영국인 뉴턴(Isaac Newton 1643~1727)이 완성했다. ④제2의 물결인 산업혁명은 1760년 무렵 영국에서 발원했다. ⑤자본주의 바이블인 ‘국부론’은 스코틀랜드 출신 영국인 스미스(Adam Smith 1723~1790)에 의해 쓰여졌다. ⑥공산주의 바이블인 ‘자본론’은 마르크스(Karl Marx 1818~1883)의 망명지인 영국 땅에서 쓰여졌다. ⑦현대미술의 단초인 인상주의는 영국인 터너(William Turner 1775~1851)에 의해 맨 처음 시도되었다. ⑧인류 역사 최대제국은 대영제국이었다. ⑨제2차 산업혁명인 전기 문명은 영국인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 법칙에 따라 작동되고 있다. ⑩인터넷 정보화 사회를 실현하는 WWW는 영국인 버너스-리(Tim Berners-Lee 1955~)가 만들었다. ⑪고전음악 시기엔 영국인이 두각을 못냈지만 대중음악 시기엔 1964년 비틀스의 브리티시 인베이전 이후 영국 뮤지션들은 록과 팝 뮤직의 주류다. ⑫앵글족의 잉글리시는 세계공용어라 할 만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다. 이 12개 근거들 만으로도 잉글랜드의 앵글족 영향력은 세계 1위라 할 만하다. 과연 그 비결은 무얼까? 세계 최다 잡종 민족인 앵글족의 힘이라 할 만하다. 순혈 단일민족이라면 이루기 힘든 혼혈 잡종 민족의 남다른 색다른 기운 덕분 아닐까? Not be purebred But be hybr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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