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자, 성범죄 의혹 적극 제기
- 檢, 재조사 후 항소 공소장 변경
- 구호조치 없이 떠나 범행 은폐
- 法, 가해자 심신미약 주장 일축
일명 ‘서면 돌려차기’ 사건과 관련해 재판부가 1심 판결을 깨고 이례적으로 중형을 선고한 결정적인 이유는 가해자의 폭행 동기가 성범죄를 위한 것임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살인이나 강간의 의도가 없었다는 가해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쟁점이 됐던 폭행 동기에 대해서도 “피해자를 실신시켜 강간 범행을 용이하게 실행하기 위함”이라고 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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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서면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 재판이 끝난 뒤 피해자의 변호사가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
12일 국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서면 돌려차기 사건이 불거진 것은 지난해 5월 22일이다. A 씨는 당시 서면에서 귀가하던 여성 B 씨를 쫓아가 무차별 폭행해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12년을 선고받은 A 씨는 살인 의도가 없었고 심신미약 상태였기에 양형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B 씨 머리 부위에 강력한 폭행을 가해 다량의 피를 흘리는 것을 보고도 A 씨가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떠났고, 검색 사이트에 ‘서면 살인 사건’ 등을 검색했기에 피해자가 사망했을 수 있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범행을 은폐하려는 치밀한 모습과 수사기관에서 사건 경위를 상세히 진술한 점 등을 들어 A 씨의 심신미약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검찰은 항소 과정에서 B 씨가 성범죄 가능성을 주장해 증거를 재조사했다. 이후 A 씨가 성범죄를 목적으로 B 씨에게 접근, 폭행했다가 미수에 그친 뒤 도망간 것이라며 ‘강간 등 살인 미수’죄를 주위적 공소 사실로 변경했다. 그러면서 당시 B 씨가 입고 있던 청바지의 구조상 저절로 바지가 내려갈 수 없는 점과 청바지 안감에서 A 씨의 DNA가 나온 것을 증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이들 증거를 모두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CCTV 사각지대로 가기 전에는 청바지를 제대로 착용하고 있었으나 신고자에 의해 발견될 때는 바지가 내려가 있었다”면서 “피고인이 건물을 빠져나간 시점에 경찰 신고 등이 접수된 것을 보면 현장 이탈 직후 피해자가 발견됐다고 봐야 하므로 제3자가 옷을 벗겼다고 볼 수 있는 정황도 없다”고 밝혔다. 또한 피해자가 미행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과 누구도 성범죄의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한 시점에 A 씨가 ‘강간’이라는 단어를 검색한 점 등으로 미뤄 강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폭행을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가 범행을 인정하거나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양형 사유에 대해 “피해자가 욕하는 환청을 들었다거나 여성인지 몰랐다는 등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내세우고, 불리한 사실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반성이나 사죄 없이 보복을 다짐하는 피고인에 대해 피해자는 강력한 처벌을 지속적으로 탄원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수 범죄로 11년 넘게 복역하고도 최종 출소 이후 3개월 만에 또 범행을 저질러 법을 준수하려는 기본적인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피해자 측은 형량에 아쉬움을 표했다. B 씨는 “20년이면 A 씨는 고작 50대다. 대놓고 보복하겠다는데 안 지켜주면 어떻게 살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B 씨 법률 대리인 남언호 변호사는 “진실이 밝혀진 것에 대해서는 감사를 표한다. 검찰이 상고를 고려할 것으로 믿는다”며 “피의자 신상공개 기준이 모호해 이에 대한 법 개정 요구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고검은 “상고 여부에 대해서는 추후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