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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현장’ 콜센터 취업기 <하> 빚 권하는 사회 비판하면서…‘카드 돌려막기’ 권유 회의감

  • 정지윤 기자 stopx@kookje.co.kr
  •  |   입력 : 2023-06-05 20:06:08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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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부터 10개월 동안 콜센터에서 일한 김명신(29) 활동가의 취업기 2탄을 평어(예의 있는 반말)로 이어갑니다.

- 카드사 취업 청년활동가 명신 씨
- 실적 압박 정신적 스트레스 극심
- 회사 들어서면 심장 쿵 내려앉아

- 채무로 힘겨운 고객 마주하면서
- 무책임한 사회구조에 한숨 나와
- 자신도 모르게 실적 경쟁 ‘혼돈’

- 노동자 권리 보장 중요성 깨달아
- 콜센터 직원 공동체 만드는게 꿈
부산시가 2007년부터 청년 일자리 사업으로 콘택트센터(콜센터) 유치에 사활을 걸면서 비수도권 1위 콜센터 도시가 됐지만, 감정노동자의 권익보호 방안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부산지역 한 콜센터 모습. 국제신문DB
■“회사 엘리베이터 타면 심장이 쿵”

난 낮에는 콜센터 상담 노동자, 밤에는 청년 진보 운동을 해. 내가 다녔던 회사는 꼭대기층이라 엘리베이터를 한참 타야 하는 데 회사를 3개월 정도 다니니까 엘리베이터만 타면 심장이 푹 꺼지는 느낌이 들더라. 일할 때도 심장이 뚝 떨어지는 증상이 1시간에 한 번 5분 정도 생겼어. 아직 20대인데 이래도 되는지 걱정이 많았어. 심장도 이상하고 생리불순에 이명까지 이렇게 아픈 건 살면서 처음이야.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장난 아니야. “왜 이것도 모르냐” “말귀를 못 알아듣겠다”면서 윽박지르는 팀장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스스로가 무능하고 하찮게 느껴져 견디기 힘들었어. 정말 싫은 건 1시간마다 콜 성과 순으로 줄 세워서 알림판에 띄우고, 하위권은 이름 불러서 닥달 하는 거야. 팀 순위가 잘 안 나오면 다 내 잘못인 거야. 그래서 한 사람 몫을 제대로 하는 상담사가 되고 싶어서 노력했어. 다들 그렇게 일하잖아. 오전 8시40분 출근인데 30분 먼저 오고, 점심도 빵으로 때우면서 공부했어. 근데 제대로 된 교육이나 훈련 없이 투입되니까 혼자 공부하기에 한계가 있었어. 거대한 벽이 놓인 것처럼 늘 답답하더라.

■ 낮엔 실적 경쟁, 밤엔 진보 운동

결국 지난 1월에 A 카드사를 때려 치우고 3월부터 B 카드사에 재취업했어. 위탁업체인 A 사랑 다르게 본사 직원이 관리자고 상담사가 파견오는 구조인데, 관리자 폭언이나 고객 욕설 빈도는 예전 회사보다 덜해.

그런데, 청년 진보 운동가인 ‘본캐’와 콜센터 노동자인 ‘부캐’의 괴리감이 심해지니까 예전 회사보다 더 괴롭더라. 밤에는 동료 활동가랑 모여서 돈 갚을 능력도 검증하지 않고 너무 쉽게 신용카드를 만들어줘서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무책임한 사회 구조를 비판하는데, 낮에는 콜센터에서 카드 빚 내라고 연체 안내하고 리볼빙 신청 권유하니까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리볼빙이나 이벤트 참여 권유해서 실적으로 잡히면, 순간 기쁘다가도 그런 내 모습이 싫어서 회의감이 들어. 빚 못 갚는 사람들이랑 전화하면서 나도 모르게 ‘연체금 10만 원 낼 능력도 없으면서 카드는 뭐하러 만들었나. 시간만 버렸네’라고 생각 들어서 흠칫 놀란 적도 있어.

■다시 청년 진보 운동으로 돌아갈래

더 늦기 전에 내 자리로 돌아가기로 마음 먹었어. 곧 회사를 관두고 다시 상근 활동가로 일하려고. 돌이켜 보면, 일하기 전에는 임금 인상이나 휴식할 권리 등 노동 의제를 피부에 와닿게 느끼지는 않았는데 직접 일해보니 노동자의 삶에 절실한 문제란 걸 깨달았어.

이런 얘기를 콜센터 동료들과 하고 싶은데, 일할 때도 전화를 계속 받아야 하고 쉴 때도 혼자 쉬고 와야 하니 파티션 너머로 말 한 마디 나누기 힘들어. 부산지역 콜센터 노동자가 일하며 겪는 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게 내 새로운 꿈이야. 그래서 부산도시철도 1호선 교대역 근처에 청년 진보당이‘청년노동센터’를 만들었어. 이곳에서 콜센터 노동자가 연대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열 계획이야. 청년 좌담회 등 다양한 기획 준비 중이니까 언제든 놀러와 줘. 많관부(많은 관심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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