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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자화자찬에 성난 피해자 국회 앞으로…"싸움은 지금부터"

백신 피해 리포트 시즌2 <20>

국회의장 만나려 몸싸움…“대통령 거짓말에 믿을 건 국회”

특별법 하세월에 무용지물 정부 용역연구…‘입증책임 전환’, ‘보상 규모’ 입장차`

질병청 ‘4-1’ 보상 전환 등 제시…피해자 “말장난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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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방역 정책 완화에 따라 6월 1일 코로나19 정국이 끝난다. 관련 통제 조치가 풀리자 사회 곳곳에서 일상의 회복을 반기지만, 코로나19 백신 피해자들은 아직 이런 변화가 두렵다. 이들은 백신 접종 이후 일상에서 사라져버린 가족, 친지의 영정사진을 가슴에 안은 채 하염 없이 되물을 뿐이다. “우린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그럼 우리는 잊혀지는 건가요?”

팬데믹 종식 하루 전인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 이날도 백신 접종 피해자와 유족들은 자신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정부와 국회를 향해 “엔데믹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자리를 마련한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이하 코백회) 김두경 회장은 “정부와 정치권 모두 우리의 아픔을 외면한 채 이 상황을 자화자찬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며 “정부의 지난 3년간 방역 정책은 수많은 사망자와 피해자를 낸 실패한 정책의 산물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앞으로 계속 싸울 것”이라고 외쳤다.

●방역 성과 자화자찬하는 정부…성난 피해자 국회 앞으로

앞서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코로나19를 엔데믹(주기적 풍토병)으로 지정하고 방역 정책을 완화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낮추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해체한다. 확진자 격리의무도 현행 7일 의무에서 5일 권고로 전환하며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도 입원 병실이 있는 병원 등을 제외하고 자율로 바뀐다. 휴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하던 코로나19 일일 현황 통계 발표도 주 단위로 한다. 사실상 코로나19 정국이 끝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일 방역 일선에서 일했던 의료진과 질병관리청 관계자들을 치하하며 “우리 정부는 그간 정치 방역에서 벗어나 전문가 중심의 과학 기반 대응 체계 구축에 최선을 다해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백신 피해자와 일부 의료·제약 분야 전문가들은 정부의 방역 조치가 전혀 과학적이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정부의 백신 조치가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전제로 하지 않고 해외 사례에만 기댄 채 눈치보기식으로 이뤄지는 데 급급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백신 접종 이후 생긴 회복할 수 없는 부작용은 순전히 국민의 몫이 됐다. 아빠와 엄마, 형제, 부모를 잃고 회복 불가한 장애를 얻어 일상을 잃은 이들은 피해를 호소하지만 정부는 피해 입증 책임을 비전문가인 국민에게 전가했다.

질병청이 발표한 코로나19 예방접종 안전성 보고서를 보면 지난 21일 0시 기준 코로나 백신 접종 이후 사망 보고된 이의 숫자는 2587명이고, 전체 이상반응 사례 48만3306명 중 주요 이상반응자는 2만201명에 달했다. 이들 중 가까스로 정부로부터 백신 피해를 인정 받더라도 건강보험 청구가 가능한 치료비에 대해서만 보상이 이뤄지다 보니 무너진 가정과 일상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몸을 쇠사슬로 묶은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원들이 31일 국회 앞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면담을 요구하며 경찰과 몸싸움을 하고 있다. 앞서 협의회는 백신 피해 구제 법안 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정록 기자
●국회의장 만나려다 경찰과 몸싸움…“대통령 거짓말에 믿을 건 국회밖에”

보다 못한 백신 피해자들은 광화문과 국회의사당 앞에 백신 접종 뒤 유명을 달리한 이들의 분향소를 차리고 주말마다 거리에 서서 아픔을 호소했다. 이날도 국회 정문 앞에서 코백회 회원 20여 명은 저마다 피켓을 들고 “역대 정권 모두 백신 피해자에게 한 피해 대책 마련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약속을 지켜달라”고 하소연했지만, 정치권과 시민의 무관심은 여전했다. 급기야 회원들은 몸을 쇠사슬로 묵은 채 김진표 국회의장실에 가기 위해 국회 안쪽으로 진입하려고 했지만, 이내 경찰들에게 둘러싸여 더 앞으로 가지 못하고 “억울해서 그런다”는 외침 만 반복했다. 나아가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간 밀고 당기기가 몸싸움으로 이어졌고, 결국 피해자들의 국회 진입은 무산됐다.

김 코백회장은 “전직 현직 대통령 모두 백신 피해자들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1년 새해 신년사에서 백신 부작용으로 국민이 피해보는 일은 없게 하겠다,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충분히 보상하겠다고 약속하며 접종을 독려했습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도 대통령 후보 시절 선거 운동 첫날 백신 피해자 분향소를 방문해 백신 피해에 대해서는 피해자 측이 입증할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고 우리는 그 말을 믿었습니다. 백신 맞은 것이 입증되고 별도의 다른 사망의 원인이 될 만한 기저증 같은 게 없으면 백신 피해가 아니라는 입증을 국가가 하게 하겠다는 약속도 했죠. 그런데 다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이 대선 정국에 한 ▷백신 부작용 인과성 입증책임의 정부 부담 ▷사망자 선보상 후정산, 중환자 선치료 후보상 제도 확대 ▷백신 부작용 국민신고센터 설치및운영 ▷안전성 입증된 백신 확보 등의 약속 대다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원들과 정의당 강은미 국회의원이 31일 국회 앞에서 백신 피해 구제 법안 개정을 요구하며 묵념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특별법 하세월에 무용지물된 정부 용역 연구…‘입증책임 전환’ ‘보상 규모’ 두고 입장차

백신 피해자와 가족들은 백신 이상반응 피해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특별법 제정을 정치권에 요청했지만, 현재 최종 법안이 질병청의 반대에 막혀 도출되지 못하면서 국회 상임위원회 상정도 안 되고 있다. 앞서 지난 달 정치권이 여야 합치로 법안을 최종 조율해 소위원회에 상정하려 했지만, 백신 접종과 질병 간 인과성 인정 수준을 완화하는 규정을 두고 질병청과 관계 부처가 “포괄적 보상은 어렵다”고 난색을 보여 불발됐다.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인 강기윤(국민의힘) 의원실은 애초 법안에 백신 접종 이후 사망자가 부작용이 아니라 다른 병 때문에 숨졌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보상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입증책임 전환’ 조항을 법안에 넣으려 했으나 정부 측에서 반대했다고 한다. 이에 피해자들은 대법원 사례를 참고해 ‘사망이나 질병 등이 원인 불명이거나 예방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닌 경우’ 보상하는 대체 조항을 제시했으나 이에 대해서도 질병청은 “보상 규모가 크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보였다.

이런 보상 방안은 질병청이 지난해 9월 발행한 ‘코로나19 예방접종 이상반응 및 피해보상 제도 법률 개성 마련 연구’ 최종 결과 보고서에도 나와있다. 이 연구는 질병청이 한국사회보장법학회에 위탁해 4개월간 이뤄졌는데, 대학교수, 변호사, 노동 전문가, 대학병원 의사 등 전문가가 연구진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연구 결과를 특별 법안으로 제시했다. 그 내용을 보면 ▷모든 국민이 코로나19 예방 접종 피해에 대해 보상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명문화 ▷접종 피해 보상 전담 위원회 설치 및 위원 구성 시 의료인 외 법률 전문가, 사회단체 추천 인사 등 참여 ▷보상 절차 관련 정보 접근성 확대 위해 심의 조서, 회의록 작성, 결정 통지 시 근거 제시 등 의무화 ▷환자 서면 통한 진술권한, 이의신청 권한 인정 등이 담겼다. 특히 연구진은 접종과 이상반응 간 인과 관계를 입증할 책임이 정부에 일정 부분 있다고 보고 질병청이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하면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안도 제시했는데, 이는 현재 정치권과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입증책임 전환’과 유사하다.
몸을 쇠사슬로 묶은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원들이 31일 국회 앞에서 백신 피해 구제 법안 개정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록 기자
●질병청 ‘4-1’ 보상 전환 등 제시…피해자 “말장난 불과하다”

몇 차례 정치권과 질병청, 피해자 간 특별법 법안 마련을 위한 조율 과정이 반복됐고, 지난 주 질병청에서 지원책을 내놓았으나 피해자로부터 “현실적 도움이 안 되는 형식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비난만 샀다. 질병청 안을 보면 접종 이후 이상반응이 생긴 이들 중 치료비 지원 대상이었던 이들(백신과 질병 간 인과성 판정 결과 4-1 등급)을 새롭게 피해 보상 대상에 포함한다. 또 백신 접종과 이상반응 간 시간적 개연성은 있으나 다른 이유로 인한 질병 발생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돼 보상·지원도 받지 못한 이들(백신과 질병 간 인과성 판정 결과 4-2 등급)을 지원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백신 접종 뒤 3일 안에 숨진 이들에게 위로금 1000만 원을 지급하고 사인불명이지만 접종 이후 90일 이내에 사망한 이들에게 위로금 1000만 원을 지급하는 안이다.

하지만 백신 피해자들은 정부 측 제안에 대해 “‘지원’ 명목을 ‘보상’으로 바꾸는 용어 바꾸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관련 예산 규모가 증액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대 의사를 명백히 했다. 특히, 백신 접종 이후 사망자 중 시간적 개연성이 인정되는 이들은 4-2 판정자도 4-1 판정에 준해서 보상하라고 유족은 주장한다. 또 4-2 판정을 받은 이들 중 중증장애가 생긴 이에게도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하지만, 질병청은 필요한 예산이 과다하다는 이유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질병청 관계자는 “(피해자와 정치권이 제안한 법안의) 보상 확대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인과성이 없는 경우까지 보상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 (보상) 기준을 수립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수적 입장을 밝혔다.
몸을 쇠사슬로 묶은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원들이 31일 국회 앞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면담을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앞서 협의회는 백신 피해 구제 법안 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정록 기자
●피해자·전문가 “제대로 된 피해보상 심사 절실”…‘국회의장과 만남’ 시작으로 긴 투쟁 예고

코백회 측은 ‘명백히 질병과 접종 간 인과성이 없다’고 판정 받은 이들이 보상 심의를 다시 받을 수 있도록 별도의 재심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도 요청했다. 그간 백신피해보상전문위원회 인과성 심사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 상황에서 같은 위원회에서 재심이 이뤄지면 그 결과에 대한 의구심도 계속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집회 때도 백신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연구 기간도 거치지 않은 백신 피해 입증을 정부가 국민에게 떠 넘기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인과성 심사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함께 참가한 의학계 전문가들도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백신이 기저질환에 영향을 주어 사망 및 중증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데, 정부가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백신이 아닌 다른 이유로 증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짓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차 접종 이후 사지가 마비된 사연을 전한 간호조무사는 “국과수 부검 결과와 주치의 의견을 묵살하고 역학조사관 조사 결과도 무시하는 질병청과 피해보상전문위원회 심의 태도에 치가 떨린다”면서 “WHO 기준만을 기계적으로 판단하여 인과성 없음 결론내는 피해보상 전문위원회 심의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전문위가 제대로 심의만 했어도 백신 피해 국민의 아픔과 국가에 대한 불신이 이정도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경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이 31일 국회 앞에서 백신 피해 구제 법안 개정을 요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그 뒤에 백신 희생자들의 영정사진이 보인다. 김정록 기자
결국, 피해자와 정치권은 “코로나19 상황은 끝났지만, 백신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보상과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코백회장은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정식으로 면담을 신청했다. 의료 전문가, 법조인, 피해자와 토론 시간을 갖자고 제안했다”며 “다시 한 번 국회에 기대를 걸기로 하고 국회 앞 집회를 해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고 가정을 깨어 놓고도 관련 대책 없이 방역 성과를 자화자찬 하기에 급급하다. 국회도 입법 책무를 다하지 않고 방관만 하고 있다”며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각오로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긴 투쟁에 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감염병 예방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16건, 코로나19 백신 피해보상과 관련한 특별법안은 3건에 이른다. 강기윤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마련을 위해 질병청과 피해자 간 입장 차이가 커 최종 법안 조율이 쉽지 않다”며 “6월까지 최종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올해 입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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