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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 피해지원 발빠른 경기도…부산시 3년째 하세월

경기 선감학원 사건 진상규명 후 석달만에 조례 마련 생활비 지급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23-05-15 19:36:46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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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형제복지원 관련법 개정
- 국가 차원 배·보상 근거는 빠져
- 시 차원서도 의료비 지원이 전부
- 답답했던 피해자 결국 고공농성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인 최승우(55) 씨가 부산시의 경제적 지원책을 요구하며 광안대교 상판에서 농성(국제신문 14일 자 10면 보도)을 벌인 가운데, 경기도는 도내 아동 인권 유린 사건으로 지목된 선감학원 사건(1942~1982년) 피해자에게 생계 지원책을 펴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14일 부산 광안대교 상판 옆 난간부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 최승우 씨가 형제복지원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생계비 지원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김영훈 기자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이 사건을 ‘공권력에 의한 아동 인권침해’로 결론 내자 3개월 만에 국가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첫 지원금을 발빠르게 결정했다.

15일 부산시에 따르면 이날 최 씨 등 형제복지원 피해자와 사회복지계 인사 등 7명은 이성권 경제부시장과 면담을 했다. 이들은 시가 형제복지원 피해자와 같은 인권유린 피해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강화하고, 생계비 지급 등 경제적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요청했다.

부산에 사는 형제복지원 피해자는 310명이다. 시가 제공하는 사업 중 금전적 지원은 의료비(예산 1억 원 소진 전까지 1인당 최대 500만 원)가 유일하다. 이밖에 심리상담을 통한 트라우마 치료, 스마트폰 활용 강좌·제과제빵 실습 같은 일상회복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형제복지원 생존자 다수는 10대 전후에 시설로 끌려가 교육 받을 기회를 박탈당했기 때문에 지금도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가 많다.

애초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을 위한 법 제정 움직임이 있을 때는 피해자 명예회복과 배·보상 문제가 함께 논의됐다. 그러나 2020년 5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법) 개정 때는 빠졌다. 20대 국회 임기가 같은 달 29일 종료되는 터라, 일단은 쟁점을 줄여 진상규명에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 법안은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였던 그 달 20일 극적으로 통과됐지만, 결국 국가 차원에서의 배·보상 근거는 없게 됐다.

국가 배·보상은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지자체는 조례를 근거로 피해자 생활 안정을 도울 수 있다. 선감학원 아동 인권 유린 사건의 발생지인 경기도는 지난 1월부터 의료비 지원 외에 ▷월 20만 원 생활안정지원금 ▷위로금 500만 원 1회 지급과 같은 생계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해 10월 진실화해위가 ‘공권력에 의한 아동인권침해’라고 결론 내린 지 3개월 만이다. 현재 지원받는 피해자는 123명이다.

경기도는 진상규명 결정 다음 달인 지난해 11월부터 곧장 ‘선감학원 사건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조례’ 개정 작업에 들어가 위로금 등의 지급 규정을 명확히 했다. 지자체가 국가폭력 피해자에게 생활비와 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은 최초다. 반면 부산시는 2018년 9월 시장의 형제복지원 사건 공식 사과, 지난해 8월 진상규명 결정 이후 지금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 씨는 “부산이 인권도시로 거듭나려면 국가폭력 피해자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배·보상이나 생활지원이 마련되지 않아 피해자 각자가 국가 상대 손해배상소송에 나서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국외 출장 중인 박형준 시장이 돌아오는 대로 대책 마련을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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