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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식 유아교육 아이 망친다” 생태교육 개혁 이끈 교수님

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26> ㈔ 한국생태유아교육연구소 임재택 이사장

  • 고영삼 동명대 교수
  •  |   입력 : 2023-05-09 18:56:38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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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두리 방식 체제 획기적 변화
- 유치원·어린이집 통합 주창 등
- 평생을 유아교육 혁신에 매진

- 정년퇴임 후 ‘한국형 이론’ 연구
- 37개 생태놀이 담은 교재 펴내
- 새 교육 모델 전세계 확산 목표


◇ 임재택의 이모작 귀띔

- 인생일모작에서 함께 해온 사람단체들과 계속 연대 활동하라


임재택 이사장이 정년퇴임 후 2016년에 설립한 ㈔생태유아교육연구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학 교수들의 인생이모작. 전문지식이 많으니 클래스가 다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히려 사례발굴이 더 힘들었다. 65세에 퇴직하다 보니 새로운 출발을 하기엔 나이가 맞지 않은 것. 그래도 앞으로 4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라고 생각하며 진정한 사표(師表)가 될 만한 이가 계신다고 듣고 방문한 곳은 센텀T타워에 위치한 ㈔한국생태유아교육연구소. 교육학자 임재택 이사장은 이미 칠십 중반의 나이인데 주름 없이 매우 건강한 얼굴이었다.


-여기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

▶유아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구개발하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한국생태유아교육학회 창립 20주년 학술대회에서 ‘생태유아교육의 지난 20년과 새로운 20년’을 주제로 기조 발제를 했는데요, 그 후속편 연구와 실천을 하고 있습니다.

-좀 더 설명해 주실까요?

▶한국의 유아교육은 상당 부분 반생태적입니다. 교실·교사·수업 위주의 ‘가두리 교육’입니다. 생태적이지 못하죠. 그러니 세계 최하위 출생률 절벽이 해소되지 않는 것이예요. 저는 이 교육에 생명·생태 개념을 넣어 좋은 교육 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1949년생 임재택 이사장은 35년을 부산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로 근무하다 2014년에 퇴임을 했다. 현재 9년째 인생 이모작 경영 중이다. 인생 후반기를 전반기와는 완전 다른 쪽으로 나아가는 이도 있지만 오히려 더 심화시키는 이도 있다. 임 이사장은 후자의 유형에 속한다.



-젊은 시절 교수님은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임재택 이사장이 제자들과 연구개발한 ‘2019년 개정 누리과정 놀이운영 사례집’.
▶저는 재직할 때 우리나라 유아교육에 대해 두 가지 개혁을 주창해 왔습니다. 제도개혁과 내용교육인데요. 제도개혁이란 유보통합입니다. 즉 유아교육을 담당하는 유치원과 보육을 담당하는 어린이집을 통합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내용개혁이란 기존 유아교육을 생태 유아교육으로 전환하는 일이었죠. 유보통합의 이슈는 역대 대통령 선거 때마다 이슈였으나 이번 윤석열 정부에서는 2025년부터 본격 시행한다 하니 일단 지켜보고 있습니다. 한편 생태유아교육은 이제 많이 수용된 개념입니다만 예전에는 완전 비주류였습니다. 저는 한국의 전통 육아교육 방식을 바탕으로 자연·놀이·아이 중심의 생태유아교육이라는 독자적인 체계를 수립했죠. 이는 교실·수업·교사 중심의 병든 ‘가두리’ 유아교육 체제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두 가지 개혁을 추진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서구 식생활이 확산되면서 아이들 몸에 아토피가 생긴다는 뉴스를 처음 들었어요. 저는 그때 생태유아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머리를 맞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후 미국 위스콘신대에 교환교수로 가 있으면서 생각을 구체화시켰고 귀국해서는 서구 학자들의 책을 손절해 버렸어요. 그리곤 허준의 동의보감, 중국의 황제내경, 한민족 전통생활·육아법 등을 유아교육의 입장에서 집중적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저의 지식인 인생의 빅뱅을 일으켰습니다. 그래서 2002년에는 ㈔생태유아공동체를 만들었습니다. 유치원·어린이집 아이들에게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먹여 아이들의 몸 마음 영혼을 살리는 것을 목표로 했죠. 아이살림 농촌살림 생명살림을 모토로 했습니다. 오늘날 대중화된 친환경급식의 시작이었죠.

-동양적 통합관점에 기반한 새로운 교육철학을 주창하셨군요.

▶농부의 아들인 저에게 실천하지 않는 학문은 어떠한 의미도 없지요. 서구 이론을 번역해서 쏟아내는 책상물림 교수가 되기는 싫었습니다. 2008년부터는 대학 강의도 변화시켜 ‘잘 먹고 잘사는 법’이란 강좌를 개설해서 한겨레신문 조선일보에 소개되기도 했어요. 그리고 ㈔한국숲유치원협회를 창립하여 한국형 숲유치원의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교육철학을 바꾼 후 그는 셀 수 없을 만큼 왕성한 활동을 했다. 1988년 이후 큰 것만 해도 다음과 같다. 부산대 보육종합센터 설립(관장·1994~2002), 부산대 부설 어린이집 설립(원장·1995~2007), 초등학교 취학 전 1년 만 5세 무상교육 실현을 위한 연대모임(18개 단체) 결성(상임공동대표·1996~1998), 유아교육 공교육체제 실현을 위한 범국민연대모임(31개 단체) 결성(상임공동대표·1997~2004), ㈔생태유아공동체 창립(이사장·2002~2011), 한국생태유아교육학회 창립(회장·2002~2016), 현장귀농학교 교장(2006~2009).



-퇴직 후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퇴직을 하고 나니 일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되더군요. 주로 집 서재에서 공부하고 ㈔한국생태유아교육연구소도 나갑니다. 매일 만 보 걷기, 호흡명상, 맨발 걷기를 통한 수련과 식의주 생활 실천을 하며 또한 이 방법을 유아교육에 적용하는 것을 모색하죠. 아직도 우리나라 유아교육은 일제의 교육제도와 미제의 교육내용을 가지고 아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니 많은 문제에 시달립니다. 몸 마음 영혼이 조화롭지 못해요. 지(智)를 담당하는 머리는 시원하고 덕(德)을 담당하는 가슴은 편안하고 체(體)를 담당하는 배는 따뜻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게 안 되다 보니 영혼은 투명하지 못하고 마음은 불안하며 몸은 병들어 갑니다. 이 부조화는 상업자본주의에서 병원과 학원을 먹여 살리는 데는 도움이 될지라도 사람이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는 것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요. 이 현실을 두고 퇴직했으니 편안함만을 추구할 수는 없지요.



그래서 임 교수는 정년퇴임 이후에도 지행합일의 활동을 계속했다고 한다. 2015년 ㈔부모애숲 창립(이사장), 2016년 ㈔한국생태유아교육연구소 설립, 2017년 유아교육·보육혁신연대(53개 단체)를 결성(상임공동대표)했다. 2022년에는 아이행복세상만들기 백만인 서명운동본부를 만들어 상임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래서 어떤 성과를 만드셨나요?

▶천지인(天地人) 생명사상과 한국 전통육아 방식에 기반한 생태유아교육 연구에 더 매진했어요. 그래서 마침내 제자들과 함께 ‘2019년 개정 누리과정 놀이운영 사례집’을 펴냈습니다. 교육부 보건복지부의 이름으로 발행한 유치원·어린이집 정규 교육과정 교재입니다. 주체적 생명인으로 키우는 37개의 생태놀이를 담은 것이고요, 생태유아교육이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니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비주류 교육과정을 주류로 만들며 힘든 것은 없었나요?

▶너무 많았어요. 제가 유아교육학과를 설립할 때도 대학 내에서는 인접 교육학과로부터 학문 취급도 못 받았죠. 또한 기존 유아교육학계의 ‘가두리 교육’에 반기를 들어 생태유아교육을 주창하니 반목할 수밖에 없었어요. 유보통합건 만해도 역대 모든 정권이 실행하지 않음으로써 늘 불편했습니다. 결국은 이제 제가 주창한 시대가 오고 있지만 그때는 그 현실에 불만이 많았어요. 혁신운동가로서 투쟁적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보세요. 우리가 세계 초유의 저출생 국가로 전락된 것도 제대로 된 교육제도와 내용을 못 갖춘 탓도 있잖아요. 그것을 예견한 사회과학자로서 슬픔과 분노를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한 어려움을 헤쳐낸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요?

▶연대입니다. 인생이란 사람(人)으로 태어나 살아가는 것(生)이죠. 좋은 뜻을 품고 연대를 해야 일을 이루게 되더군요. 그리해야 이해 관계자들을 이겨낼 수 있죠. 개인적으로는 장혁표 전 부산대총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 민족생활의학자 장두석 선생, 실상사 도법 스님, 김지하 시인,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전 교수, 한살림 박재일 전 회장, 그리고 전인치유의학자 겸 외과의사인 전홍준 박사, ‘기(氣)가 세상을 살린다’의 저자 방건웅 선생과 교류하며 생각을 다듬고 힘을 받았었죠.

-앞으로 어떤 꿈을 이루고 싶은가요?

▶아이행복 세상입니다. 신명 나는 아이·신명 나는 세상을 만든다는 일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들의 부모와 조부모 및 교사·원장과 그 가족의 생태적 삶과 무병장수 건강·행복·영성을 이루고 싶습니다. 그리고 잉태·태교·출산·육아 과정에 담겨 있는 우리 조상들의 생명육아법의 지혜를 현대방식으로 집대성하여 한국형 생태유아교육(K-EECE: K-Eco Early Childhood Education)을 전 세계에 확산하고자 합니다.



꿈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임재택 이사장의 맑은 얼굴에는 신념이 서렸다. 마침 코로나19는 그의 생태유아교육 철학이 더 수용되는 토대로 작동되고 있다. 전국 8곳 광역시도 1300여 곳의 시설에서 7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생태유아공동체, 전국 1000여 곳의 시설을 기반으로 17개 지회가 운영되는 ㈔한국숲유치원협회도 더 활성화될 것이다. 최근 그는 대체의학이나 양자역학을 통해 생태유아교육을 더 넓게 깊게 파고들면서 사명감 때문인지 즐겁기만 한 것 같다. 아마 지난 시절 지행합일의 활동을 통해 자신을 더 크게 사용하는 묘법을 깨달아 가는 듯하다. 그는 유아교육의 큰 레퍼런스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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