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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14> 호주와 우주 : 상반된 곳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3-05-08 19:36:37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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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서남부 끝자락 퍼스로 날아간 적이 있다. 거기서 동남부에 있는 시드니까지 버스나 기차로 호주 대륙을 횡단할 심산이었다. 완전한 오산이었다. 그렇게 가는 버스나 기차가 없었다. 인도양부터 태평양까지 가기에 인디언-퍼시픽 라인이라는 멋진 노선의 기차가 있기는 있었다. 요금이 500만 원 가까운 럭셔리 관광열차였다. 당시 지갑 사정으로선 있으나 마나 한 것이었다. 국제운전면허증이 있었지만 운전한지도 오래되고 차 방향이 우리랑 정반대라 포기했다. 결국 비행기 타고 갈 수밖에 없었다.

살기 좋은 호주라지만 원주민에겐 빼앗겨 괴로운 우주
세계지도에서 호주는 그린란드보다 훨씬 작게 보인다. 그러나 호주는 섬인 그린란드보다 세 배나 큰 대륙이다. 동그란 공 모양의 지구본 껍질을 벗겨 평면에 납작하게 펼친다고 가정해 보자. 만일 지구본 껍질이 늘려 펴지기 좋은 재질이라면 남극과 북극 지역의 껍질을 좌우로 늘려야 납작한 평면으로 펼쳐질 것이다. 그리하면 그 땅들은 지구본 원래 면적보다 늘어난다. 북극 지역 그린란드가 평면지도에서 크게 그려지는 이유다. 상대적으로 중심부 적도 바로 아래 호주는 작게 그려진다. 일반적 세계지도는 네덜란드의 메르카토르(Genhardus Mercator 1512~1594) 도법에 따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지구 위아래 극지방을 좌우로 늘려 펼치기에 면적의 왜곡을 가져온다. 지도상에서 호주는 작게 그려졌을 뿐 실제 면적은 미국 본토와 비슷하다. 호주의 국토 면적은 세계 6위이지만 인구수는 2500여만 명으로 50위권 밖이다. 도시가 많지 않다.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주로 동남부 해안가에 몰려 있다. 그러니 퍼스로부터 시드니까지 가는 장거리 버스나 기차가 없었던 것이다.

호주는 유일하게도 대륙 자체가 하나의 국가다. 지구 남쪽(Australis) 땅이 국가(Australia)가 되었다. 일본인들은 발음이 비슷한 한자를 빌려다 호사태랄리아(濠斯太剌利亞) 등으로 음차했다. 앞 자만 따고 고을 주(州)를 넣어 호주(濠州)가 되었다. 우리나라 광주(廣州) 광주(光州) 공주 전주 상주 나주 진주 여주 경주 영주 충주 청주 제주 원주 울주 파주, 중국의 광주 정주 항주 난주 복주, 일본의 혼슈(本州) 규슈(九州) 등 이 세상 모든 ‘○州’들을 합친 땅보다 훨씬 광활한 호주는 국가 탄생의 기원부터 특별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이 1783년 독립전쟁에서 승리하자 영국은 다음 식민지가 필요했다. 죄수들 유배 보낼 식민지로 용케 낙점된 곳이 호주다. 드디어 죄수들 700여 명을 포함한 1000여 명의 영국인들이 11척의 배로 8개월간 항해를 마치고 시드니 부근 해안에 도착했다. 1788년 1월 26일이었다. 가장 큰 국경일인 호주의 날이다.

그러나 이 땅에 살던 검은색 피부의 멜라네시아계 원주민들한테는 침략의 날이다. 영국인들은 원주민들을 최초로부터(ab)인지 최초 아닌지(ab) 모호한 뜻의 애보리진(ab-origine)이라 부르면서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다. 황금이 발견돼 동양계 노동자들이 몰려와 백호주의(白濠主義)가 창궐하던 시기에도 원주민들은 학살당했다. 척박한 사막인 아웃백으로 추방당했다. 호주는 영국 이주민에겐 살기 좋은 곳인 호주(好州)였겠지만 원주민들에겐 빼앗겨 괴로운 우주(憂州)가 되었다. 퍼스 길거리에서 만난 빼앗긴 세대 원주민 후예 늙은 부부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우환(憂患)을 겪는 듯 웃음기 잃은 건조한 눈빛, 피폐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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