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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13> 제도와 군도 : 억울한 섬들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3-05-01 19:18:07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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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 마셜 솔로몬 월리스 소시에테 마리아나 캐롤라인 칼레도니아 비스마르크 산타크루즈…. 이 이름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들의 이름이다. 하나의 섬이 아니라 여러 섬들이기에 제도(諸島)다. 여러 섬들이 무리 지어 있기에 군도(群島)라 부를 수도 있다. 섬들이 일렬로 줄지어 있으면 열도(列島)라 부르기도 한다. 지도에서 잘 보이지도 않는 존재감 없는 작은 섬들이지만 아픈 사연이 많은 곳이다.
북반구 국가들의 잘못에 희생되고 있는 태평양의 제도 및 군도
지리적 위치로 보자면 서양과 거리가 먼 곳이나 서양 쪽 이름에서 유래한 제도가 많다. 쿡제도 마셜제도 솔로몬제도 월리스제도 소시에테제도 마리아나제도 캐롤라인제도 뉴칼레도니아제도 비스마르크제도 산타크루즈제도 등…. 이 밖에 이곳 지역어로 된 섬들도 많다. 피지 통가 팔라우 사모아 투발루 나우루 키리바시 비누아투 타히티 등….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파푸아뉴기니도 있다. 섬인지 대륙인지의 기준은 호주다. 호주가 있는 대륙보다 작으면 섬이다. 섬들 이름들이 단지 섬들 이름인지 아니면 나라 이름인지는 헷갈린다. 가령 마셜제도나 통가는 섬들 이름이면서 국가명이다. 그런데 타히티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 속한 소시에테제도에서 가장 큰 섬 이름이다.

그만큼 이 동네 섬들이나 나라들을 자세히 알기는 힘들다. 서양인들이 여길 드나들기 시작할 때도 하도 복잡했기에 프랑스 해군 장교인 드빌(Dumont d’Urville 1790~1842)은 이곳에 분포된 섬들을 세 유형으로 나눴다. ①적도 위쪽 작은(Micro) 섬들로 이루어진 미크로네시아 ②그 아래쪽 검은(Mela) 피부 사람들이 사는 섬들인 멜라네시아 ③그 오른쪽 많은(Poly) 섬들로 이루어진 폴리네시아. 이렇게 3등분으로 간편하게 구분된 이후 평화롭던 섬들의 사정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이곳 섬들 이름에 서양 쪽 이름이 그리도 많은 이유다. 2차 대전 때는 태평양 전장(戰場)이 되었다. 이후 핵실험장이 되었다. 강도 높은 핵실험으로 비키니섬은 두 개로 쪼개졌다. 둘로 쪼개진 비키니 수영복의 어원이 될 정도로 셌다. 이후 이곳 어딘가엔 움직이는 섬들이 마구 생기고 있다. 플라스틱 아일랜드로도 불리는 태평양 거대 쓰레기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이다. 이후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섬들이 바닷물 침략을 당해 물에 잠기고 있다.

그러니 더 이상 평화로운 곳이 아니다. 원시의 생명력을 꿈꾸었던 고갱(Paul Gauguin 1848~1903)이 40대에 도피한 이상적인 그곳이 아니다. 인류학의 어머니로 일컬어지는 미드(Margaret Mead 1901~1978)가 20대 때 겁도 없이 여성 홀로 들어갈 때의 원시적 그 곳이 아니다. 3등분으로 나뉜 스리네시아(Three-nesia) 섬들 및 나라들은 현대문명의 역습을 가장 먼저 고스란히 당하는 곳이다. 치안의 수준을 넘어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곳이다. 이곳 원주민들의 잘못 때문이 아니다. 주로 북반구 먼 나라들의 경제발전으로 인한 생태교란 때문이다. 억울한 희생양이 되어가는 것이다. 그다음엔 이 위기를 초래한 당사자들이 희생될 차례다. 그런데도 너무나도 태평하게 우리들은 살아간다. 의연한 걸까? 초연한 걸까? 무섭도록 태연하다. 겁이 없는 걸까? 감이 없는 걸까? 촉이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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