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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에 지친 백신 피해자들 '눈물의 공연' 시작…"이제 알리면서 싸울 겁니다"

백신 피해 리포트 시즌2 <13>

정부 상대 진 빠진 피해자들, “여러분 제 말 좀 들어주세요”

노래 어우러진 유족 사연에 시민들 울고 웃으며 ‘응원’ 메시지

지역 문화계 성원 힘 입어 ‘전국 투어’ 예고

코백회 정부 상대 ‘법적 투쟁 병행’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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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신기루처럼 사라진 기분이에요. 그 사람을 찾으러 가는 마음으로 끝까지 싸울 겁니다.”

“저뿐만 아니라 남편과 아내, 자식을 잃은 백신 피해자 가족의 고통이 커요. 우리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시민들이 조금이라도 알아주길 바랄 뿐입니다.”

1일 오후 인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 광장에 마련된 공연장에서 코로나19 백신 피해 사망자의 유족이 마이크를 잡고 자신의 사연을 말했다. 주말인 이날 행인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단상 위 여성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여느 백신 피해자 단체의 거리 집회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날 행사는 그 성격과 내용이 그간의 행사와 달랐다.
1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 광장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가 마련한 버스킹 공연을 보며 지나가고 있다. 이승륜 기자
●정부 상대 진 빠진 피해자들, “여러분 제 말 좀 들어주세요”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이하 코백회)는 이날 ‘대국민 버스킹 전국 투어-국민 여러분 우리 얘기 좀 들어보세요’ 첫 공연을 했다. 김두경 코백회 회장은 “그렇게 대책을 호소했는데도 정부는 귀 닫고 졸속 심의마저 못 본 체 했다. 이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려고 대국민 행사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백신 피해자와 가족은 접종 이후 망가진 삶을 정부에 알리고 대책을 호소했지만, 진정 어린 보건 당국의 사과나 정책은 전무했다. 백신 접종과 이상반응 간 인과성 판정 결과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의 상당수가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없는 ‘4’ 이하 판정을 받았다. ‘운 좋게’ 백신 피해를 인정 받아도 보험 적용이 되는 치료비 부분에 대해서만 보상금이 나오다 보니 백신 피해로 가장이나 어머니가 사라진 가정의 일상 회복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인과성 판정을 하는 질병청 산하 예방접종피해보상전문위원회 심사가 세계보건기구(WHO) 판정 내용만 따르는 식으로 졸속 결정된다는 폭로까지 나오면서 피해자들은 허탈함과 분노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30일 지영미 질병관리청장 주최로 열린 백신 피해 간담회에서도 코백회 측은 이런 문제를 지적하며 피해보상전문위 해체와 인과성 심사 방식의 대대적 개선을 요구했지만, 지 청장은 “심사 과정을 한 번 들여다 봐야 겠다”는 말만 할 뿐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에 백신 피해자와 가족은 “질병청과 보건 당국의 보여주기 식 약속과 대응에 지쳤다”며 원성을 쏟아냈다.

코백회 측은 “여기저기서 그만 두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더 힘내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방식을 바꿔보기로 했다”고 이번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코백회는 이날 본부 사무실이 있는 인천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백신 피해자의 사연을 대중음악 가수 공연과 함께 시민에게 들려주는 ‘토크 콘서트’ 형식의 ‘버스킹’ 행사를 한다.
1일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버스킹 공연장에서 백신 피해자가 시민들에게 자신의 사연을 공개하기에 앞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승륜 기자
●노래 어우러진 유족 사연에 시민들 울고 웃으며 ‘응원’ 메시지

행사가 시작된 오후 2시께 코백회가 마련한 객석 40여 석 곳곳에 빈자리가 많았지만, 1시간30분 정도가 지나자 반 넘은 자리에 시민이 앉았다. 이들은 공연을 즐기면서 유족의 사연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유족들은 자신들이 겪은 고통의 시간을 전하면서 지친 마음을 위로 받았다. 송은경(49) 씨는 2021년 8월 화이자2차 접종 뒤 같은 해 9월 백혈병으로 인한 혈소판 감소증으로 뇌출혈이 와 병원에 입원한 지 6시간 만에 고인이 된 남편 김종열(당시 47세) 씨의 이야기를 했다. 당시 병원은 김 씨가 백신 부작용 때문에 사망한 게 아니라고 진단했고, 질병청도 백신 피해를 인정하지 않고 인과성 판정 결과 ‘5’ 결론을 냈다. 송 씨는 “남편이 타이레놀 먹으면 해결되는 정도의 부작용이 있다는 정부 말만 믿고 잔여백신을 자청해 맞았다가 고인이 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나 몰라라 했다. 하늘에 간 분의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풀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코백회 활동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가장이 한순간에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경제적 어려움도 컸지만, 더 힘든 건 상실감이었다. 하루 아침에 남편을 잃은 억울함을 어디다 하소연 할 수도 없다”며 “그 사이 백신 부작용은 저 혼자만의 외침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백신 접종 독려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 자리에 계신 시민들도 우리의 억울한 사정이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백신 부작용의 심각성을 느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야기 도중 시민들은 “힘 내라” “정부가 반성해야 한다”며 독려했다. 인천 남동구에 사는 박현숙(62) 씨는 결혼 생활 38년 차에 남편 김승태(사망 당시 60세) 씨를 잃은 사연을 전했다. 김 씨는 2021년 10월 화이자 접종 뒤 허혈성 심장 질환으로 숨을 거둔 뒤 정부 인과성 판정 결과 백신과 인과성이 없는 ‘5’ 판정을 받았다. ‘근육이 녹는’ 희귀질환 투병 중인 박 씨는 “피해를 계속 호소했지만, 정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했고, 점점 제 외침이 의미 없는 메아리가 되고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남편 잃은 괴로움은 더 컸다”며 “다시 힘내 억울한 죽음을 알리고자 이번 첫 버스킹 자리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이 안심하고 백신 맞아도 된다는 대통령의 말을 믿고 죽었다”면서 “팬데믹 전 백신 한 차례 맞지 않았던 남편이 희귀질환에 걸린 제게 코로나19를 옮기면 안 된다는 이유로 백신을 맞았다. 늘 그 죄책감이 심장을 옥 죈다”고 말해 듣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박 씨는 “악으로 버티며 재활 중”이라면서 “목숨을 바쳐서라도 남편의 억울함을 풀겠다”고 많은 이들 앞에서 각오를 다졌다.
1일 ㈔코로나19백신피해자협의회 버스킹 공연장에 모금함이 마련됐다. 이승륜 기자
●지역 문화계 성원 힘 입어 ‘전국 투어’ 예고

이날 행사는 지역 문화계가 도왔다. 코백회 공식집회에서 1년여 동안 추모공연을 해온 가수 레모니안을 비롯해 동료가수인 이애선(트로트), 로노(RONO마술과노래), 차민희(포크), Blue.K(버스커)가 마술과 노래로 주말을 즐기러 나온 시민의 호응을 얻었다. 가수 중 한 명은 백신 접종 뒤 성대에 결절이 생기면서 노래를 부르기 어렵게 된 사연을 전하기도 했다.

레모니안은 “지금까지 코백회 회원들이 열심히 상황을 알리려고 노력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지역 예술인들이 안타까운 마음에 노래 공연을 통해 모금하고 도움이 되자는 취지로 힘을 모으기로 했다”며 “백신 피해자들이 이래도 되느냐는 시선도 있는 것을 잘 안다. 공연을 보는 시민들이 부담스럽지 않도록 선곡하는 등 적정 선을 지키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1시간가량 공연을 지켜본 한 시민은 “아이와 함께 외식을 하려고 나왔다가 공연 취지가 좋아서 객석에서 구경했다”면서 “막연히 알던 백신 피해 이야기를 들으면서 피해자의 고통이 나에게도 불어닥칠 수 있는 비극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코백회 정부 상대 ‘법적 투쟁 병행’ 경고

김 코백회장은 “청계천 광장과 국회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1년 넘게 피해 상황을 외치는데도 전 정부나 현 정부 모두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최후의 수단으로 전국을 돌며 국민의 공분과 지지를 호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백신 피해로 갑자기 남편을 잃은 유족들이 홀로 아이들을 돌보며 눈물로 시름하고 있다. 백신 피해가 가중하는 상황을 정부가 특별 재난 상황으로 인식하게 하는데, 국민의 호응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코백회는 정부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김 회장은 “피해보상전문위원장이 직권을 남용해 ‘인과성 없음’ 판정을 남발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것”이라면서 “ 질병청 국정조사를 요청해 백신 접종자의 억울한 피해의 진실을 파헤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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