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배가 생성AI·챗GPT 후배 교육
- 제시어 입력하면 새 콘텐츠 나와
- 인문학·공학 등 다양한 소양 필요
- 창업동아리 내달 법인 설립 예정
지난 24일 부산 남구 동명대 건축디자인관 6층 강의실. 컴퓨터 모니터 속 높은 빌딩 아래로 ‘로봇 표범’이 걸어가고 있다. 한쪽에는 우거진 밀림 속에서 동물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동명대 시각디자인과 창업동아리 ‘디_캡’의 어혜선 회장과 1학년 신입생(김진우 도예진 강원희 김지아 조민준)들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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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명대 시각디자인과 학생들이 사람이 제시어를 넣으면 그림을 그려주는 ‘생성 AI’로 만든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영훈 기자 |
■제시어 넣자 1분만에 그림 뚝딱
이건 사람이 직접 그린 그림이 아니다. 사람이 제시어를 넣으면 그림을 그려주는 생성 AI(인공지능)가 1분만에 뚝딱 만들었다. 생성 AI는 챗GPT처럼 기존 데이터를 활용해 콘텐츠를 새롭게 만들어 낸다. 이 작품을 만든 학생들은 “최근 서울대공원에서 탈출한 얼룩말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 최종 결과물을 얻기까지 30분 정도 걸렸는데, 스토리텔링 작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며 “동물의 시각에서 도시를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꿈을 담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우 학생은 “대학교에 들어온 후 처음으로 생성AI를 접해 신기했다. 원하는 그림을 얻기 위해서 ‘미래 도시’ ‘초원’ ‘숲’ 등 여러 단어를 활용한 제시어를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인문학적 소양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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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성 AI가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 과정.
김영훈 기자 hoonkeem@kookje.co.kr |
이처럼 동명대 시각디자인과는 올해 처음으로 ‘신입생 동기유발학기(1학점)’를 운영했다. 3월 한달간 학과 내 3개 창업동아리(아이스케이프, 비상, 디_캡) 선배들이 신입생 40여 명을 대상으로 챗GPT(사용자가 채팅 창에 질문을 입력하면 AI가 대화하듯 문장으로 답을 알려주는 서비스)와 생성 AI를 가르치는 정규 과정을 진행한 것. 이를 위해 교수들부터 관련 스터디를 진행했다. 교수가 학생을 대상으로 AI를 가르치고, 먼저 배운 학생들이 신입생을 가르치는 시너지를 냈다.
원종윤 교수(AI메타버스교육센터장)는 “디자이너가 생성AI를 능숙하게 잘 쓰면 단순 반복작업에 들어가는 시간을 절약하고 퀄리티 높은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다”며 “시각디자인 분야뿐만 아니라 교육계 전반에서 AI교육이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김재익 교수는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디지털 툴을 활용해 그래픽 작업을 배우는 것이 시각디자인과의 전통적인 커리큘럼이었다”면서 “이제는 학과 자체적으로 AI 관련 트렌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도 오픈AI의 기술을 적용한 마이크로소프트(MS) 검색엔진 ‘빙’을 이용해 그림을 그렸다. 대화창에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서 휴양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묘사해줘. 제시어로 그림을 그려줄 수 있니?”라고 문장을 입력하자, AI는 “네 그려보겠습니다”고 답했다. 1분 후 선베드에 누워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는 여성의 뒷모습 등 비슷한 화풍의 그림 4점이 화면에 떴다.
■실제 창업으로 도약
동명대의 AI교육은 실제 창업으로 이어졌다. 창업동아리 아이스케이프 회장인 김희제 학생과 비상 회장인 조세희 학생은 창업 컨설팅을 받아 다음 달 창업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조세희 학생은 “지난해 7월 처음으로 AI 프로그램을 써봤는데 하루가 다르게 인터페이스가 새로워진다”며 “AI의 도움을 받으면 한달정도 걸리는 작업을 1분 만에 끝낼 수 있다. 메타버스와 AI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어 창업까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동명대 정원준 시각디자인학과장은 “학과의 기본적인 정체성을 살리면서 새로운 기술과 접목해 학생들을 가르친다”면서 “과거처럼 그림만 잘 그리면 되는 게 아니라 인문학, 공학 등 모든 학문을 아우르는 인재를 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