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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부재판 6년, 일제 책임 물은 김문숙 일대기 창원서 만나다

일본 위안부 과오 인정 유일 재판

재산·재능 바쳐 헌신 '입체적 접근'

창원대 박물관 5월 19일까지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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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대에 태어나 나 혼자 잘 먹고 잘산 게 부끄러워서….”

지난 24일 경남 창원대 박물관 조현욱아트홀에서 ‘관부재판과 끝나지 않은 Herstory’ 전시가 열리고 있다. 김용구 기자
30년 전 일본이 위안부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유일한 재판을 이끈 고 김문숙(1927~2021) 정신대문제대책 부산협의회 이사장.

여성인권운동가로 대변되는 그는 한 여성과 손을 맞잡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성폭력 피해자’ ‘여자근로정신대’ 등 낙인 같은 글귀가 온몸에 가득하지만 곧게 서 정면을 응시하는 태도는 일본 법정에서처럼 당당하다.

지난 24일 ‘관부재판’과 김문숙 이사장의 일대기를 담은 전시회장 초입에서 마주한 설치물이다. 경남 창원대박물관 조현욱아트홀에서는 ‘관부재판과 끝나지 않은 Herstory’ 전시가 열리고 있다.

관부재판은 위안부·근로여자정신대 피해자 10명이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한 재판이다. 원고단장으로 활동한 김 이사장은 피해자들과 함께 1992년부터 1998년까지 부산과 일본 시모노세키(下關)에 오가며 1심 일부 승소에 이바지했다. 이는 일본이 위안부 제도의 존재와 강제동원을 인정한 유일한 재판으로 기록된다. 6년간 23번의 피나는 법정 투쟁을 위해 이동한 거리만 1만1101㎞에 이른다.

화살표를 따라 전시장 왼쪽으로 들어서면 김 이사장의 일대기를 담은 길이 15m 연표가 걸렸다. 1927년 1월 27일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그는 유복한 가정에서 고등교육의 기회를 누렸다. 1943년 교원 시험에 합격한 뒤 고향과 진주에서 교사 생활을 하다가 1965년 중년의 나이에 부산에 아리랑관광여행사를 설립, 기업 경영가의 길을 걷는다.

1981년 부산여성경제인연합회를 설립할 정도로 지역 경제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예순 이후 위안부 피해자의 상처를 알게 된 것을 계기로 여성 인권운동에 전념한다.

그의 어린 시절 연표 아래에는 일본 육군 첫 위안소 설치, 위안부 피해자 도착 시기 등을 기록해 동시대에 살았지만 달랐던 그들의 삶을 표현한다. 그러나 후반으로 치달을수록 이들이 관부재판으로 함께 향하는 여정을 선보인다.

전시장에는 수필가이기도 했던 그의 집무실, 관부재판이 남긴 교훈, 이를 영화화한 ‘허스토리’ 다시 보기,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 등 공간을 따로 마련해 위안부 문제에 입체적으로 접근하는 길을 연다.

김 이사장의 딸로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는 김주현 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 이사가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유품은 은가락지 두 개였다.

한때 지역에서 손에 꼽던 경제인이었던 김 이사장은 10평 남짓한 임대주택에서 생활하다 생을 마감했다. 위안부 지원에 재능과 재산, 시간을 아끼지 않았던 그는 딸이 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와 ‘민족과 여성 역사관’ 운영을 이어가길 바랐다. 이번 전시회 자료도 민족과 여성 역사관에서 받았다.

전시장 말미에는 채 피우지 못한 꽃봉오리에 둘러싸인 앳된 위안부 피해자 그림과 글귀가 있다. “나는 선언한다. ‘일본은 유죄이다’.” 전시회는 오는 5월 19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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