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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라노] 원작자에게 “허락 없이 그림 그리지 마”… ‘검정고무신’ 작가 괴롭힌 저작권 분쟁

'검정고무신' '구름빵' 등 유명 작품 저작권 분쟁으로 고통

업계 표준계약서 있지만 아직 공정한 계약 관행 자리 못 잡아

"불공정 계약에 철퇴 가해야 깨끗한 계약 환경이 형성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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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여러분은 추억이라고 하면 어떤 것부터 떠오르시나요? 라노에게는 정말 많은 추억이 있는데요. 오늘 와이라노에서는 만화영화와 관련된 추억을 얘기해볼까 합니다. 라노는 만화영화에 열광하던 어린 노루였기 때문에 TV에서 방영하던 모든 만화영화를 섭렵했었습니다. 해가 가장 따뜻하게 떠오르는 오후 나절에 창가에서 들어오는 햇살을 잔뜩 받으며 TV를 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부모님의 어린 시절을 배경으로 하는 만화영화도 있었는데, 라노보다는 으데엄마와 무반나아빠가 훨씬 즐겨봤었죠. ‘검정고무신’이 바로 그런 만화영화입니다.

극장판 ‘검정고무신: 즐거운 나의 집’. 넷플릭스 화면 캡처
‘검정고무신’은 1960년대 서울 변두리를 배경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만화영화입니다. 딱지치기 고무줄놀이 연탄 고무신 등 당시에는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추억이 되어버린 것들이 수없이 등장합니다. 그 당시 시대상을 잘 보여줘 부모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만화로, 아이에게는 부모의 어린 시절을 엿볼 수 있는 만화로 인기를 얻었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를 즐겁게 하는 만화영화였습니다.

그러던 지난 12일 검정고무신을 그린 이우영 작가가 자택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현장에서 이 작가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유족은 “최근까지 저작권 소송 문제로 힘들어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이 작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죠.

이 작가는 2018년 5월부터 검정고무신을 놓고 캐릭터 대행사와 저작권 소송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이 작가는 캐릭터 대행사로부터 자신들의 허락 없이 검정고무신 캐릭터를 등장시킨 만화를 그렸다는 이유로 피소돼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고통받았습니다. 또, 소송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에서 캐릭터 대행사가 이 작가의 허락도 없이 검정고무신 극장판과 검정고무신 관련 상품 등을 제작했죠. 이 작가는 과거부터 검정고무신 저작권으로 힘들어 했습니다.

이와 같이 원작자가 출판사나 대행사 등과 계약을 한 뒤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검정고무신은 원작자가 있음에도 캐릭터 대행사 마음대로 캐릭터를 활용해 극장판과 파생 상품을 제작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2004년에 출간된 그림책 ‘구름빵’의 저자 백희나 작가도 계약을 맺은 출판사에 저작권 침해 금지소송을 냈다가 패소했습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 싶긴 하지만, 상식적으로는 말이 안 되지만 법적으로는 말이 될 때가 많죠. 검정고무신은 스토리 작가와 그림 작가가 협업해 만들어낸 만화입니다. 일반적으로 스토리 작가와 그림 작가가 있는 작품은 ‘공동저작물’로 분류됩니다. 공동저작물은 별도 계약서가 없을 때 참여자 모두 같은 비율의 저작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 대행사는 스토리 작가와는 계약을 했고, 이우영 그림 작가와는 계약을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스토리 작가의 계약으로 원작자와 계약을 마쳤다는 법적인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캐릭터 대행사가 “검정고무신 극장판은 스토리 작가가 참여한 작품이고, 계약서상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이죠.

캐릭터 대행사는 캐릭터와 관련된 여러 가지 라이센싱이나 캐릭터를 활용한 콘텐츠 등을 제작·공급·홍보하는 업무를 대행하는 회사입니다. 많은 작가들이 본인의 작품 속 캐릭터를 활용해 굿즈, 디지털콘텐츠, 영상화 작업을 위해 전문 제작사에 캐릭터 사용권 등을 위임하죠.

라노는 말 그대로 원작자를 ‘대행’해서 작업을 하는 캐릭터 대행사가 저작물에 대한 권리 행사를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영산대 최인수(웹툰학과) 교수는 회사와 작가 간의 올바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저작권에 대한 모든 권리를 잃어버린 사례기 때문에 애초부터 불공정한 계약이었다고 본 것입니다. 최 교수는 불공정 계약에 사후 수정이 원활해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쌍방이 원활하게 합의한 계약서라 하더라도, 사회 통념상 말도 안 되는 계약이라면 추후에도 제재가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작가들이 불공정 계약을 피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저작권이나 관련 계약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는 있지만, 법률적 지름길이나 샛길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 악덕 기업과 종사자들도 함께 많아지고 있죠. 이 분야 최고 전문가에 가까운 기업에서 작정하고 교묘한 계약서를 내밀면 거절하기가 힘들어집니다.

문화체육관광부 만화 분야 매니지먼트 위임 표준계약서. 문화체육관광부
과거에는 원작자가 을이 돼 허술한 계약을 진행했는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2014년 표준계약서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업체나 작가가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됩니다. 작가 입장에서는 업체와의 계약에서 표준계약서 적용을 강하게 주장하기 어렵죠. 요즘에는 과거와 달리 비교적 깨끗하게 계약이 이뤄진다고 하지만 그것은 작가들 사이에서도 관련 정보가 많이 돌기 때문입니다. 업체들도 평판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쉽게 악의적인 계약을 하기는 힘듭니다. 다만 일부 업체는 알음알음 악성 조항들을 삽입하는데, 이것을 작가가 전부 체크하기는 어렵습니다.

저작권이란 것이 회사 등에 쉽게 넘어가서는 안되지만, 표준계약서가 도입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아 업계에 공정한 계약 관행이 자리 잡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대행사나 출판사는 원작자가 법률적 지식에 해박하지 못하다는 허점을 노리고 ‘매절(저작권을 통째로 넘기는 것) 계약’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저작권 자체를 양도하는 방식의 계약을 하면 법률적으로 저작권이 회사의 소유가 되는 것입니다. 이때는 되돌리기 쉽지 않죠.

속고 싶어서 속는 작가는 없습니다. 하지만 계약서 상에 교묘하게 들어가 있는 악성 조항들은 쉽게 발견할 수 없습니다. 관행상, 의례적으로 그렇게들 계약이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수많은 작가들이 이 때문에 고통받았죠.

최 교수는 저작권 및 계약과 관련된 교육을 강화하고, 저작권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는 불공정한 계약에 대해 철퇴를 가하는 조치가 병행돼야 좀 더 빨리 깨끗한 계약 환경이 형성될 것이라고 충고했죠. 최 교수는 미래의 작가들을 위해 “계약을 진행할 때는 불공정한 조항들이나 향후 족쇄가 될 수 있는 포인트를 잘 짚어내고 수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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