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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실사 때 민원 걱정에...지역현안 뒤로 미루는 부산시

고리 3·4호기 수명연장 공람 연기

시, 이미지 하락 우려 탓 요청

홍보중단도 요구...기장군 난색

기업 지원 취지 '세무조사 유예'

구청장·군수협, 엑스포 이유로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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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3, 4호기의 수명연장(계속운전)을 위한 주민 공람이 ‘월드엑스포 실사단 방문’을 이유로 일정이 한 달 뒤로 변경됐다. 공람 홍보 때문에 실사단 환영 현수막 자리가 부족해질 우려가 큰 데다, 도시의 긍정적 인상을 주려면 ‘민원 소지’가 큰 계획은 최대한 미뤄야 한다는 부산시 방침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11월 25일 열린 고리2호기 계속연장 주민공청회에서 환경단체가 공청회 개최에 반대하고 있다. 신심범 기자
19일 부산 기장군에 따르면 지난 13일 시작했어야 할 ‘고리 3, 4호기 수명연장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RER) 초안’ 주민 공람 일정이 한 달 뒤로 연기됐다. 애초 공람 기간은 지난 13일부터 60일로 예정됐다. 공람을 주관하는 고리원자력본부는 지자체와 세부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다음 달 13일부터 진행하는 것이 유력하다. 공람 일수 또한 40일로 줄어들 전망이다. 앞서 주민설명회를 마친 고리2호기의 RER 초안은 60일간 공람됐다.

일정이 바뀐 이유는 ‘2030월드엑스포 현지 실사단 방문’ 영향이 컸다. 국제박람회기구(BIE) 현지 실사단은 다음 달 3~7일 부산을 방문한다. 이에 맞춰 부산시는 시내 곳곳에 실사단 환영 현수막을 내걸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애초 계획대로 공람이 이뤄지면, 이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미리 걸려 실사단 환영 현수막 자리가 부족해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시는 고리본부 측에 공람 시작일을 실사단 방문 이후로 늦춰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시는 기장군에도 RER 공람 사전 홍보를 잠정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실사단이 부산 방문을 마칠 때까지는 민원 소지가 있는 행사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방침 때문이다. 이를 두고 기장군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고리 2호기 공람 당시 주민 공람률은 0.02%로 현저히 낮았다. 원전 반경 30㎞에 해당하는 부산지역 기초지자체 10곳과 울산을 포함해 인구 387만9507 중 750명(기장군 15명)만 공람했다. 이 때문에 고리 2호기 수명연장 주민설명회 당시 참석자들의 거센 질타가 이어졌고, 행사 자체도 여러 차례 파행을 거듭했다.

기장군 관계자는 “공람 홍보 부족이 공람률 저조의 큰 원인 중 하나였다. 이번에는 주민 참여를 높여야 하는 만큼 시와 계획을 조율 중이다”고 말했다. 고리본부는 공람장을 늘리는 등 주민 접촉을 강화해 홍보를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부산구청장·군수협의회는 지난 9일 월례회를 열고 ‘2023년 지방세 세무조사 유예’를 시에 건의하기로 결의했다. 이 안건을 제안한 지자체는 강서구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지역경제가 어려운 만큼 기업들의 경영 안정화를 돕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단체장들이 안건에 동의한 사유는 엑스포였다. 이들은 ‘지역경제 안정과 월드엑스포 부산 유치의 범시민적 총력 대응을 위해 올해 부산시와 구·군 지방세 세무조사를 내년으로 유예해야 한다’며 제안을 받아들였다.

시민사회는 엑스포를 핑계로 시민 삶과 직접 결부된 이슈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엑스포가 부산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해도 ‘외국 귀빈’을 맞이한다는 이유로 원전 수명연장 등 시민 안전과 결부된 일을 미루거나 축소하는 것은 군사정권 시절에나 나올 법한 발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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