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 외국인학교에서도 학부모가 교사에게 선물을 주는 행위를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엄격히 처분할 것인지를 두고 부산시 교육청과 외국인학교가 맞선다. 시교육청은 외국인학교 역시 국내 소재 학교로서 관련법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학교 측은 성적을 목적으로 한 청탁 자체가 불가능한 곳이기 때문에 과도한 제재라고 반박한다.

시교육청은 A 외국인학교를 대상으로 공익감사를 진행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지난 1월 감사에 들어간 시교육청은 교사들의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두 기관의 설명을 종합하면, A 학교 학부모회는 추수감사절 등 학교 행사 때 교사·교직원에게 수건이나 초콜릿과 같은 물품을 후원했다. 후원품을 받은 교사 대부분은 버스 기사 등 다른 직원에게 재차 물품을 선물했다.

청탁 아이클릭아트 재사용 금지. DB금지

청탁금지법상 학생과 학부모는 담임 교사나 교과 담당 교사에게 어떠한 선물도 줄 수 없다는 게 통상의 해석이다. 법상 선물 가액은 5만 원이지만, 학부모와 교사 간 물품이 오가는 건 사교나 의례에서 벗어난다는 취지다. 국민권익위원회가 ‘학생 대표가 교사에게 주는 카네이션만 허용하고, 개별 학생이 주는 것은 법 위반’으로 해석한다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시교육청 역시 사립학교법 적용을 받는 외국인학교도 청탁금지법 저촉 대상 기관이므로 선물은 금액에 무관하게 금지돼야 한다고 봤다.

학교는 시교육청 해석이 과하다고 반발한다. 이곳엔 약 20개국 초·중·고 학생 240명이 재학 중이다. 학생 과반이 외국인으로, 고교 과정까지 수강한 뒤 대부분은 해외 대학으로 진학한다. 국내 대학에 진학할 때는 학력이 인정되지 않아 검정고시를 치러야 한다. 이 때문에 학교는 성적을 위해 청탁할 이유가 없고, 후원 또한 대가를 바란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선물의 가치도 사회 상규를 어기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여기다 시교육청은 교직원 자녀의 부정 수강 문제를 확인하고 있다. 교직원 B 씨는 지난해부터 자신의 자녀를 청강생으로 등록했다. B 씨 부부는 한국인이지만 자녀는 외국 국적이다. 학교는 10년 이상 재직한 직원의 자녀는 무료로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내부 규정에 따라 별도의 수업료를 받지 않았다. 연간 수업료는 2500만~3000만 원 수준이다.

‘외국인학교 및 외국인유치원의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을 보면, 부모가 한국인인 외국인 자녀는 해외에서 3년 이상 출국해 있거나 외국 학교에서 6학기 이상 수업을 들어야 국내 외국인학교 입학이 가능하다. 그런데 B 씨의 자녀는 외국 생활 기간이 3년을 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시교육청은 B 씨 자녀가 이곳에서 수업을 듣는 것이 규정에 어긋난다고 보고 출교 처분을 요구할 예정이다.

학교 측은 두 처분 모두에 행정소송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학교 관계자는 “외국인학교는 국내에서 학력이 인정되지 않아 성적 때문에 교사에게 청탁할 필요가 없다. 외국인학교의 입학 규정 또한 한국인을 상대로 돈을 벌지 말라는 취지이므로 학교가 무료로 교직원 자녀에게 수업을 제공하는 것 역시 규정을 어겼다고 볼 수 없다”며 “과도한 처분에 대해서는 소송을 통해 시비를 가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