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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피해자 두번 죽이는 들쑥날쑥 산재 심사…“병원도 못 밝히는 병명 특정해야 승인?”

코로나 백신피해 리포트 시즌2 <9>

백신 후유증 특수성 고려 시급

'선 승인 후 보상범위 특정' 등 융통성 필요

제각각 신청 결과에 심사 일관성 의심도

'선택 여지 없이' 접종한 이들 산재 인정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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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나 직장의 요구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후유증을 겪는 이들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을 신청했으나 미승인 되는 경우가 많아 “백신 피해자를 두 번 죽인다”는 불만이 나온다. 미승인 사유의 상당수가 ‘병명이 불확실하다’는 것인데, 의료기관조차 백신 피해자의 질환을 특정할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인 데다 복수의 질환이 진단되는 경우 하나의 병명을 확정하기도 쉽지 않아 백신 피해자의 현실을 고려한 산재 심사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광범위한 산재 심의 주체가 다양한 백신 후유증 사례를 심사하면서 그 기준과 결과가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질병 특정 어려운 백신 후유증 특수성 고려 시급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가족인 A 씨는 10일 “아들이 백신을 맞고 여러 병증이 생겨서 다양한 진단을 받았다” 며 “그런데도 한 가지 진단명만으로 산재 신청을 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A 씨 아들은 2021년 병원 작업치료사로 근무 중 직장의 요구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고 이상 반응이 생겨 지금까지 신체 마비와 통증, 호흡곤란 등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

하지만 치료를 맡은 병원들이 명확한 진단을 하지 못했고, A 씨는 지난해 아들의 병명 특정 없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승인 신청을 해 불승인 통보를 받았다. 당시 공단 측은 “직장 내 백신 접종 강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접종과 이상 증상 간에 시간적 개연성이 인정된다”면서도 “접종과 질병 간에 인과성을 인정할 수 없어서 산재 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증상이 특정되지 않은 접종 이상 반응은 산재 요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2021년 병원 작업치료사로 근무 중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후유증을 겪고 있는 남성.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가족 제공
이후 A 씨 아들은 병원으로부터 길랭-바레, 횡단성 척수염,밀러피셔 증후군 등의 신경계 질환 진단을 받은 데 이어 최근 근무력증 진단까지 받았다.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재심 청구를 했는데, 당시에도 병증을 특정하지 않았다. 새롭게 병명을 특정해 산재 심사를 받으려면 재심이 아니라 새로운 심사를 청구해야 하는데, 복합적인 부작용을 겪는 상황에서 특정 질환에 대한 구제만 받는 게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 씨 부자(父子)는 지난 8일 담당 노무사와 산재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 심리회의에 출석했다. A 씨는 위원회에 “의료진도 백신 부작용의 구체적 병명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백신 접종 피해자에게 산재 인정을 받으려면 명확한 병명을 제시하라고 산재 증명 책임을 지우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질병청보다 더 엄격한 심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라고 항의했다. 그는 또 “길랭-바레 증후군은 인정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이 진단명으로 다시 산재 신청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백신 접종으로 부작용을 겪는 사람은 한 명인데, 그 진단명에 따라 산재 판정 결과가 달라진다면 정말 보건 행정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 건물 전경. 국제신문DB
●‘선 승인 후 보상 범위 특정’ 등 융통성 발휘도 대안

지난해 3월 공단의 코로나19 백신 후유증 산재 심사 결과를 보더라도 전체 30건의 신청 건 중 불승인된 20건에서 8건의 판정 사유가 ‘명확히 신청 상병이 진단됐다고 보기 어렵고’ ‘객관적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확인되지 않았고’ ‘발병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고’ ‘신청 상병이 명확히 확인되지 아니하고’ 등의 식으로 제시됐다.

A 씨 부자의 산재 신청을 도운 노무사는 “질병명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산재 신청 들어간 사례가 과거에는 없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벌어진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단 입장에서는 병명이 확정 안 된 상태에서 산재 승인이 나면 보상의 구체적 범위를 정하기가 어렵다고 본다”며 “이후 병원 치료나 후속 장애 등을 모두 고려하면 보상금이 엄청날 것을 우려해 병명 특정이 안 된 신청을 미승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병명 특정이 어려운 코로나19 질환의 특수성을 감안해 (병명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백신 접종과 업무의 연관성이 인정되면 산재 승인하고 보상 범위는 추후 판단하는 별도의 행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광범위한 영역 제각각 신청 결과에 심사 일관성 의심도

다양한 영역 종사자의 백신 피해에 대해 광범위하게 산재 판정이 이뤄지다 보니 그 결과도 달라 산재보상보험심사위원 심사의 일관성을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백신 접종 뒤 횡단성 척수염 진단을 받고 숨진 간호사는 질병관리청의 인과성 심사에서 4-1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산재 승인을 받았는데, 같은 4-1 판정을 받은 다른 백신 이상 반응자들은 산재 승인을 받지 못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 4-2 판정 받은 공무원이 공무상 재해로 인정 받고, 4-2 승인 받은 간호조무사도 산재 승인을 받았으나 같은 판정을 받고도 산재를 인정 받지 못한 사례도 많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백신 이상 반응을 호소하는 공무원의 공무상 재해 인정 처리가 일반인의 산재 승인 처리보다 쉽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노무업계 관계자는 “실제 백신 피해자의 산재 신청을 돕다 보면 공무원 쪽 재해 승인이 일반인 산재 승인보다 좀 더 쉽게 나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며 “심사 측이 공무원이다보니 같은 식구보다 민간인 상대 심사를 더 엄격하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21년 3월 부산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치고 이상반응 관찰실에서 대기하고 있다. 국제신문DB
●‘선택 여지 없이’ 접종한 이들 이상반응 산재 인정 주장도

이 같은 의혹과 관련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의 강은미 의원은 근로복지공단에 ”백신 접종 후 발생이 인정되는 부상이나 질병의 산재 판정 결과가 공단 지사별로 다른 이유가 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공단은 “백신 접종 후 ‘선후 관계’만으로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면서 “백신 접종이 업무와 관련한 의무 사항인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경우 업무 수행이 불가능했는지, 백신 이상 반응자의 기저질환 여부, 백신 접종과 이상 반응 간 시간적 연관성 등을 사실 관계와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고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이에 정치권과 백신 피해자들은 의료 인력이나 병원 근무자, 노인 돌봄 종사자 등 직업상 선택의 여지 없이 백신을 접종해야 했던 이들에게 발생한 이상 반응에 대해서는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관계자는 “근로복지공단 내 일부 산재 처리 담당자 중에는 백신 피해자의 산채 처리 요청을 막무가내식 요구로 취급하는 이들도 있다. 마을버스를 운전하다가 백신을 맞고 다리에 이상이 생긴 한 회원은 절뚝거리면서 산재 재심 신청을 하러 갔는데, 담당 직원이 말까지 끊으며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한다”며 “이런 분들이 온당한 행정 지원을 받을 수 있게 정부와 정치권이 도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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