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하구 조례로 지원금 상향 뒷받침
- 다른 기초지자체도 지원 늘렸으면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월 중순, 부산 사하구에 사는 기초수급자 이모(82) 씨는 이웃 남성으로부터 아무런 이유 없이 8차례 폭행당했다. 폭행으로 이 씨는 안면부가 골절되는 등 심각한 상해를 입었다. 사고 후 병원 4곳을 전전하며 수술여부를 문의했지만 병원에선 상해사건은 의료보험 적용이 힘들다며 수술에 난색을 표했다. 피해자 이 씨와 가해자 모두 치료비 지불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 씨는 안면부가 골절된 상태로 며칠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
| 강신혁 서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 이사장. |
이 씨의 딱한 사정을 사하경찰서 피해자전담경찰관이 알게 됐다. 경찰이 서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서부센터)와 긴급회의를 한 끝에, 서부센터에서 수술비와 치료비 전액을 병원에 지원하겠다고 하면서 수술을 할 수 있었다.
수술은 강동병원 원장인 강신혁(78) 서부센터 이사장이 했다. 서부센터는 의료비 지원뿐만 아니라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그에게 심리치료비도 지원하고 있다.
8일 수술을 집도한 강 이사장을 만나 범죄피해자 지원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2017년 부산지검 서부지청 개청 후 서부센터 이사장직 제안을 받았다. 경희대 의대 교수를 거쳐 고향 부산에 내려와 강동병원을 운영하던 그는 이전까지 부산지검 ‘법사랑위원’의 의료계 대표로 범죄예방운동 활동을 20년 가까이 해 왔다.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만큼 지역에 기여하는 활동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강 이사장은 “법사랑위원 활동을 하며 수많은 범죄피해자를 만났다. 그들이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사장직을 맡게 되면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고심 끝에 수락했다”고 말했다.
강 이사장은 범죄피해자에 대한 공적 지원이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범죄피해자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 범죄피해자 보호법 상 국가는 범죄피해자 보호·지원을 위해 필요한 재원을 조달할 책무가 있다. 다만 구체적인 금액이 적시돼 있지 않아 지자체에 지급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 그는 “상당수 기초지자체가 재정이 열악해 추가 지원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일부 구의 지원금에 비해 센터 지원 금액이 많은 곳도 있다”며 “지자체 지원액이 소폭 증가한다면 범죄피해자들에게 부족함 없이 지원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 이사장은 최근 통과된 ‘사하구 범죄피해자 보호조례’가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사하구는 서부센터에 1년에 800만 원씩 지원했는데 조례에 ‘적정 지원금 확보·집행 수립’ 시행항목을 넣어 지원액을 상향할 근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실상 우리 업무는 국가·지자체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는 것”이라며 “선제적으로 지자체 의무를 조례에 넣어 정부의 실질적 책임을 부여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초지자체의 실효적 지원이 이뤄지는 곳이 많지 않기에 강 이사장은 다른 민간단체 재원 발굴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 사회단체와 협약을 맺었다. 정부 움직임이 미미한 만큼 힘이 닿는 대로 민간의 지원을 받아서 범죄피해자를 돕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