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정밀조사 결과 신뢰도 잃어
- 동래구, 온천천 산책로 균열에
- 영향 측정 전문장비 설치 촉구
- 발파 구간 인근 북구민도 불안

지난달 25일 발생한 대심도 토사 유출 사고(국제신문 지난 1일 자 1면 등 보도) 이후 부산시를 향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기존 대심도 공사와 관련된 민원에 시달렸던 기초지자체에서는 이번 사태 이후 시의 후속 대책 등을 믿을 수 있겠느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지난 2일 공개된 부산 동래구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대심도) 공사 현장 모습. 만덕~센텀 대심도 토사 유출 사고가 발생한 이후 주민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동래구는 최근 부산시 건설본부에 온천천 카페거리 일대 산책로 균열 지점에서 진행한 정밀 조사(GPR 탐사) 이외에 추가 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앞서 건설본부는 온천천 산책로 일대 균열에 대한 시민 불안이 높아지자 지난달 6일 ‘이곳 지하에 빈 공간이 측정되지 않아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책로를 조성한 지 14년이 넘어 바닥재가 노후화했기 때문에 표면에 균열이 생기는 건 일반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는 시의 정밀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GPR 탐사는 지표면 아래 전파를 쏴서 엑스레이를 찍듯 눈에 보이지 않는 빈 공간을 발견하는데, 측정 깊이가 지하 1~1.2ｍ로 얕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구는 온천천에 오염물질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는 비점오염저감시설의 균열(국제신문 지난 1월 18일 자 3면 보도)로도 시와 마찰을 겪고 있어 대심도 공사가 온천천 일대에 미치는 영향을 측량할 수 있는 전문 장비 설치를 촉구했다.

구 관계자는 “고작 지하 1~1.2ｍ만을 계측해놓고 땅 밑 60ｍ 아래 공사하는 대심도와 무관하다는 건설본부의 결론은 믿기 힘들다. 지하 중간 구간에 물이나 모래가 흘러 꺼지지 않았는지 범위를 넓혀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토사유출 사고 지점과 가까운 북구 만덕2동 주민도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대심도 발파 구간 인근인 만덕2동 주민은 지난해 8월부터 지난 1월까지 6개월 동안 소음과 진동 피해를 겪었다고 주장한다.

만덕2동 정일영 주민 대표는 “대심도 발파 진동 탓에 창문과 창틀이 다 뒤틀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소리가 난다. 최근 토사가 유출되는 사고를 접하고 나서는 무서워서 밤잠을 설친다”며 “시는 발파 기준치 이하로 공사를 해 괜찮다고 말하지만 믿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대심도 사고를 계기로 시 행정을 향한 불신이 확산함에 따라 그간 안일한 대처로 행정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지적도 있다. 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시는 시민 편의를 위한 인프라 시설을 짓는다면서 정작 발파 소음과 진동으로 피해를 본 시민을 안심시키는 기본적인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이번 사고도 늑장 발표 등으로 불신을 자초한 면이 커 향후 시 행정 전반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기가 늦어지고 비용이 더 들어도 대책 마련을 확실히 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