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조업 왕국’인 경남 김해시에 기업체 투자가 몰리지만 신규 산업단지를 때맞춰 마련하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 관련 민원이 폭주하고 예정지 대다수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였기 때문으로, 자칫 성장세가 꺾이지 않을까 우려된다.

김해시의 먹거리 산업으로 부상할 대동면 일대 대동산업단지 조성 현장. 김해시 제공

22일 김해시에 따르면 지역에는 대형 산단과 소규모 업체서 추진하는 개별 산단이 여러 곳 추진 중이지만 기업이 입주하기까지는 시차가 있어 현재 사실상 포화상태에 도달했다. ㈜대동첨단산단SPC가 추진하는 대동산단은 280만 ㎡에 1조4000억 원을 들여 추진하는데 1~2년 내 부지조성 공사가 끝난다. 280개 첨단 기계·물류 업체가 대기할 정도로 인기다. 추가로 다른 기업이 입주할 여지가 없는 셈이다.

이외 개별 산단도 완공된 곳은 입주가 대부분 끝난 상태다. 조성 작업이 마무리돼 가는 산단도 있지만 규모가 작다 보니 대규모 기업 유치에는 한계가 있다. 명동산단(26만 ㎡)은 2019년 부지가 준공돼 상당수 업체가 입주했다. 생림 나전1(6만8000㎡)·2산단(12만2000㎡)도 업체가 거의 다 입주했다. 신천산단(24만5000㎡)은 오는 6월까지 80% 조성을 마치는 등 순조롭다. 규모가 큰 테크노2산단은 89만4000㎡ 부지의 산단을 조성하기로 했지만 주변 상·하평 주민이 편입을 요구해 추진이 늦춰진다. 조성비가 4100억 원에서 6000억 원으로 뛰기 때문이다.

이런 실정을 타개하기 위해 시는 지난해 8월 정부에 김해융복합국가산단(240만 ㎡) 승인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시는 조만간 승인이 날 것으로 기대하지만 개발제한구역 해제, 보상 등을 거쳐 조성하기까지 줄잡아 10년은 걸릴 수 있다. 기업체 유치로 이어지기엔 시차가 많이 난다.

산단 부지 확보가 ‘동맥경화’를 겪으면서 모처럼 활발해지는 투자 분위기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해는 공항, 신항만 등이 있고 부산과 창원이라는 대도시에 인접해 수년째 ‘투자유치 그래프’가 가파른 상승세다. 기업체 직접 투자는 2018년 4건 1200억 원에서 지난해 31건 3조900억 원으로 금액 기준 무려 25.8배나 껑충 뛰었다.

이와 관련해 시는 단기적으로는 민간 사업자와의 협의를 통해 테크노2산단 조성이 조속히 추진되도록 힘을 보태고, 중장기적으로 동북아물류플랫폼 조성에 전력을 쏟기로 했다. 부산과 공동 추진하는 이 사업은 첨단산단이 포함됐고 면적만 2970만㎡에 달하는 매머드급이다. 김해시 관계자는 “벽두부터 기업체의 투자 문의가 잇따르지만 산단이 없어 걱정도 커진다”며 “보상 민원 장기화와 풀기 어려운 그린벨트 용지라는 점이 ‘공급 체증’을 부른다. 투자 분위기가 냉각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해는 제조업체가 7500여 개에 달하는 중소기업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