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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산복도로…위태로운 일상들

영도…먼저 온 부산의 미래 <12> 도로 인프라 확충 요원

  •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조성우 수습기자 박수빈 수습기자
  •  |   입력 : 2023-02-19 19:15:06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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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여울마을~봉래~청학 ‘하나길’
- 도로 폭 좁고 불편해 주민 불만
- 가파른 경사 많아 운전자도 고역
- 일부 보행로마저 없어 위험천만
- 버스노선 많아도 못닿는 곳 다수 

부산 영도구는 부산에서 유일하게 도시철도 역사가 없다. 버스는 암벽 등반 수준의 급경사 도로를 곡예 운행한다. 열악한 교통 환경은 낙후한 교육 환경과 함께 급격한 인구 유출을 불러와 소멸을 앞당기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가용토지가 좁아 공영 주차장 확보도 쉽지 않다.

■“60년째 그대로인 산복도로”

좁아 버스 교행도 힘든 길- 부산 영도구의 중추 산복도로인 하나길에서 마주오는 시내버스가 힘겹게 교행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영도구 간선도로는 육지에서 연결되는 남항동(남항대교)과 대교동(영도대교·부산대교)을 제외하곤 크게 3개다. 부산항 쪽으로는 영도로 진입해 영도구청을 지나 태종대까지 이어지는 태종로와 해안가를 따라 이어진 태종대까지 연결되는 해양로가 있다. 남항 쪽으로는 흰여울문화마을을 따라 부산남고등학교까지 가는 절영로가 대중교통의 실핏줄 역할을 한다. 동쪽의 태종로와 해양로에 비해 서쪽의 절영로는 왕복 2차로다.

간선도로 외에는 사실상 모두 산복도로다. 이 중 흰여울문화마을에서 부산영상예술고와 남도여중(신선동2가)을 지나 봉래동·청학동(청학1치안센터 앞)까지 연결된 하나길은 봉래산 허리를 감싸고 돈다. 하나길을 중심으로 고도가 더 높은 봉래로가 있다. 청학동 쪽 하나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청학북로와 청학서로가 연결된다. 고신대 영도캠퍼스 앞을 지나는 와치로는 영도에서 고도가 가장 높은 도로다.

하나길은 왕복 2차로인데도 일부 구간은 시내버스가 교행하기 어려울 만큼 도로 폭이 좁다. 70대 한 주민은 “60년 전 남도여중을 다닐 때나 지금이나 도로 사정이 그대로다. 내 기억이 멈춘 것은 아닌지 의심할 때가 있을 정도”라며 “인구가 많았을 때는 산복도로 주변부터 골목 골목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도로가 미어터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내버스가 다니는 길 중에 이렇게 좁고 불편한 도로가 또 있을까. 그동안 우리 동네 국회의원과 구청장들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직접 운전해서 여기를 지나든가 아니면 내려서 한 번이라도 걸어보라”고 성토했다.

■사다리길 경사에 “도로에 매달린 듯”

골목길 나오자 바로 차도- 하나길을 운행하는 시내버스가 급경사 골목길을 오르는 주민 앞으로 지나고 있다. 이원준 기자
하나길에서 뻗어나간 지선 형태의 산복도로 경사는 보행자나 운전자 모두에게 악명 높기로 유명할 만큼 가파르다. 이 가운데 남항시장길과 새천년길·한결길·봉래언덕길은 15도 안팎의 급경사 도로다. 운전자들이 “차가 도로에 매달려 있는 느낌”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게다가 하나길로 올라오는 급경사의 골목길도 위험천만하다. 이 곳의 골목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듯한 경사길이다. 보행로도 열악하다. 하나길은 신선동에서 청학동 방면 도로를 따라서는 좁지만 보행로가 있는 반면 반대편으로는 보행로가 없다. 주거지도 급경사에 형성돼 있다 보니 보행자가 골목에서 산복도로에 올라오는 순간 주행 중인 차량과 맞딱뜨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운전시야 가리는 급경사- 영도구에서 가장 가파른 경사길인 해돋이마을 일대 교차로를 자동차들이 지나는 모습. 이원준 기자
60대 한 여성은 “10대 소녀 때 길이 그대로다. 변한 게 없다. 골목길을 나오자마자 보행로가 없어 코 앞으로 시내버스나 마을버스가 지나니 늘 긴장한다. 초보나 음주 운전자에게 봉변을 당할 걱정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우리야 그러려니 하고 살지만 여기서 살다가 떠난 얘들은 ‘2023년에도 이런 데가 있나’면서 올 때마다 위험하다고 기겁을 한다”고 전했다.

하나길 위의 산복도로인 봉래길과 청학서로·와치로가 만나는 해돋이마을 일대 교차로는 급경사길의 결정판이다. 하나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봉래산 방면으로 청학서로를 따라 와치로와 봉래길이 만나는 교차로까지 올라오는 길은 ‘죽음의 경사’라 불린다. 성인 남성이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마치 굴러갈 듯한 아찔한 수준의 기울기여서 안전사고에 노출된 곳이기도 하다. 40대 한 여성 관광객은 “유명 커피숍을 방문하려고 찾았다가 스키장에나 볼 정도의 경사길에 기겁을 했다. 신호등도 없는 데다 너무 가파르다 보니 위쪽에서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도 모르겠더라. 대충 감으로 올라가야만 했다. 특히 경사길에서는 차가 뒤로 밀리거나 뒤집힐까봐 식겁했다. 두 번 다시는 못 갈 것 같다”고 토로했다.

국제신문 취재진이 영도구 광명고 옆 급경사길을 따라 내려가고 있다. 이원준 기자
취재진과 만난 택시기사들도 혀를 내둘렀다. 60대 택시운전사 A 씨는 “급경사나 급커브 오르막길에서는 전적으로 도로 반사경에 의존해서 운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사가 너무 급해서 그런가 반사경에 사각지대도 많다”며 “내리막길은 운전석에서 신호등이 잘 보이질 않아 수직낙하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의 ‘태종대 관광 종합개발 계획 보고서’를 보면 영도구 전체 면적 14.13㎢ 중 경사가 10도 이하인 곳은 5.75㎢(40.7%)다. 10~20도는 3.82㎢(27.0%)에 이른다. 20~30도는 2.83㎢(20.0%)로 나타났다. 보고서에는 “남항동 대평동 대교동 등 초입과 동삼매립지 등 시가지, 상업지역, 해안가 주변 공업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급경사지로 이뤄져 가용 토지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도로 형편을 감안하면 부산에서 상당한 경사길로 인식되는 해운대구 반여·재송동과 동구 서구 중구의 원도심보다 영도구의 경사가 훨씬 더 심하다.

■시내버스 20개 노선 못 살리는 인프라

집배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부산 영도구의 좁은 골목길을 지나고 있다. 조성우 수습기자
부산대교와 영도대교를 거쳐 영도구를 다니는 시내버스는 18개 노선으로 적지 않다. 여기에 부산항대교를 거쳐 해운대까지 오가는 급행버스 노선(1011·1006번)을 더하면 영도구의 시내버스 노선은 총 20개다. 마을버스 노선도 4개다. 이 때문인지 부산시의 ‘대중교통 만족도’ 조사에서 영도구의 지수는 16개 구·군의 평균(0.774)보다 높은 0.792를 나타냈다. 부산 대중교통망의 중심인 부산진구(0.741)보다 높았다.

반면 시내버스가 다닐 도로가 몇 곳 되지 않아 중복 노선이 많은 건 약점이다. 도로 인프라가 절대 부족해 시내버스가 닿지 못하는 고지대 주거지도 상당하다. 경성대 신강원(도시공학) 교수는 “산복도로 특성상 도로 확장이 쉽지 않다”며 “시내버스 노선을 더욱 촘촘하고 세밀하게 재편해 사각지대를 막아야 한다. 특히 고령자를 위한 저상버스 집중 투입과 배차 간격 단축으로 서비스의 질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차장 확보도 쉽지 않다. 최근 영도구가 신선2동 공영주차장(25면)에 ‘영도구 가족생활지원 복합센터’를 설치하려 하자 민원이 빗발쳤다. 공영주차장이 사라지면 주차난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주민은 “지금도 주차 공간을 찾아 장시간 좁은 골목길을 돌거나 원정 주차까지 가야 하는 운전자가 상당수”라고 전했다. 인구 유입을 위한 정책이 현재 정주인구의 반대에 부딪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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