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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음지생활 청산, 홀몸노인 도시락 배달 천사로 훨훨

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20> 김유태 ‘숲 봉사회’ 회장

  • 고영삼 동명대 교수
  •  |   입력 : 2023-02-07 19:17:12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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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유태파 보스로 9년 옥살이
- 독방서 인생 방향성 심각한 고민
- 출소 후 30명 모아 봉사회 결성
- 동구 노인 30가구에 음식 배달
- “위선” 의심받아도 8년째 계속

- 상담법 공부위해 대학 편입 계획
- “가출 청소년들에 꿈 심어주고파”


◇ 김유태의 인생Tip

한결같이 겸손함을 유지하고 사람의 마음을 얻어라
김유태(왼쪽) 숲 봉사회 회장이 봉사활동을 마치고 회원들과 함께 배달차량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세월은 깡패다. 세월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그래서 어떤 이의 인생이모작기 진입은 과거와의 단절이고 생활의 절단이다. 혁명이다. 여기 무정했던 시절을 단속하고 완전 새로운 이모작기로 진입한 이가 있다. 바로 그 유명한 조직폭력 유태파의 두목 김유태. 그는 40여 년의 음지 생활을 접고 8년째 지역 노인들을 돌보고 있다. 필자는 그의 인생의 메시지가 궁금해 6개월간 정성을 들인 끝에 인터뷰에 성공했다.



-안녕하세요? 지금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동구에 거주하시는 저소득층 독거노인들에게 라면 달걀 과일 반찬 등을 배달해 드리고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 30여 가구의 어르신들에게 드리고 있습니다.



필자는 사실 이번에 약간 평범치 않은 마음으로 나갔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그 유명한 조폭의 전설을 만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항구도시 부산에는 과거에 조폭들이 유명했다. 오늘 만나는 김유태 씨는 부산의 20여 개 조직 중 칠성파와 함께 양대 산맥이었던 유태파의 보스였다. 이제 그가 세월 속에 다른 인생이모작을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 만남을 청한 것이다. 그런데 찻집에서 마주 앉은 그의 첫인상은 예상과는 달랐다. 마음씨 좋은 초로(初老)의 이웃이었고 봉사활동에 전념하고 있었다.



-봉사생활 얼마나 되셨나요?

숲 봉사회가 지역 노인들에게 매주 월요일마다 직접 배달하는 식품들.
▶약 8년 정도 되어 갑니다. 59세인 2015년 6월 2일부터 시작했습니다. 범일동 조방앞에서 갖가지 직업으로 개미처럼 살고있는 사람들과 뜻을 함께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활동 전에는 어떻게 생활하신 건가요?

▶저의 과거 생활이 궁금하시군요. 1956년 동구 범일동에서 태어난 저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동네 체육관 주변에서 휩쓸려 다녔습니다. 그러다 21세 정도였습니다. 조직생활을 하던 선배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 동생들이 부당히 희생되고 있어 선배와 다투었습니다. 그 사건으로 1989년 살인미수라는 죄명으로 구속되었는데, 검찰에서 저를 유태파 보스 김유태라고 칭하더군요. 저는 조폭의 보스였지만 아우님들을 한 번도 무력으로 이끌지 않았습니다. 공감을 아주 중요하게 하다 보니 부산의 최고조직이 되기도 했죠. 약 40년 정도 조직 생활을 한 것 같습니다. 그중 4차례, 약 9년의 옥살이도 했습니다.

-그런데 봉사횔동은 어떻게 하시게 되었나요?

▶감옥에 4번째 들어간 3년 6개월 동안 독방에서 인생의 방향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이 사회로부터 받은 빚을 갚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직의 아우들을 보살피는 일도 중요하지만 사회에 기여하는 삶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또한 남겨둔 80대의 노모, 고생하는 아내, 아이들, 손주들도 생각해야 했고요. 출소 후 2014년 가을에 지인들과 경주에 갔습니다. 그곳 금오산 정상에서 뜻맞는 분들과 결의했습니다. ‘누구나 과거는 있다. 어두운 과거는 뒤로하고 세상 밖으로 나가자!’ 라고요. 그해 겨울 어색해하면서 노인들에게 첫 봉사활동을 간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인생이모작기에 살아온 방향으로 더 깊이 빠져들거나 아예 전향을 한다. 유달리 독서를 즐겼던 김유태는 전향을 택했다. 그는 4번에 9년의 감방 생활 중 어떤 때는 하루 한 권씩의 책을 읽어냈다고 한다. ‘몸은 멈추었지만 생각은 멈추지 않는다’는 잠언을 늘 되새겼다고 한다. 무엇을 읽었는지를 물어보니, 안병욱 김형석 박경리 조정래 등 술술 꿰었다.



-잘 맞던가요? 살아온 세계가 달라 힘들지 않던가요?

▶전혀요. 오히려 방문 첫날 단번에 ‘나에게 꼭 맞는 활동’이라는 확신이 들더군요. 그래서 2015년 6월에는 아예 30명을 모아 ‘숲 봉사회’ 단체를 결성했고, 동구 지역의 독거노인 30가구에 도시락을 배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운영하는 음식점 주방을 활용해 회원들과 음식을 직접 한 것이었습니다. 코로나가 터진 이후 도시락 음식 배달은 라면 달걀 반찬 등으로 축소되었지만 한 번도 빠지지는 않았니다.

-음식 비용은 어떻게 조달하시나요?

▶모두 자체 조달합니다. 20명의 회원이 내는 회비와 가까운 지인들이 주는 돈을 합하여 매달 모이는 200만~300만 원 정도의 예산으로 해왔습니다. 지자체나 기업의 지원을 한 번도 받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음식을 나르는 운반 차량이 없어 힘들었지만, 지금은 가까운 독지가가 도와주셔서 너무나 감사하죠.

-거의 8년의 기간이니 간단치 않은 세월인데요?

▶짧은 세월은 아니지만 어렵지 않았습니다. 욕심이 적으면 근심이 적다고 했지요. 욕심 적은 사람들이 모여 더 어려운 노인을 도우니 보람이 가득해지더군요. 부산 동구 의회 8대 의장을 지내셨던 김성식 초대 회장, 6년째 총무를 맡고 있는 장성준 전 동구청년연합회장, 오세택 회원 등 전체 회원들의 헌신 덕분입니다. 우리들끼리는 형제 이상으로 가까워졌고요. 지난 조직 생활 때의 사람은 여기 한 명도 없습니다. 이제 우리들은 독거노인들에게 ‘월요일의 남자’로 소문나 있습니다.(웃음) 월요일에 배달방문을 하기 때문이죠.



그의 봉사활동은 몇 년 전 국회방송과 중앙일보에 보도된 적이 있다. 보도 후 칭찬 격려가 더 많았지만, 그의 활동이 거짓이나 위선이 아닌가 하고 보는 시선이 있었다 한다. 그는 따가운 시선은 채찍으로, 칭찬은 당근으로 생각하고서 뚜벅뚜벅 양지를 향해 걷고 있다. 인생일모작기의 도덕적 무게를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인생에 무엇을 하시고 싶으신가요?

▶가출청소년들을 돌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교정복지 일을 하고 싶습니다. 수형 중인 사람들의 욕구와 상황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저만해도 한국전쟁 이후 저의 태어난 곳이 그러하다 보니 음지생활로 들어갔을 뿐입니다. 지금은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 저의 의지대로 살고 있지요. 역시 일반 전문가도 만나기 힘들 만큼 나빠진 아이들을 일으켜주고 싶습니다. 그들의 불안과 절망을 감싸 안고서 변화에의 진정한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싶습니다.

-실질적 준비를 하고 계신거죠?

▶독거노인 봉사활동 중 많이 부족한 저 자신을 깨닫게 되었고 그래서 1주일 다니다가 자퇴했던 고등학교를 다시 들어가 졸업했습니다. 저를 혹독히 변화시켜야 했습니다. 2019년에는 부산경상대학교에 입학하여 복지학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곧 4년제 대학에 편입할 것입니다. 청소년 상담법을 공부하여 전문적인 계도를 해주고 싶습니다. 저만큼 어두운 생활을 했다가 상담복지를 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배달 봉사를 하던 날 거의 사망 직전의 노인을 문을 따고 들어가 병원에 이송시킨 적도 있습니다.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계신 노인들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코로나도 끝나가니 좀 더 도울 수 있으려면 숲 봉사회도 법인 등록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에게 꿈은 저마다 타이밍이 있다. 그에게는 봉사의 꿈이 59세부터 아주 늦게 열렸다. 전쟁 후 피난민들이 빠져나간 부산 동구 지역에 태어나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휩쓸린 삶이 60년을 왔다. 비록 음지 세계였지만 사람 관계에서 정도와 의리를 지키니 따르는 아우들이 많아 두목까지 되긴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드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동안 인생의 진실을 보는 눈도 더 깊어진 듯하다. 운명의 순리와 역행을 경험하니 세상을 보는 눈도 더 확장되었다. 중국의 고서 전국책에는 ‘욕심이 같은 자는 서로 미워하고 걱정이 같은 자는 서로 친하다’는 말이 있다. 그는 세상의 욕심으로부터 벗어나 독거노인들과 불우한 청소년들의 걱정을 떠안고 그만의 인생이모작을 개척한다.


▶부산 동구 지역 노인생활 TIP

-‘조방앞’으로 유명한 동구는 고령화 대비 복지예산의 증대가 긴급한 곳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고령화율 21.5%로 전국 7대 대도시 중 유일하게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부산에서, 동구는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28%로 영도(30%), 중구(29%) 다음으로 높다.

-동구 지역은 고독사의 원인이 되는 독거노인도 많다. 2022년 동남지방통계청에 의하면 동구의 1인 가구는 39%로 중구(48.8%)에 이어 2위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부산 1인가구 44%는 ‘고립으로 인한 외로움’을 호소했으며, 65%가 ‘아프거나 위급할 때 혼자서 대처하기 어려움’을 경험했다고 한다. 또한 질병관리청(2022년)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수가 부산이 67명으로 전국 1위였는데, 동구의 사망률은 서구에 이어 2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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