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연휴 뒤 첫 출근길에 나선 오모(35·부산진구 부암동) 씨는 휴대전화에 표시된 기온이 영하 10도(최저기온 영하 12도)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패딩 점퍼는 물론 모자와 부츠까지 중무장을 하고 집을 나섰지만 강풍이 불어대는 바람에 걸음을 옮기기조차 힘들었다. 오 씨는 “부산에서 30년 넘게 살았지만 영하 10도를 본 기억이 있나 싶다”며 “다들 두꺼운 옷을 입고 나와 버스 안은 더 복잡했다. 강추위 탓에 입에서 절로 ‘춥다춥다’를 반복하게 된다”고 혀를 내둘렀다.

전국적으로 한파가 기승인 이날 부산기상청에 따르면 부산의 체감온도는 오전 7시30분 영하 20.9도까지 떨어졌다.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한파주의보는 이날 오후 2시를 지나면서 해제됐지만 최고기온 역시 영하 0.4도를 기록할 만큼 추었다.

전날부터 이어진 기록적인 한파는 시베리아에 쌓였던 북극 한기가 우리나라로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발생했다. 부산기상청 관계자는 “북서쪽에서 차가운 대륙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우리나라로 찬 공기가 크게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고 있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는 주요 원인은 지구온난화가 꼽힌다. 급하강한 기온은 26일 낮부터 차차 회복돼 27일 오전에는 평년보다 높은 수준으로 예보됐지만, 곧바로 다시 찬 공기가 남하해 28일까지 평년보다 낮은 수준을 보일 예정이다.

이날도 부산 곳곳에선 한파와 강풍 영향으로 수도관이 터지고 유리창이 깨지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25일 오후 2시 기준 사흘간 한파와 강풍으로 인한 피해신고가 79건 집계됐다고 밝혔다. 인명 피해는 없다. 수도관 동파 피해는 속출했다. 이날 오전 6시31분 금정구 장전동 배관이 터져 골목길이 얼어붙었고, 낮 12시44분에는 북구 구포동 물탱크가 터져 일대 골목길이 얼음 바닥이 됐다. 인근 주택의 수도관에도 누수가 발생하면서 도로가 얼어붙었다. 소방은 결빙 구간에 차량 이동을 통제하는 한편 염화칼슘을 살포하는 등 안전 조치에 나섰다.

부산에서 쉽게 보기 힘든 고드름 위험 신고도 빗발쳤다. 중구 영주동 부산터널 입구와 도시철도 1호선 구서역 대합실 아래 등에 고드름이 달려있다는 신고가 들어왔고, 강풍에 건물 간판이 떨어지거나 주택가 수도가 어는 등 크고 작은 피해 신고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