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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희귀병에 전신마비…전담병원 없어 병원 전전

코로나19 발병 3년의 그늘

백신피해 리포트 시즌2<1>

치료비 부담에 아들 빚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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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백신 접종으로 어디까지 삶이 무너져야 하는 걸 까요? 백신 맞고 갑자기 돌아가신 분의 사연을 듣고 참 안타까웠습니다. 그런데, 백신 후유증을 안고 살아남은 이들의 고통도 만만치 않아요. 오랜 고생 동안 환자와 가족 모두 삶이 처참하게 망가졌습니다. 언제까지 지루한 고통이 계속될지 모르겠네요. 이젠 정말 지쳤습니다.”

2년 전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갑자기 병에 걸리거나 사지마비로 투병 생활을 시작한 이들은 고통을 호소한다. 이들의 상당수가 2021년 6월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독려하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접종을 서두른 이들이다. 하고 있는 일이나 생계를 이유로 백신 접종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시 충분한 임상을 거치지 않은 백신의 위험성이 부각되기도 했지만, 정부는 그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약속하며 국민의 접종을 독려했다.

코로나19 백신 피해자인 A 씨가 부산 사상구 한 재활병원에서 투병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가족 제공
그리고 2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48만 명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부작용을 신고했는데, 이중 2500여 명이 유명을 달리하면서 그 가정은 붕괴됐고 이 보다 더 많은 1만9000여 명이 후유증과 희귀 질환에 시달리며 매일 힘든 나날을 보낸다. 후유증 치유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도 큰데, 관련 피해 인정과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삶이 통째로 날아간 이들이 부지기수다. 새 정부 들어 코로나19 백신 피해자에 대한 폭 넓은 보상과 사례 인정을 약속했지만, 이마저 관련 행정부처의 지지부진한 대응으로 하세월이다. 그 사이 피해자와 그 가족의 삶은 백신이 남긴 고통에 하루하루 좀 먹고 있다.

국제신문은 이들의 사연을 매주 연속 보도로 알린다. 앞서 4부작 ‘코로나 백신 피해 리포트’를 통해 백신 접종 이후 갑작스럽게 숨지거나 질병이 생긴 피해자와 가족의 경황 없고 황망한 순간을 포착했다면, 후속 ‘피해 리포트’에서는 백신 접종 이후 처참하게 망가진 삶을 살아가는 피해자와 가족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2년 전 희귀병에 전신마비…전담병원 없어 병원 전전

“아버지께 얼른 회복하시지 못하면 더는 옮길 병원도 없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가족 모두 너무 지쳤어요. 내색은 안 하지만 환자 본인의 힘듦은 말해 뭐하겠습니까.” 2년 전 6월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이후 길랑바레 증후군에 걸려 사지가 마비돼 지금까지 회복하지 못한 A(64) 씨의 아들 B(38) 씨는 22일 “너무 힘들다”며 가족의 상황을 전했다.

통상 길랑바레 발병 이후 숨지지 않으면 6개월 이내에 마비된 몸이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A 씨의 가족 모두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A 씨의 몸 상태는 2년 전과 똑같다. 팔 다리의 사라진 신경세포는 돌아왔지만, 2년간의 재활치료 동안 마비된 근육이 회복되지 않아 사지가 움직이지 않는다. 호흡마저 제대로 되지 않아 기도 삽관 상태에서 부산 사상구의 재활병원에서 병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다 보니 환자의 몸과 마음 상태는 말이 아니다. 얼굴 근육이 마비돼 대화를 하기도 어려운데다가 식도 근육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정상적인 식사를 하지 못하고 위장에 연결된 관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한 지 오래됐다. 식도로 넘어가야 할 물이 기도로 넘어가 폐렴에 걸린 것도 여러 차례다. 이런 환자들 대부분이 등이나 엉덩이에 욕창이 생긴다. A 씨 역시 2개월 전 재활병원에서 욕창이 악화돼 관련 전문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 치료를 받다가 최근 다시 재활병원에 입원했다.

지난 2년 동안 A 씨는 병원을 세 차례 옮겼다. 병원마다 장기 입원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세가 컸을 때는 큰 병원들이 감염 환자 수용을 위한 병실을 확보하느라 비상이 걸려 A 씨 같은 재활환자의 어려움은 컸다. 현재 A 씨는 간호사인 딸 C(36) 씨가 근무 중인 병원에 가까스로 입원해 재활 치료 중이다.

B 씨는 “발병 초기 아버지의 병증을 제대로 알지 못해 처음 접종한 병원에 이어 다른 병원에 가서 호흡 곤란이 온 뒤 길랑바레 판정을 받았다. 당시 의사는 ‘환자가 발병하고 4일 뒤 증세가 악화된 뒤 병원에 왔다. 자칫 돌아가실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며 위급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병증을 진단한 병원에서 아버지의 상태가 계속 호전되지 않자 더는 해줄 게 없다며 퇴원을 요구했다. 이후 다른 병원에 갔는데, 거기서도 오래 입원하기 쉽지 않아 현재 여동생이 있는 병원으로 옮겨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C 씨가 출산을 앞둬 병원을 그만 둬야 하는 상황에서 입원 기간도 오래돼 병원 측에서 퇴원을 재촉했기 때문이다. 긴 병에 효자도 없지만, 이를 제대로 도울 병원도 없는 것이다.

백신 피해자를 전문적으로 치료 할 전담병원의 광범위한 지정이 시급하다. 부산·경남권역 백신 피해자들이 찾아갈 재활 치료가 가능한 광역 병원도 경남 양산과 부산 사상구 등지에 몇 곳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곳도 장기간 입원 치료가 불가능해 환자의 어려움은 클 수밖에 없다. 급기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백신 피해자와 가족들이 백신 접종 이후 부작용 증세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장기 치료할 수 있는 전담 병원 지정을 지역자치단체와 보건 당국에 간곡히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이들 기관은 묵묵부답이다.

●오랜 치료비 부담에 아들은 빚더미

A 씨의 오랜 투병은 가족 모두에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무엇보다 경제적 부담이 크다. A 씨가 운영하던 기계 가공 공장은 운영을 제대로 못한 지 오래다. 2년간의 투병 동안 1억 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다. 앞서 정부로부터 최대 3000만 원 지원을 받을 수 있는 ‘4-1’ 백신 피해 등급 판정을 받았는데, 이후 치료에 든 비용을 인정 받고 환급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개인 빚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B 씨는 “아버지가 사지마비 환자라 하루 15만 원을 주고 개인 간병인을 쓴다. 5만 원까지만 정부가 간병인을 지원해 10만 원은 고스란히 환자 부담”이라며 “병원비 1000만 원 심사 받는데 5, 6개월 걸린다. 이런 식으로 3000만 원을 지원 받았는데, 그때마다 비슷한 시간이 걸렸다. 그 기간 부담은 빚으로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정부가 지원액 상한을 5000만 원까지 높이면서 B 씨는 또 1000만 원 지원금을 신청했지만, 이 역시 7, 8개월이 넘었는데 아직 받지 못했다. 질병관리청에 문의해도 담당자가 전화를 안 받고 지역 보건소는 질병관리청에 말해야 한다는 답변만 반복하는 등 행정도 A 씨에게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치료비 지원을 요청할 때마다 일일이 환자가 입증 자료를 챙겨서 제출하는 일을 반복하는 것도 문제다. B 씨는 “손 한뼘 두께의 A4용지 근거 자료를 약국과 병원 행정실을 오가며 준비한 뒤 제출해야 한다. 전산 통합 등을 통해 비슷한 수고를 줄여주면 좋겠다. 이렇게 힘들게 자료를 제출하면 지원이라도 빨리 해주면 좋는데, 그렇지 못하니 대출을 계속 받고 있다. 금리가 많이 올라 온 가족이 파산 지경”이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가정을 꾸린 30대 후반 가장으로서 아내에게 면목도 없다. 아버지 일로 동분서주 하는라 일을 제대로 하기도 힘들고 빚을 모두 떠안으면서 살림살이는 형편없어졌다.

전업주부였던 A 씨 아내도 환갑을 맞이한 해에 남편이 갑작스럽게 발병하자 생계전선에 뛰어들었다. 처음 남편을 위해 뭐든 하겠다고 먹었던 각오도 흔들린다. 남편의 재활이 오랫동안 진전을 보이지 않는 데다 아내마저 허리 통증 등 건강에 무리가 생기면서 지친 것이다. 가족 중 A 씨를 가장 가까이에서 챙기는 딸 C 씨도 힘들다. “긴병에 아버지가 나을 기미도, 의지도 없어 보이니까….”

누구보다 힘든 건 A 씨 본인이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간병인을 통해 “이렇게 살 바에 죽는 게 안 낫겠느냐”는 말을 간혹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전해 들은 자식들은 마음이 안 좋다. 안타까운 마음에 환자에게 “가족 모두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시는 날만 고대하고 고생한다. 마음 약하게 먹지 말고 치료를 잘 받으라”고 질책만 할 뿐이다.

이렇다 보니 B 씨는 아버지의 병증에 대해 4-1 판정을 한 정부를 상대로 소송도 고민 중이다. 발병 이후 A 씨는 주치의 진단을 토대로 지자체로부터 ‘심각한 장애’ 인정을 받았다. 앞서 정부는 백신 접종 이후 부작용으로 장애가 생긴 것이 인정되면 최대 4억 원가량을 지원한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A 씨는 그 대상이 안 된다. 4-1은 백신과 접종 이후 병증의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지만 관련 치료비 만 일부 지원하는 정부의 백신 피해 판정 등급이기 때문이다. B 씨는 “믿었던 정부가 백신 접종 이후 병이 생겼다고 100% 인정하지 않았다. 소송을 해야 하나 생각하지만, 그것도 비용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 자칫 소송을 걸었다가 지금까지 받은 지원에 나쁜 영향을 줄까봐 눈치도 보인다”며 “좀처럼 망가진 가족의 일상이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인다”고 서러움을 토로했다.

급기야 A 씨 같은 피해자들은 보건 당국과 지자체에 백신 후유증 환자 치료 전담 병원과 치료비 선지원 체계 마련 등이 시급하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관련 검토를 약속했던 부산시는 3개월째 묵묵부답으로 있다가 최근 지원 불가 입장을 밝혀(본지 지난 14일 온라인 보도) 피해자들로부터 “또 상처 만 받았다”는 원성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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