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부산 교육 현장에서] 학생 삐걱거림 포착해 성장 도와야

  • 김은규 만덕고 교사
  •  |   입력 : 2023-01-16 19:29:37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이달 초 1급 정교사 자격 연수에서 ‘회복적 생활 교육’을 주제로 강의했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존중 책임 관계를 중심으로 안전하고 평화로운 학교 공동체를 만드는 생활교육이다.

많은 학생이 코로나19로 인한 관계의 단절이 빚어내는 극도의 외로움을 겪고 있다. 그 외로움은 학교 부적응과 폭력으로, 심각하게는 자해 행위로 나타난다. 학교는 지식과 역량을 배우고 익히는 곳이지만, ‘자기 이해’를 위한 탐색의 공간이기도 하다. 어쩌면 진정한 배움과 성장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나다움이 무엇인지를 탐색하는 것에서 출발할지도 모른다.

이런 탐색은 본질적으로 관계 속에서 일어난다. 타자와의 부대낌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탐색 과정에는 삐걱거림이 나타나는데, 교사는 이 삐걱거림의 순간을 잘 포착해야 한다. 그 순간이 학생이 조금 더 괜찮은 사람으로 변화할 수 있는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학교에서 나타나는 주요한 삐걱거림은 사소한 반항이나 부적응의 경우도 있지만, 조금 더 심각해지면 학교 폭력으로 나타난다. 이 순간이 학생들의 변화와 성장을 돕는 ‘교육이 필요한 순간’이다. 하지만, 이번 1급 정교사 자격 연수에서 만난 선생님 가운데 학교 폭력 업무를 담당하는 선생님들은 비슷한 자괴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교육이 필요한 순간에 교육을 실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 폭력 사안을 다루는 절차의 문제가 크다.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교사는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관, 처벌을 판단하는 재판장 역할을 맡게 된다. 가해와 피해를 구분하고, 가해자에게 응당한 처벌을 하는 것이 학교 폭력 사안 처리의 뼈대이다. 이런 과정에는 교사로서의 역할이 너무나 제한적이기 때문에 업무를 맡은 교사들은 교사로서의 정체성 혼란을 겪기도 한다. 교사로서 뿌듯함을 느낄 일이 없이 자존감에 상처만 입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해 업무를 결정할 때, 학교 폭력에 관계되는 업무는 희망자가 거의 없다.

교사에게 학생은 다양한 교육활동을 통해 조금씩 나은 시민으로 성장할 가능성으로서의 존재다. 그 때문에 학교 폭력으로 나타나는 삐걱거림의 순간도, 자신을 이해하며 관계를 확장하고 안전한 공동체를 세우는 교육적 기회가 돼야 한다. 교육은 모든 순간에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학교에는 종종 학생과 교사의 교육적 만남이 필요한 순간도 앙상한 행정적 절차가 앞서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는 해당 학생들도, 업무를 지원한 교사도 성장과 자존감을 느낄 수가 없다. 교육이 실종된 셈이다. 학교에서 교육이 실종된 순간을 자각하는 것은 교사로서 몹시 괴롭다.

교육 행정이 사안 처리에 집중하기보다 교육적 만남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더욱 변화한다면, 학생들은 다양한 삐걱거림 속에서도 깊이 있는 배움과 성장으로 나아갈 것이다.

행정 언어교육의 언어로 가득한 부산 교육이길 바란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김재윤 금정구청장 임기 중 별세
  2. 2일광서 즐기는 동해 오션뷰…부산 새 랜드마크 ‘하이엔드 아파트’
  3. 3기초의회 배신표에 어부지리 의장 속출
  4. 4옛 한진重 부지, 해양관광호텔 개발 본격화
  5. 5고준위특별법 급한데…산자위에 부산의원 없다
  6. 6부산 원도심 지자체들, 종부세 폐지 반대 성명
  7. 7‘클래식 도시’ 이끌 핵심 기구…부산지역 공연장 질서 재편 눈앞
  8. 8발화 땐 연쇄폭발인데 안전매뉴얼 없어…부산도 110곳 점검
  9. 9[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41> 일본 대마도 고구마 ‘고오코이모’ 그리고 ‘센’
  10. 10[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83> 자신 회갑일에 어머니 그리며 시 읊은 통영 유학자 강시중
  1. 1고준위특별법 급한데…산자위에 부산의원 없다
  2. 2민주 부산시당위원장 후보 윤곽…지역선 “중앙당에 맞설 리더십 절실”
  3. 3尹 “북러 조약 시대착오…北 도발에 압도적 대응”
  4. 4국회 돌아온 與 원내 투쟁 선언…독주 부담 던 野 입법공세 박차
  5. 5與, 7개 상임위원장 수용…추경호 원내대표직 사의
  6. 6연일 ‘채상병 특검법’ 띄우는 한동훈…대립각 세우는 나경원·원희룡·윤상현
  7. 7[정가 백브리핑] 두 달 만에 6개 법 발의·입법준비…부산시 ‘국회입법 협력서비스’ 호응
  8. 8[단독] 한동훈 28일 부산 방문…영남권 공략
  9. 9“예의가 없어” “법 공부하시라” 말싸움·보이콧…상임위 파행
  10. 10이재명, 대표직 사퇴…연임 도전 수순
  1. 1일광서 즐기는 동해 오션뷰…부산 새 랜드마크 ‘하이엔드 아파트’
  2. 2옛 한진重 부지, 해양관광호텔 개발 본격화
  3. 3‘가성비’ 부산發 커피 브랜드 성장세
  4. 41000명 몰린 ‘부산슬러시드’…스타트업 허브도시 비상한다
  5. 5동남권 특화 1000억펀드, 유니콘 기업 키운다
  6. 6도금 40년 외길…자동차 부품 연간 1000만 개 납품
  7. 7데이터 산업 키우는 지·산·학
  8. 8외국인환자 다시 온다, 부산 작년 1만2912명…1년 만에 11.6% 늘어
  9. 9“조선업 인력난 해소, 전담팀 통해서 지원”
  10. 10삼성 ‘청년SW아카데미’ 고교졸업생도 수강 가능
  1. 1김재윤 금정구청장 임기 중 별세
  2. 2기초의회 배신표에 어부지리 의장 속출
  3. 3부산 원도심 지자체들, 종부세 폐지 반대 성명
  4. 4발화 땐 연쇄폭발인데 안전매뉴얼 없어…부산도 110곳 점검
  5. 5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54> 서평가 김미옥
  6. 6통영고 통학로도 확보 않고…공사차량 정문 ‘쌩쌩’
  7. 7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실종자 시신 추가 발견…사망 총 23명
  8. 8고온·수증기 겹치면 열폭주…배터리 다 타야 불 꺼져
  9. 9“집단성폭행 사건, 상처입은 분께 사죄” 20년 만에 고개 숙인 밀양시
  10. 10오늘의 날씨- 2024년 6월 26일
  1. 1롯데 손호영 전반기 아웃…노진혁이 히든카드?
  2. 2낙동중 축구부 쌍두마차…‘유로’ 맞대결 꿈꾼다
  3. 3이태리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유로 2024 16강 극적인 진출
  4. 4BPA 조정선수단 금 1·은 1 수상
  5. 5펜싱 코리아, 파리올림픽서도 금빛 찌른다
  6. 6‘효자’ 양궁·펜싱 기대…수영 황금세대도 금빛 물살 가른다
  7. 7‘민모자’ 양희영, 34살에 첫 메이저 퀸
  8. 8‘10초 프리즈’ 김홍열, 올림픽 간다
  9. 9퓔크루크 극장골…독일 16강 진출
  10. 1013점 차 열세도 뒤집었던 롯데, 결국 15-15 무승부
우리은행
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서평가 김미옥
글로벌허브…두바이서 배운다
두바이금융센터 위한 법도 제정…자율권 보장으로 미래금융 박차
  • 유콘서트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