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근 숙박시설 유일한 진입로
- 우회로 없어 車통제도 어려워
- 보행안전 확보방안 찾기 고심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인파 밀집 상황에서의 안전 관리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부산 해운대구의 최대 번화가인 구남로를 인파가 몰리는 시간대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인근 숙박시설의 유일한 차량 진·출입로로 구남로가 이용되면서 차량 통행 제한이 쉽지 않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 인근의 한 호텔에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인근 숙박시설의 차량 진·출입로로 구남로가 이용되면서 차량 통행 제한이 쉽지 않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9일 부산 해운대구에 따르면 해운대경찰서 중동지구대는 최근 구남로(490ｍ)를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해 달라고 구에 요청했다. 경찰은 이곳이 보도와 차도가 한데 뒤섞여 인명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구남로는 도시철도 2호선 해운대역에서 백사장을 잇는 대표 거리로, 주말 밤이나 축제 때 주민과 관광객으로 붐빈다.

경찰의 요청은 실제 지난해 11월 26일 오후 5시50분께 인도를 걷던 보행자가 인파에 떠밀려 차도로 넘어지면서 인근 승용차와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제기됐다.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이를 계기로 경찰은 구남로 또한 부산의 다른 번화가처럼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해운대구에 전했다. 현재 부산의 주요 거리 대부분은 인파가 몰리는 시간대를 골라 차 없는 거리로 관리되고 있다. 부산 최대 번화가인 서면은 2곳 총 260ｍ에 걸쳐 주말 오후 3시~밤 10시, 도시철도 1호선 부산대역 1번 출구~금정로 교차로 (270ｍ) 구간은 주말 오후 3시~밤 10시, 광안리해수욕장(830m) 구간은 주말 밤 9시~11시30분 차도가 인도로 사용된다.

애초 4차선 차도였던 구남로는 2017년 7월 도로 한가운데 폭 30ｍ 길이 490ｍ 규모의 문화광장이 조성되면서 문화광장 양옆으로 편도 1차선 차도와 그 바깥쪽에 인도(폭 8ｍ)가 설치됐다. 문화광장으로 진입하려면 인도에서 횡단보도를 통해야 하는데, 차도의 폭이 좁은 탓에 보행자는 종종 무단횡단을 일삼는다. 인파가 몰릴 때는 보도에서 내려와 차도로 걷는 보행자도 적지 않다.

해운대구는 이곳을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라비드아틀란·라마다앙코르 호텔 등 구남로가 유일한 차량 진입로인 신축 숙박 시설이나 오피스텔이 많아, 구남로의 차량 진입이 제한되면 이용객들이 시설에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세이브존 등 다수의 상업시설도 마땅히 차량 우회로를 지정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 때문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축제 때도 차량 진입을 막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일 3만7000여 명이 찾은 해운대해수욕장 해맞이 행사는 물론 지난해 11월 18일부터 열리고 있는 구남로 일대 빛 축제에서도 차량과 사람이 뒤섞여 움직이고 있는 실정이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시간제로라도 차 없는 거리를 시행하게 되면 호텔들의 차량 진·출입이 불가능하다”며 “차 없는 거리가 조성되려면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시간대별 통제 등 시설물 차원의 보완을 전제로 검토돼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