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한 사안임에도 로드맵 없이
- 하윤수 교육감 지시에 오락가락
- 교육청 “최적 부지 검토해 결정”

부산시교육청이 청사 이전 문제를 놓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윤수 시교육감이 지난해 서면 놀이마루로 청사를 이전하겠다고 발표한 지 4개월 만에 다시 부산시청 인근에 신청사를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시교육청을 옮기는 중대한 사안을 졸속으로 추진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8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시교육청은 연제구 연산동 부산시청 인근에 신청사 건립 계획을 세우고 부산시와 협의를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시교육청은 부산시청과 부산경찰청 뒤쪽 부지(녹음광장 및 부설주차장 등) 일부와 부산진구 전포동 놀이마루 부지(1만4723㎡)를 교환한 뒤 시청 인근에 시교육청 신청사를 짓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교육청 부지는 제2연수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시교육청은 이를 위해 지난달 시에 청사 부지 교환에 관한 의사를 타진했으며, 이달 중 ‘청사 이전을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두 기관의 부지 교환이 성사되면 부전도서관 개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서면 놀이마루와 부전도서관을 교육문화복합시설로 조성하는 안을 구상 중인데, 놀이마루 부지를 확보하면 정부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되는 등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부산시청과 부산경찰청에 이어 부산시교육청까지 한곳에 모이게 되면 명실상부한 행정복합단지가 조성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교육청이 신청사 건립을 위한 용역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별도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 교육감이 서면 놀이마루에 시교육청 신청사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지 불과 몇 달만에 또다시 계획이 바뀐 것이어서 논란이 인다. 하 교육감은 지난해 9월 현 청사의 노후도와 시민 접근성 등을 들어 서면 놀이마루 부지로 청사를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 청사가 1987년 준공된 뒤 30년이 넘은 노후 건물인 데다, 근무 인원도 개청 당시보다 2.2배 증가했으며 시민의 접근성도 낮아 청사 이전이 필요하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계획 발표 이후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부산 교육계를 대표하는 시교육청을 옮기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시민이나 부산시의회와 공감대 형성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불과 4개월 만에 또다시 신청사 후보지를 바꾸면서 시교육청이 제대로 된 로드맵도 없이 하 교육감의 지시에만 매달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최적의 부지를 검토해 청사 이전을 추진하겠다”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