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급경사 등하굣길 빈집 즐비…신선초 새 학기 6학년은 0명

영도…먼저 온 부산의 미래 <4> 주인 없는 빈집, 아이 없는 학교

  • 송진영 roll66@kookje.co.kr, 최혁규 기자
  •  |   입력 : 2023-01-08 20:00:20
  •  |   본지 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전국구 카페 명소 흰여울마을
- 도로 건너면 빈집이 듬성듬성
- 전교생 42명… 일부 전학 고려
- 통학로 편도 1차로 차량 쌩쌩
- 안전펜스조차 없고 정비 뒷전
- “남겨진 마을사람들 외로움 커”

부산 영도구의 서부 해안. 남항을 바라보는 흰여울문화마을은 영도가 자랑하는 대표 관광지다. 한국의 산토리니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전국 SNS 성지 중 하나로 부상했다. 하지만 흰여울마을에서 도로 하나를 건너면 준공 54년을 맞은 영선아파트와 46년째인 영선미니아파트 뒤로 봉래산 자락의 산복도로가 이어진다. 관광객은 느는데 인구는 유출돼 고지대 좁은 골목 사이로 빈집이 즐비하다. 부모들은 그런 빈집 사이로 통학하는 초등학생들을 늘 불안하게 지켜본다.
국제신문이 드론으로 촬영한 부산 영도구 신선동과 영선동 일대. 바다와 인접한 흰여울문화마을 쪽으로 신선초등학교(노란색 점선)와 신선중학교가 보인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 흰여울마을 배후지의 속살

크리스마스를 닷새 앞둔 지난달 20일 영도구종합사회복지관 옆 한 빌라 인근. 이곳은 흰여울문화마을·남항대교와 송도 앞바다를 한눈에 품을 수 있는 숨은 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흰여울문화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공영주차장도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곳이지만 눈을 돌려 주변을 살펴보면 빈집이 널려 있다. 단층이 아닌 복층 건물도 통째로, 혹은 듬성듬성 비어있는 모습이다. 다소 깔끔한 외관인 주택도 가까이 접근하면 사람이 떠난 지 오래된 기운이 느껴졌다.

취재진이 신선초등학교 일대 주택을 훑어보니 한집 너머 한집 꼴로 ‘주택전기계량기’가 없었다. 전력이 들어오지 않는 빈집이란 뜻이다. 영도구에서 신선초 일대인 영선2동과 신선동은 빈집 비중은 높은 편이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체 영도구 12개 동의 빈집(공폐가)은 1099채다. 이들 중 영선2동(193곳)과 신선동(199곳)에서만 392곳으로 35.6%에 달한다.

■ 6학년 없는 미니 초등학교

부산 영도구 신선초등학교의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신선초등학교의 통학로는 급경사를 따라 이어져 있고, 주변으로는 빈집이 많아 통학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이원준 기자
빈집 밀집지를 거쳐 스키 활강 코스에서나 볼 법한 내리막을 지나니 신선초등학교 통학로가 보였다. 전교생이 41명에 불과한 탓인지 여느 초등학교 등굣길에서 들릴 법한 시끌벅적한 아이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른 등교시간임에도 학교 앞 편도 1차로에는 1분 새 5대 가까운 차가 지나다녔다. 시속 30㎞는 족히 넘는  차량들 사이로 키 작은 저학년 학생들이 아슬아슬하게 등교하는 모습은 한눈에 보기에도 아찔했다. 그 흔한 안전펜스나 과속 단속카메라는커녕 속도제한 알림판조차 찾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정비사업(영도 제1재정비촉진5구역)이 추진되는 탓인지 통학로 정비는 뒷전인 듯 했다.

신선초는 동급생이 10명 넘는 학년이 3학년(12명)과 6학년(16명)뿐이다. 1학년과 2학년은 각각 2명과 3명에 불과했다. 5학년은 아무도 없어 아예 학급 구성이 안 됐다. 6학년들이 곧 졸업식을 하면 6학년이 사라지는 셈이다. 신입생은 7명에 불과하다. 4년째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신선초에서 학교교통지킴이를 하고 있는 이일용(70) 씨는 학생들의 감소세를 체감하고 있다. 그는  “처음 일할 때만 해도 학생이 80명 넘게 있었는데 4년 새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전했다.

재학생 중 일부는 통학 불편을 이유로 전학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학년생 학부모인 30대 후반의 A 씨는 “이사를 했지만 아이는 신선초에 보내고 있다. 현재 사는 곳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지만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까봐 전학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 학년에 3명뿐이라 한 명과 관계가 틀어지면 나머지 한 명만 친구를 사귀어야 해 학부모로서 교우 관계에 걱정이 크다”며 “매번 차로 통학을 시키다보니 등교시각을 일정하게 맞추기 힘들어 집 근처 초등학교로 전학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학교 일대는 봉래산 등산객들이 간혹 나타나는 것 외에 행인을 찾기가 어려울 만큼 인적이 드물었다. 40년 넘게 영도에서 살았다는 전승근(76) 씨는 “우리 아이 2명도 이 학교를 나왔는데, 직장 찾아서 영도에서 일찌감치 나갔다”며 “여기 노인 많은데, 요새 추워서 잘 안 나온다. 이따가 복지관에서 무료로 밥을 나눠주는 시간이 될 때면 노인이 좀 있을 거다”고 말했다. 전 씨의 말대로 무료급식 시간이 임박하자 골목 곳곳에서 어르신들이 나타났다.

■ 관광객 늘어도 인구 감소

신선초등학교 통학로 인근 빈집 추정 건물.
신선초도 한 때 오전·오후반을 운영해야 할 만큼 학생 수가 많은 적이 있었다. 학교 아래에서 작은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60) 씨로부터 동네 역사를 들을 수 있었다. 신선초 8회 졸업생인 그는 “태어나서 신선동에서만 살았다. 과거에는 학생이 넘쳐 일주일은 오전에, 그 다음 주는 오후에 등교를 했다. 신선초 운동회가 열리면 동네가 떠나갈 듯 시끌벅적했다. 그날이 곧 신선동의 마을 잔치가 열리는 날이었다”고 설명했다. “자녀 셋도 모두 이 학교 출신인데, 막내(1997년생)가 입학한 이후 학생 수 감소가 시작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1997년 영도구의 인구는 2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김 씨는 “저 앞(흰여울마을)에 카페가 들어선 후 관광객은 많아졌지만 정작 남아있는 마을 사람들의 삶은 바뀐 게 없다. 관광객이 많아질수록 외로움은 더 커졌다”며 “낙후한 우리 동네의 집과 시설, 그리고 여기 남은 사람들이 관광 상품화가 되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공동기획=국제신문, 부산은행

◇  영도 신선초등학교 학생 수(작년 말 기준)

1학년

2학년

3학년

4학년

5학년

6학년

2명

3명

12명

9명

0명

16명

총 42명

◇ 학급 평균 학생수

영도구

신선초

부산 전체

17.5명

6.8명

21.8명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형 급행철도(BuTX) 이어 가덕철도망도 속도전
  2. 2걷기 좋은 가을, 땅 기운 받으며 부산을 걷다
  3. 3[근교산&그너머] <특집> 추석 연휴 가볼 만한 둘레길 4선
  4. 4[단독]현직 부산 북구의원, 음주운전 사고로 입건
  5. 5알짜직장 적은 부산, 임금도 노동시간도 바닥권
  6. 6불의의 우주선 고장…1년 넘게 우주 체류한 비행사 3명 ‘지구 귀환’
  7. 7주가지수- 2023년 9월 27일
  8. 8늦여름 담양대숲 청량하다, 초가을 나주들녘 풍요롭다
  9. 9월북 미군 트래비스 킹, 북한서 추방…미국, 신병 확보
  10. 10추석 앞 윤 대통령 지지율 36.0%로 1.8%p↓…국민의힘 36.2% 민주 47.6%
  1. 1추석 앞 윤 대통령 지지율 36.0%로 1.8%p↓…국민의힘 36.2% 민주 47.6%
  2. 2이재명 추석 인사 “무능한 정권에 맞서 국민 삶 구하겠다”
  3. 3구속 피한 이재명…여야 ‘검찰 책임론’ 두고 극한대치
  4. 4구속 피했지만 기소 확실시…李 끝나지 않은 사법리스크
  5. 5한미일 북핵수석대표, 北핵무력 헌법화에 "강력 규탄"
  6. 6北, 핵무력정책 최고법에 적었다…‘미국의 적’과 연대 의지도
  7. 7국힘 ‘여론역풍’ 비상…민주 공세 막을 대응책 고심
  8. 8위증교사 소명돼 증거인멸 우려 없다 판단…李 방어권에 힘 실어
  9. 9여야, 이균용 대법원장 임명안 내달 6일 표결키로
  10. 10檢 2년 총력전 판정패…한동훈 “죄 없단 뜻 아냐, 수사 계속”
  1. 1부산형 급행철도(BuTX) 이어 가덕철도망도 속도전
  2. 2주가지수- 2023년 9월 27일
  3. 3주인 못 찾은 복권 당첨금 436억…‘대박의 꿈’이 날아갔다
  4. 4‘악성 임대인’ 334명, 보증금 1조6533억 원 ‘꿀꺽’
  5. 5부산지역 백화점 추석 연휴 교차 휴점
  6. 6BPA, 항만 근로자 애로사항 청취
  7. 7끊이지 않는 고속도로 졸음운전 사고… 4년 반 동안 1642건 발생
  8. 8추석 연휴 '블랙아웃' 막는다…정부, 풍력·태양광 출력 제어
  9. 9추석 ‘귀성길 핫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돈 얼마나 쓸까
  10. 10국제유가 13개월 만에 최고…국내 휘발유 ℓ당 1800원 근접
  1. 1[단독]현직 부산 북구의원, 음주운전 사고로 입건
  2. 2알짜직장 적은 부산, 임금도 노동시간도 바닥권
  3. 3백신 피해 중증자·유족 "정부 대책 잔꾀에 참담"…추석 뒤 국감 '大성토' 예고
  4. 4부산대, 글로벌 세계대학평가 상승세
  5. 5“강과 산 모두 있는 부산 북구, 다양한 재난대비 훈련”
  6. 6부산시 생활임금 심의 투명성 높인다
  7. 7[영상]'명절 연휴가 무서워요', 거리에 유기되는 반려동물들
  8. 82년 전 침수 우려 시설 적발 뒤 미시정 수두룩…지하차도 안전 불감 여전
  9. 9연휴 초반 기온 평년보다 살짝 높아…·나흘 뒤 바람 불고 쌀쌀
  10. 10"풍부한 잠재력 양산시 세계적인 강소도시 여건 충분"
  1. 1부산의 금빛 여검객 윤지수, 부상 안고 2관왕 찌른다
  2. 2추석연휴 첫날 金 쏟아지나…김우민 자유형 800m·황선우 계영 400m 출전
  3. 3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여자 플뢰레, 단체전 은메달 확보
  4. 4‘요트 전설’ 하지민 아쉽게 4연패 무산
  5. 5행운의 대진표 여자 셔틀콕 금 청신호
  6. 6한가위 연휴 풍성한 금맥캐기…태극전사를 응원합니다
  7. 7세계 최강 어벤저스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팀, 중국 여유 있게 제치고 우승
  8. 8북한, 사격 여자 러닝타깃 단체전서 대회 첫 금메달
  9. 95년 전 한팀이었는데…보름달과 함께 AG여자농구 남북 맞대결
  10. 10럭비 척박한 환경 딛고 17년 만에 이룬 은메달
우리은행
위기가정 긴급 지원
지인에게 빌린 수술비·투석비용 지원 절실
밴쿠버에서 만난 영도의 미래
녹슨 배 400여 척 해안 점령…‘옛것’도 쾌적해야 자원 된다
  • 맘 편한 부산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