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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자녀 부모 속 탄다 “첫째 고교, 막내 유치원 찾아 삼만리”

영도…먼저 온 부산의 미래 <3> 문 닫는 학교, 불안한 통학로

  •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  |   입력 : 2023-01-08 19:53:07
  •  |   본지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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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연구원 장하용 박사 부부
- 2008년 청학동 정착, 5남매 둬

- 막내딸 유치원, 원생 줄어 폐원
- 男高는 단 하나 남아 경쟁 치열
- 차 없이는 아이 키우기 어려워
- “지자체·대학 교육대책 마련을”

부산 영도구는 고지대 산복도로가 많고 지하철(도시철도)도 개통하지 않아 대중교통망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상당수 교육시설도 학생 수 급감에 따라 존폐 위기에 놓이면서 원거리 통학(통원)자들이 늘었다. “자가용 없이 아이를 키우는 게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학부모가 많은 이유다. 국제신문은 모친과 자녀 다섯을 부양하는 부산연구원 정책기획팀장 장하용(46) 박사 부부를 만나 영도 학부모로서의 어려움을 들어봤다.
8일 부산 영도구 청학동의 부산연구원 장하용 박사네 2층 주택 옥상에서 장 박사 가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장 박사, 둘째 성한, 첫째 대한, 셋째 진한, 막내 시아, 모친 강복순 씨, 넷째 유라, 배우자 김정아 씨. 이원준 기자
8일 영도구 청학동의 한 2층 주택. 1층은 장 박사의 모친(73)이 산다. 2층은 장 박사 부부와 자녀들 거처다. 이층 침대가 놓인 방 2개는 남자들 공간이다. 나머지 방 1개는 배우자 김정아(44) 씨와 딸들 차지다. 고신대와 함께 영도의 ‘유이’한 대학인 한국해양대를 졸업한 장 박사 부부는 2008년 이곳에 정착했다. 김 씨는 계속된 출산과 양육으로 10년 넘게 ‘박사 과정’에 있다.

장 박사네의 자랑은 옥상이다. 아이들을 위해 트램펄린 텐트 해먹을 설치했다. 김 씨는 벤치 의자에 앉아 하루 피로를 푼다. 병풍처럼 펼쳐진 아파트에 막혀 바다를 조망할 수는 없어도 넷째 유라(2016년생) 양과 막내 시아(2018년생) 양의 훌륭한 놀이터다.

이층 침대 생활을 하는 첫째 대한(2009년생) 군과 둘째 성한(2011년생) 군은 이곳에서 혼자 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듬직한 셋째 진한(2013년생) 군이 엄마 아빠를 대신해 여동생들의 보호자가 되기도 하는 공간이다.

장 박사네는 2019년 잠시 영도를 떠나 동래구로 이사갔다가 지난해 다시 돌아왔다. 장 박사 부부는 “치열한 사교육 시장을 보니 아이들이 힘겨워하거나 불행해질 것 같았다. 우리도 그런 분위기에 휩쓸렸다. 물론 다자녀 양육에 따른 막대한 교육비를 감당하기도 힘들었다”며 “영도로 다시 가면 우리 가족이 그런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봤다. 무엇보다 청학동 집은 교육환경이 그나마 괜찮은 편이었다”고 재전입 이유를 설명했다. 해양수산 공공기관들이 한국해양대 옆 동삼혁신지구로 이전해 도시 인프라도 차츰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대형마트가 영도 초입의 한 곳(홈플러스)뿐이지만 전통시장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발품을 팔면 육아비도 아낄 수 있었다. 최근에는 온라인 유통채널을 이용해 식재료를 구입하면 돼 불편함도 덜했다는 게 장 박사 부부의 설명이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예기치 못한 고민이 생겼다. 부산남고등학교의 폐교(강서구 이전)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이제 영도의 남자 고교는 광명고가 유일하다. 첫째가 광명고에 진학하지 못하면 시내버스를 타고 영도다리를 건너 40분이 넘는 동구의 부산고에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버스 대기와 걷는 시간까지 더하면 족히 1시간이다.

여기에 막내가 다니는 유치원이 학생수 급감으로 문을 닫으면서 다른 유치원을 찾아야만 했다. 그나마 집에서 제일 가까운 유치원도 자동차로 20분 정도를 가야 한다. 장 박사 부부는 “큰 아이가 이 유치원을 다닐 때만 해도 총 4개 반이 운영됐다. 1개 반의 원생 수가 28명 안팎이었다. 지금은 1개 반이 줄었고 재원생은 3개 반을 합쳐서 28명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0년 사이 이렇게 변화할 수 있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영도의 인구 유출이 어느 정도인지 절감하게 됐어요.”

장 박사 부부는 “발레를 배우고 싶다”는 막내의 소원도 들어줄 수가 없다. 영도구에는 발레 학원이 없어 영도다리를 건너 중구 남포동까지 나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홈플러스에 있던 문화센터도 이제는 문을 닫아 피아노 미술 태권도 외 과외활동은 언감생심이다. 장 박사 부부는 “지역 사정이 이러하면 자치단체가 이전 공공기관이나 대학과 협업해 아이들에게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공간을 모색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둘째 셋째 넷째의 청동초등학교 등하교는 불편을 넘어 ‘불안’ 그 자체다. 경사가 급한 곳을 지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아이들의 주 통학로가 저층 아파트 주차장 사이로 형성돼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통학로가 위험하다고 학교와 영도구에 주구장창 민원을 냈지만 사유지라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답변만 들었어요. 인구가 많은 신도시에 이런 통학로가 있다면 정치인들이 앞다퉈 문제를 해결했을 텐데….”

갈수록 늘어나는 빈집도 학교 가는 길을 불안케 한다. 실제로 딸인 넷째는 반드시 엄마와 함께 등하교를 한다. 김 씨는 “넷째 아이에게 ‘골목길로 절대 다니면 안 된다’는 주문을 하루에도 열 두번도 넘게 한다”며 “영도의 초등학교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다. 아이들 통학 안전 만큼은 지역사회가 최우선 과제로 살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박사 부부는 “영도를 잠시 떠나기 전에도 그렇게 상황이 좋지는 않았지만 다시 와보니 심각하다. 그나마 청학동은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데도 사정이 이런데 다른 지역의 사정은 오죽하겠느냐”며 “이제는 정말 자가용 없으면 아이를 키우는 게 불가능할 정도가 됐다. 영도로 다시 이사올 때는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데는 크게 불편함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판이었다”고 말했다.

장 박사는 “단발성 대책으로는 출산율 급감과 인구 유출에 따른 폐교·빈집 증가에 일자리 부족 악순환 고리를 끊어낼 수 없다. 영도의 발전가능성과 잠재력을 감안할 때 아이 키우기나 창업도시 영도와 같은 강력하고 확실한 청사진과 실행 로드맵이 나왔으면 한다. ‘늙어가는 부산’의 고민이 영도에 모두 압축돼 있다. 이곳에서 성공 모델을 만들어 다른 원도심에도 희망을 이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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