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인 ‘투자’ 기능 빠질 가능성
부산시가 박형준 부산시장의 공약인 ‘부산창업청 신설’을 추진한 지 5개월 만에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창업청 설립을 둘러싼 이견이 계속되는 데다, ‘투자’ 기능도 빠질 가능성이 높아 시가 구체적 계획 없이 시장 공약에만 맞춰 무리하게 진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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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8월 열린 ‘부산창업청설립추진단’ 발대식 모습. 국제신문DB |
8일 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부산창업청설립추진단장을 부산연합기술지주 성희엽 대표에서 이성권 경제부시장으로 격상하기로 했다. 또 이번 달 내 부산시의회와 TF를 구성하고 부산창업청 설립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 같은 조치는 부산창업청 설립이 애초 예상과 달리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해 8월 시 산하 공공기관 25곳을 20개로 통폐합한다고 발표하면서, 각 기관에 흩어진 창업 기능을 모은 ‘부산창업청’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곧바로 성 대표를 단장으로 하는 ‘부산창업청설립추진단’을 구성해 발족식까지 열었다.
하지만 공공기관 통폐합 관련 용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부산창업청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 기존 조직에 창업 업무를 이관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새로운 조직을 만들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있던 조직은 통폐합하면서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이 취지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시는 부산산업과학혁신원(비스텝)을 중심으로 각 기관의 창업 업무를 이관받아 창업청을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부산시의회가 반대하고 나섰다.
연구개발 전문기관인 비스텝을 중심으로 창업청을 만들면 기술 창업 쏠림 현상이 심화돼 소상공인 등 다른 분야 창업은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의회 김형철(연제2) 의원은 “토탈 창업 서비스를 구현해야 할 창업청이 특정 분야로 쏠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부산연합기술지주와의 통합도 어려워져 창업청이 ‘반쪽짜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산연합기술지주는 부산테크노파크와 부산지역 대학 16곳이 현금과 현물을 출자한 ‘공공 AC(액셀러레이터)’로, 창업청에 흡수돼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 등의 역할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민법상 투자법인을 시 산하 공공기관으로 통합하는 것이 불가능해 현재로선 창업청으로 합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창업청은 행정 지원기관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진다.
창업청 설립을 놓고 이견이 잇따르자 창업청 신설 조례안도 마련하지 못하는 등 일정 차질을 빚고 있다. 이성권 경제부시장은 “지역에 필요한 창업 생태계를 제대로 만들기 위한 것인만큼 속도에 매달리기보다 시의회 및 관련 업계와 소통하며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