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무원을 상대로 한 악성 민원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는 가운데 최근 3년 사이 부산에서는 7000건이 넘는 악성 민원 피해가 발생했다. 시는 올 상반기 중으로 조례를 만들어 악성 민원 피해에 맞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단순한 제도보완 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신문 DB

8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시와 16개 구·군에서 발생한 악성 민원 피해는 7026건에 이른다. 악성 민원은 코로나19를 거치며 급속도로 늘었다. 2019년 1007건이던 건수는 2020년 2303건을 기록하더니 2021년에는 3716건으로 불과 3년 새 3배 이상 폭증했다. 유형별로 보면 폭언이 4383건으로 가장 많았고 협박(862건) 성희롱(34건) 등이 뒤를 이었다. 공무원이 민원인에게 폭행당한 경우도 15건에 달했다.

문제는 폭언으로 집계된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폭언 건수는 2019년 802건에서 2020년 1322건, 2021년 2259건으로 집계됐다. 폭행도 꾸준히 증가한다. 2019년 3건에서 2021년 8건이 발생했다. 한 공무원은 “심한 폭언을 들으면 하루 종일 일을 할 수 없고, 일부 직원은 다음 날 출근 자체를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강력한 처벌을 통해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법적 대응 역시 쉽지 않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공무집행방해 관련 송치 건수는 2019년 917건에서 2021년 709건으로 줄었다. 법률 검토나 소송 비용을 피해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공무직·계약직 직원들의 경우에는 고용이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악성 민원 피해를 당해도 ‘소송’보다 ‘인내’를 선택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시는 지난해 7월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관련 조례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앞으로 시 민원 처리 담당자가 폭언·협박 등 피해를 당했을 때 법률 검토 및 비용을 시가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이는 공무원·공무직·계약직 등 고용 조건과 무관하게 민원 처리 담당자는 모두 해당한다.

또 법적 대응을 위한 근거 자료 수집을 위해 피해 사실을 정리하는 ‘특이 민원 발생 보고서’ 작성도 추진한다. 시 관계자는 “지금은 법률 지원 방안과 비용 등 세부적인 사항 조율하는 단계다. 다음 달까지 조례안을 만들어 올해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