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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고독사 해법’ 묻자 “지역사회가 나서라”…전문가 처방과 일맥상통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챗 GPT 대담

  •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  |   입력 : 2023-01-01 20:30:25
  •  |   본지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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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챗봇 처음엔 사회적 용어 ‘고독사’ 사전적 정의 이해 못해
- 단순 답변 반복하다 대담 진행될수록 구체적 답변 쏟아내
- “인간 생각 이해할 수 있는 AI, 외로울 때 친구 될 수 있어”
- 전문가 “대면 위로만큼 좋은 치료 없다” 지나친 기대 경계

지난해 세계는 대화형 인공지능의 출현에 환호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업가들과 공동 투자해 설립한 세계 최대의 인공지능(AI) 연구소 ‘오픈AI’가 베타 버전으로 공개한 ‘Chat GPT(챗 GPT)’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달 24일 국제신문 스튜디오에서 김민경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와 생성형 AI 챗GPT(상상 이미지)가 부산지역의 난제인 고독사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챗 GPT는 대화형 인공지능 채팅 프로그램(챗봇)이다. 이미 국내에서 ‘이루다 2.0 모델’이 출시됐고 구글(람다2)과 마이크로소프트(테이)가 각각 챗봇을 내놓았지만, 원활하지 못하거나 불충분한 답변으로 시장의 반응이 시원치 않아 서비스를 끝내야 했다. 이를 두고 영국 인디펜던트 신문은 ‘구글은 이제 끝났다’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반면, 챗 GPT는 출시 초기 빅데이터 기반의 정보 분석으로 폭넓은 대화형 정보를 제공해 구글을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누구나 무료로 챗 GPT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의 한 주간지는 챗 GPT로 기사를 작성하는 실험을 했다. 프로그래머들은 코딩 중 어려움에 빠지면 챗 GPT을 통해 해답을 얻었다. 급기야 해외 대학에서는 챗 GPT로 특정 주제의 에세이를 작성하는 과제를 내 그 결과물이 표절 방지 소프트웨어를 통과하기도 했다. 새 AI 기술의 한계를 시험하는 시도는 계속됐고, 그때마다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이 비합리적 주장을 펴거나 비윤리적이고 폭력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며 그 위험성을 경고한다. 챗 GPT는 부정적인 결과물을 낼 수 없도록 프로그래밍 됐지만, 벌써 이 제약을 벗어나는 ‘탈옥’을 놀이 삼아 즐기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AI와 사회 문제를 논하다

이 같은 세간의 관심은 결국 ‘기술 발전으로 세상이 더 나아질 수 있느냐’는 질문으로 귀결될 것이다. AI의 진화·발전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들까? 국제신문은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2023년 계묘년 새해를 맞아 AI에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기로 했다. 그 첫 질문은 나날이 늘고 있는 ‘고독사’ 문제다. 특히 부산은 고독사가 급증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부산의 고독사 발생 비율은 인구 10만 명당 9.8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고, 전국 평균(6.6명)보다 1.5배 높다. 전문가들은 65세 이상 인구가 지난해 9월 기준 전체의 21%로 8개 광역시 중 유일하게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부산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개인의 문제가 사회 구조와 맞닿아 있다는 이야기다.

국제신문은 지난달 24일 고독사 해법을 챗 GPT에게 물었다. 챗GPT와 이야기를 나눈 전문가는 ‘나는 관계가 어려운 사람입니다’의 저자인 김민경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다. 챗 GPT가 음성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 탓에 챗봇과의 대담은 채팅으로 이뤄졌다.

김 전문의는 먼저 고독사에 대한 정의부터 물었다. 챗 GPT는 ‘고독사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쓸쓸하게 홀로 지내는 상태가 오래된 것’이라는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고독사’를 ‘고독’으로 잘못 이해한 것이다. 통상 고독사는 한 개인이 고립된 상태에서 외롭게 지내다가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김 전문의는 “고독사 자체가 사회적 용어이다 보니 사전적 정의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챗봇이 그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보를 반복적으로 취합·종합하면서 답안을 완성하는 챗봇의 특성상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사회적 용어의 의미를 짚어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과거 핵가족화로 고립된 개인에게서 자연스럽게 일어난 고독사가 있었다면 오늘날 사회·경제적으로 내쳐진 개인의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확대된 것 같다’고 설명한 뒤 ‘孤獨死’라는 한자 표기까지 붙여 재차 물어보니 챗봇은 제법 그럴 듯한 답변과 함께 예방법까지 제시했다. “고독사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사망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특히 지인의 지지가 적거나 없는 사람에게 자주 일어납니다.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연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김 전문의는 “고독사는 오래 고립된 인간이 고독 외로움 우울 등의 정신적 문제를 겪다가 사회적 도움을 요청하거나 받지 못해 벌어진 결말”이라면서 “이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지역사회의 연계가 필요하다는 챗봇의 의견은 일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AI, 전문가와 해법 공감대

챗 GPT는 “고독사 예방을 위해 자살 예방센터 등에서 상담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흔히 병에 걸린 채 홀로 쓸쓸하게 죽어가는 상황을 고독사로 이해하는 때가 많은데, 챗봇은 극단적 선택까지 고독사 범주에 넣은 것이다. 김 전문의는 “챗봇이 자칫 간과할 수 있는 점을 짚었다. 20, 30대 젊은층에서 고독사가 꽤 있는데, 그 중 극단적 선택 비율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다”면서 “젊은 사람이 아파 쓸쓸하게 죽는 사례는 많지 않다. 그보다 정서적 고통이 극단적 선택이 될 만큼 심하므로,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대담자는 50, 60대 장년층 비율이 높은 부산의 고독사 문제 해소를 위해 관련 상담 등 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50, 60대 때는 갑작스러운 사회·경제적 변화를 맞아 스트레스 저항력이 떨어지고 신체도 병에 취약하다. 평소 가족 지인과 관계가 좋지 않아 지지받기 어려우면 쉽게 고립되고 마는 것이다. 김 전문의는 “이들을 위한 경제적 지원과 사회적 네트워크가 필요한데, 부산처럼 50, 60대 인구가 많은 도시는 공급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부산의 높은 저소득층 비율도 고독사 비율이 높은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지자체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관련 관리 인력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챗 GPT도 “부산은 고독사 예방을 위한 상담 인력이 적거나 예방센터 등 인프라나 지원이 부족하다”며 “고독사 발생 비율을 낮추기 위해 인프라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문의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더 많은 예산을 들인 서울시의 자살 예방 사업이나 마음 건강 검진 사업 같은 것이 부산에 부족한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챗봇은 최초 대담 준비를 위해 시험 삼아 질문을 던졌을 때 “고독사 예방을 위해 사회적 도움이 필요하다”는 식의 단순 답변을 반복했지만, 대담이 진행될수록 구체적이고 다양한 답변을 쏟아냈다. 그전의 대화 내용을 기억했다가 이후 질문이나 대화 때 학습하는 챗GPT의 명석함이 빛을 발했다.

■비대면 상담 효과 두고 이견

김 전문의와 AI는 고독사 해소에 비대면 전화상담을 이용하는 것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 챗 GPT는 “고령층의 고독사가 많은 것은 지인의 지지가 적거나 상담 서비스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이 때 전화 상담을 통해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고 비대면 해법을 추천했다. 반면, 김 전문의는 “장년층 남성 상당수는 자신의 변화를 말하기 부끄러워 한다. 전화상담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챗 GPT는 “그래도 전화상담은 고객이 원할 때 언제든 요청할 수 있기 때문에 고독사 위험자가 이용할 수 있는 다른 사회적 네트워크보다 접근성이 좋다”고 주장했다. 다만, 챗봇은 “전화 상담이 대면 상담보다 고객의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렵고 상담 효과를 최대한 발휘하기 어렵다”며 그 한계는 인정했다.

김 전문의는 사회적 관계망이 촘촘하면 고독사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감을 찾으면 우울감이나 고독감을 회복하는 탄력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챗 GPT도 “사회적 관계망이 촘촘한 사람은 생활습관과 상황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어 상황을 이해하고 극복할 역량을 갖추게 된다”고 수준 높은 의견을 내놨다.

AI가 고독사 감소에 도움이 될지 챗봇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챗 GPT는 “AI는 인간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술로, 사람들이 외로운 시간에 이야기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AI는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의 고민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챗 GPT는 “AI는 일정한 시간마다 연락을 취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이 고독사 감소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AI는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존재이므로 이를 통해 고독사를 완전히 극복할 수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김 전문의도 “고독사 비율이 높은 50, 60대 남성 상당수는 자신의 변화를 인정하지 못하고 수치심 등을 이유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며 “이런 분들이 사회적 도움에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할 네트워크가 필요한데, AI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공감했다. 하지만 그는 “얼굴을 보면서 위로하는 것 만큼 좋은 치료는 없다. AI가 고독사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게 위로가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AI에 거는 지나친 기대는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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