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하물량 조절해 어가 수익 보장
- 군납·쇼핑몰 설립 유통 다각화
- 93호 수협으로 승격 여부 주목

해물탕이나 조개구이 등에 빠질 수 없는 가리비가 제철을 맞아 한창 출하 중이다. 경남 고성군 자란만과 통영시 도산만 해역은 조류가 빠르지 않고 적당한 수온과 풍부한 영양염류를 갖춰 가리비 생육에 최적지로 평가받는다. 이곳 해역에서 생산되는 가리비는 연간 6600ｔ, 전국 생산량의 70%에 해당한다.

박영호 경남가리비수하식수협 조합장이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하지만 생산 어민들은 수년간 계속된 과잉 생산에 따른 가격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어민들이 해결책 마련을 위해 수협 창립에 나섰다. 지난 9일 사무실 개소식을 하고 정식 출범한 ‘경남가리비수하식수협’은 그렇게 탄생했다. 조합원 88명이 출자해 해양수산부 최종 인가를 얻은 신생 수협이다. 하지만 아직 수협중앙회 산하 정식 조합은 아니다. 3,4년간의 재무제표 등 경영 실적에 따라 국내 93번째 수협으로 승격될지 주목된다. 그래서 초대 조합장으로 추대된 박영호(53) 조합장은 어깨가 무겁다.

“생산해 봐야 중간 상인만 살찌우는 유통구조 개선이 가장 시급한 상황입니다. 생산량 조정을 통한 적정 어가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29일 만난 박 조합장은 지금까지 해 온 개별적 유통에서 벗어나 수협을 통한 계통 출하를 강조한다. 수협은 생산 어민이 내는 3%의 수수료로 조합원의 생산량을 지도 점검하고 출하 물량을 조절해 적정 어가를 맞춰 수익을 늘릴 계획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가리비 생산량은 연간 600ｔ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2년 굴 가리비 등을 특정하지 않고 ‘패류’로 양식 신고를 하도록 관련법이 바뀌면서 양식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가리비로 많이 갈아타면서 생산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박 조합장은 “㎏당 3500~4000원은 받아야 남지만 현재는 과잉생산으로 ㎏당 2500원 선까지 떨어졌다”며 “자멸을 막기 위해 수협이 앞장서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를 위해 온오프라인 판매 시장 확대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노량진 수산시장과 대형마트 등을 통한 정기 납품과 군납을 추진하고 자체 쇼핑몰을 만들어 안정적 소득원을 창출한다는 목표다. 특히 한발 더 나아가 식품 개발을 통한 연간 1000억 원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시장 개발을 꿈꾼다. 박 조합장은 “굴 등 다른 수산물과 달리 아직 가공식품 개발 없이 활패로만 유통되는 한계를 보인다”며 “현재의 연간 생산량은 300억 원대에 못 미치지만 통조림 등 식품 개발을 통해 3배 이상의 부가가치를 끌어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밖에도 할 일은 산적하다. 외국산 가리비 수입에 대응할 기반을 마련하고 해외시장도 개척해야 한다. 수협 창립에 발맞춰 베트남에 가리비 샘플 400㎏을 보낸 상태다.

올해 6회째를 맞은 가리비 축제를 전국 단위 축제로 확장해 인지도를 높이고 가리비 스토리 문화 콘텐츠도 개발할 계획이다. 건실한 경영을 통한 수협중앙회 정식 조합으로 승격해 제대로 된 위판장을 갖추고 상호금융업무를 시작하는 것도 숙원사업이다.

박 조합장은 “가리비 생산 어민들이 아무런 걱정 없이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적정 어가 유지는 물론 국내외 가리비 홍보와 소비처 확보를 통한 판로 확대 등 수협 본연의 업무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각오를 비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