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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문화유산·야경 안주삼아 맥주…로맨틱 중세 속에 스며들다

夜한 도시 부산으로 <5> ‘머무는 야경’ 체코 프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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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렘·활기 가득한 ‘나이트 시티’
- 틴 성모교회 쌍둥이 첨탑·시계탑
- 프라하성·성비투스 대성당·동상
- 조명·가로등 켜지자 더 선명해져

- 발길·눈길 닿는 곳마다 예술공연
- 구시가지 광장선 재즈페스티벌
- 블타바강 바지선 띄워 오페라도
- 카를교엔 거리 악사·화가 넘쳐나

체코 수도 프라하를 다녀온 사람은 흔히 ‘중세 속에 머물다 온 듯하다’고 표현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실제로 유럽 중세역사 속에서 먹고, 마시고, 생활했기 때문이다. 프라하는 늦은 밤에도 불을 밝힌 채 전 세계의 손님을 맞았다. 방문객은 체코의 소중한 문화유산 안에서 자리 잡고 앉아 체코 맥주를 마시며 아름다운 야경을 즐겼다. 프라하의 야경은 부다페스트처럼 임팩트가 강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저 보기만 하고 사진으로 남기는 야경이 아니라 역사와 야경 속에 머무른 느낌이었다. 이 때문인지 프라하의 야경은 기억에 가장 오래, 그리고 즐겁게 남았다. 카프카의 글을 빌려 표현하자면, 프라하는 아직도 나를 자유롭게 놓아주지 않고 있다.
체코 프라하 블타바강변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 앉은 연인들이 야경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보는 게 아닌 머무는 야경

매년 4000만 명의 관광객이 프라하를 찾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유럽에서 물가가 싼 편이기도 하고, 동유럽 중앙에 있는 지리적 장점도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프라하가 ‘나이트 시티(Night City)’기 때문이다. 저녁 시간 구시가지 광장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재즈페스티벌과 크리스마스 마켓, 카를교 인근 블타바강에 바지선을 띄우고 펼치는 오페라 공연과 불꽃 축제는 유럽을 넘어 전 세계의 주목을 끈다.

구시가지의 야경을 취재한 건 지난 9월 30일, 프라하에서 3박 4일 일정의 마지막 날이었다. 구시가지 광장은 10세기부터 프라하의 심장부이면서 무역과 상업의 중심지였다.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등 1000년이 넘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건축물이 즐비했고, 골목마다 구경거리가 가득했다. 유네스코는 1992년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한 프라하 역사지구 866만 ㎡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역사 보존을 우선한 곳이지만 낮에는 물론 늦은 밤까지 전 세계의 젊은이로 북적이며 활기가 넘쳤다. 전통의상을 입은 음악대가 노래를 부르며 골목을 지나자 병맥주를 손에 든 청년들이 함께 춤을 추며 환호했다. 골목을 벗어나 광장 쪽으로 나갔다. 오렌지색 조명이 전체적으로 은은하게 광장을 비췄고, 그중 체코의 종교 개혁가 얀 후스 동상처럼 중요한 포인트에는 더 밝은 조도의 조명을 설치해 강조했다.
구시가지 광장과 틴 성모 교회. 구시가지는 늦은 시간까지 관광객으로 활기찬 모습이다.
그중에서도 한 교회가 가장 밝은 빛으로 도드라졌다. 1366년 고딕양식으로 개축된 ‘틴 성모 교회’였다. 80m 쌍둥이 첨탑은 어두운 프라하의 밤하늘을 배경으로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냈다. 이곳에서 만난 여행객 라지(인도·27) 씨는 “프라하는 밤과 낮이 완전히 다르다. 낮에는 역사적인 사실을 아는데 흠뻑 빠지는 반면 밤에는 꿈을 꾸는 것 같이 아름다운 야경을 마주한다. 완전히 동화 속 나라 같다”고 말했다.

조금 더 좋은 구도로 사진을 찍기 위해 근처에 있는 우프린스호텔에 올랐다. 이곳은 오래된 4층짜리 호텔이지만 예쁜 야경을 즐길 수 있는 루프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루프탑에는 식당과 카페가 운영 중이었는데, 밤 9시가 넘었는데도 만석이었다. 겨우 스탠딩 테이블 한자리를 구해 앉았다. 시계탑은 물론 구시가지 광장과 틴 성모 교회까지 한눈에 담겼다. 광장 아래에는 곳곳에 테라스를 설치하고 시끌벅적했는데, 그마저도 전체 야경 속에 조화롭게 녹아들었다.
조명을 밝히는 프라하성과 카를교 앞으로 유람선이 지나가고 있다.
■카를교와 프라하성

9월 29일 오후 6시께 까를교와 프라하성의 야경을 한눈에 찍을 수 있다는 레스토랑 ‘라브카클럽’에 도착했다. 블타바강변에는 라브카클럽처럼 식사나 맥주, 와인, 커피 등을 즐길 수 있는 식당과 카페가 즐비하다. 아직 일몰까지 1시간가량이 남은 시간이었지만, 이미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에는 소문(?)을 듣고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연인이 많았다.

오후 7시가 되자 가로등에 불이 들어왔고, 저 멀리 프라하성에도 조명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했다. 연인들은 차를 마시고, 음식을 먹으며 프라하 야경을 즐겼다. 조금 뒤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다리’라는 카를교에도 불이 들어왔다. 시간이 더 늦어지자 블타바강변에서 본 프라하성의 야경은 더욱 선명해졌다. 프라하성 안에 있는 성비투스 대성당도 더 진하게 눈에 들어왔다.

이토록 환상적인 야경보다 옆에 있는 연인이 더 아름다운 건지 연인들은 서로의 눈을 바라봤다. 독일 베를린에서 왔다는 20대 연인들은 “원래 친구였는데 함께 여행을 와서 연인이 됐다. 프라하에서 3일째 머무르고 있는데 이틀을 야경을 보러 이곳에 왔다”며 “베를린은 밤이 되면 할 게 없는 심심한 도시다. 그런데 프라하는 밤에도 아름다운 야경과 함께 할 수 있는 로맨틱한 도시”라고 말했다.
관광객이 늦은 밤에도 카를교를 지나며 사진을 찍고 있다.
서둘러 사진 촬영을 마치고 카를교로 걸어갔다. 카를교는 낮에는 거리의 악사와 화가가 표현하는 예술이 넘치고, 밤에는 프라하성의 야경을 즐기는 연인들의 설렘이 넘치는 곳이다. 프라하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 1357년 카를 4세가 이전의 다리를 다시 건축해 1402년 완공된 516m 길이의 보행 전용 다리다. 18세기에 조각된 30개의 조각상마다 불빛을 비춰 가는 사람의 발길을 잡았다.

체코에서 만난 프라하한인가이드협회 정주영 고문은 프라하의 야경 덕분에 많은 경제적 이익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정 고문은 “1400년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에서 밤늦게까지 즐길 수 있는 장소는 유럽에서도 많지 않다. 안전하고 쾌적한 밤의 도시라는 이미지 덕분에 방문객 절반 이상이 숙박을 하며 많은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도 ‘머무는 야경’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고문은 “우리나라 야경은 그저 보는 것이지만, 프라하의 야경은 그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우리도 경복궁이나 안압지 등 멋진 야경을 뽐내는 역사적인 곳은 있지만, 각종 규제나 보수적인 문화 탓에 그 속에서 즐기기는 쉽지 않지 않다. 그래서 포토존은 되더라도 세계적 명소로 발전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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