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의 고리2호기 수명연장(계속운전) 주민공청회가 파행을 거듭하자 부산시가 제안한 시민사회·한수원 공개 토론회(국제신문 지난 5일 자 9면 보도)가 오는 22일 개최될 전망이다. 그러나 최대한 빨리 관련 절차를 밟아 수명연장 승인을 받아내려는 한수원 측은 여전히 토론회 참여 여부조차 확정하지 않는 등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인다.

국제신문 DB

부산시는 당일 오후 2시 부산시청에서 공개 토론회를 열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시는 한수원과 시민사회가 섭외한 패널 각 4명이 고리2호기 방사성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놓고 토론하게 한 뒤 시민의 질의에 답하는 방식으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한수원 측은 여전히 참여 여부에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내부에서는 시 주관 토론회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같은 규제 기구가 아닌 지자체가 주관하는 토론은 계속운전 절차에 아무런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취지다.

토론회에 대한 한수원의 속내는 따로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수원은 서둘러 수명연장 절차를 밟고 싶어 한다. 정부가 바뀌면서 에너지 정책이 순식간에 탈원전에서 친원전으로 돌아선 탓이다. 애초 기조대로라면 설계수명(40년)이 끝난 고리2호기는 2023년 4월 8일 이후 운영이 정지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고리2호기를 포함해 설계수명 시한이 다가온 원전의 계속운전이 급하게 추진되면서 한수원도 원전 운전 관련 계획을 새로 그렸다.

이 때문에 정상 일정을 어기는 차질도 빚어졌다. 한수원은 고리2호기 계속운전 주기적안전성평가 제출기한을 어겨 지난 10월 원안위로부터 과태료 300만 원 처분을 받았다. 이 평가는 10년 주기로 원전 안전성을 종합 평가한 것으로, 원전 수명 만료 1년 6개월 전까지 제출돼야 한다. 한수원은 지난해 감사원 지적에 따라 경제성 평가를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제출 기한 1년 연장을 요청했으나 반려당했다.

결국 원전 수명연장 기조에 맞추고자 부랴부랴 절차를 밟느라 발생한 일이었다. 해당 평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계속운전을 위한 운영변경 허가 신청을 내지 못한다. 반대로 고리2호기가 폐쇄 절차를 밟았다면 이 자료를 낼 필요도 없다. 원안위 고리원전지역사무소 관계자는 “고리2호기를 멈출 생각이었다면 해당 자료를 내는 대신 정지 신청을 냈을 것이다. 영구정지 계획을 밟았다면 이 자료를 낼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내년 4월께 고리2호기 운영변경 허가 신청을 원안위에 낸 뒤 2026년 8월까지 설비 개선 등 운영 준비를 마칠 계획이다. 통상 연장이 허용되는 햇수는 10년으로, 운영변경 허가 신청 승인일을 기준으로 삼는다. 실제 연장 운전이 보장되는 건 6년 남짓한 셈이다.

고리2호기 방사성환경영향평가 공청회가 거듭 파열음을 내는데도 행사가 강행된 이유도 여기 있다. 시 관계자는 “한수원 주관 공청회가 제대로 여론을 수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공개 토론회에서 새롭게 제시된 견해나 문제점이 있다면 이를 원안위나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