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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태운 상선 기관사…"부친 묘지 아름다워 이장 안해"

UN공원에 잠든 용사들…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11> 노르웨이 선원 故 조지 트베이트 씨

  •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  |   입력 : 2022-11-28 20:17:31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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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 대신 의료지원한 노르웨이
- 한국전쟁서 수많은 생명들 살려

- 뱃사람이던 산다스 씨의 아버지
- 2차 세계대전도 선원으로 참여
- 1951년 부산항 입항 도중 전사

- "아버지 전투 치르러 간게 아니라
- 돌아오시지 못할 줄 상상 못해"
- 가족들 한국 5차례 방문하기도

“아버지가 살아 돌아오셨다면 계속 선원 생활을 하면서 가족과 함께 했을텐데…, 한국전쟁은 잔인한 전쟁이었고, 평화와 거리가 멀었죠. 무섭기까지 했어요.”

노르웨이 남부 크라게뢰 출신인 벤테 산다스(여·72) 씨는 한국전쟁으로 노르웨이 상선에 올랐던 아버지 이야기를 전했다. 그의 아버지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군인이 아니고 의료진과 의료장비 등을 태운 노르웨이 상선 ‘벨로션’의 2등 기관사 고 조지 트베이트 씨다. 한국전쟁 당시 노르웨이를 포함해 스웨덴 덴마크 이탈리아 인도는 전투병력 대신 의료 지원부대를 한국으로 보냈다. 5개 국가 중 노르웨이에서만 유일하게 전사자가 나왔다. “아버지가 전사했을 당시 나는 첫 번째 생일을 맞은 지 3일 밖에 안됐었다. 아버지에 관한 기억이 없다. 어머니에게 물어봐도 별다른 말을 많이 해주시지는 않았다.”

■뱃사람이었던 아버지

벤테 산다스 씨의 아버지 고 조지 트베이트 씨. 재한유엔기념공원관리처 제공
그의 아버지는 1913년 10월 27일 노르웨이 크라게뢰에서 태어났다. 크라게뢰는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작품 ‘겨울, 크라게뢰’의 배경이 된 곳으로 인구 1만 명 정도의 작고 아름다운 마을이다. 바다를 끼고 있어 선박을 이용한 무역 등도 활발했다. “아버지가 왜 항해를 시작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할아버지가 일하는 채석장에서 함께 일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아버지 또래 다른 소년도 마찬가지였다. 크라게뢰에서 소년들이 배에 오르는 것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성인이 된 이후로도 계속 상선을 탔던 뱃사람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도 선원으로 미국과 영국을 오갔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터지자 노르웨이는 군대를 파견하지 않았다. 대신 1951년 7월부터 1954년 11월까지 한국에서 노르웨이 이동외과병원 ‘노르매시’를 운영했다. 노르매시는 노르웨이와 이동외과병원을 합친 말이다. 노르매시의 의료진과 의료장비 등을 실은 노르웨이 상선 벨로션에 그의 아버지도 타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가 직접 전투를 치르지는 않았지만 먼 타국에서의 선상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재한유엔기념공원관리처 안장자 사망기록지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는 1951년 8월 23일 부산항에 입항하는 도중 숨졌다. 사망원인은 병으로 인한 질식사였다. 그의 아버지는 결국 다시 고향에 돌아가지 못했고, 부산 남구의 유엔기념공원 묘지에 안장됐다.

“아버지가 고혈압에 술을 많이 마셨다고 들었다. 이게 원인이 된 것 같기도 하다. 당시 노르웨이 사람들이 한국전쟁에 관해 잘 몰랐고, 전투를 치르는 게 아니라서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상상도 못했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기다렸지만 아버지가 돌아오지 못해 큰 실망을 하기도 했다.”

■아버지의 결정 존중

한국전쟁 당시 노르매시에서 의전행사를 치르는 노르웨이 의료지원부대의 모습. 재한유엔기념공원관리처 제공
산다스 씨는 아버지가 유엔기념공원에 묻힌 뒤 5차례나 한국을 방문해 이곳을 찾았다. “유엔기념공원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다. 방문할 때마다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어머니는 상처 탓인지 많이 힘들어 하셨다. 유엔기념공원에서 행사를 하고 찍은 아버지 묘지 사진을 어머니에게 보여드리곤 했는데 그때마다 어머니가 많이 힘들어했고 더 이상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 했다.” 이어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았지만, 어머니는 재혼하지 않고 홀로 나를 키우셨다”고 덧붙였다.

노르웨이는 의료지원으로 한국전쟁에서 수많은 생명을 살렸으나 산다스 씨의 아버지를 포함해 3명이 전사했다. 3명 중 2명은 1953년 7월 휴전 협정 이후 노르웨이로 돌아갔지만 그의 아버지는 이곳에 남았다. “유엔기념공원에 잘 정돈된 아버지 묘지를 보면서 한국과 한국인에 고마웠다. 그래서 아버지 묘지를 이장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는 아버지를 뚜렷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한국전쟁에 참여한 아버지의 결정을 존중했다. “아버지가 전쟁에 참여한 사실에 나쁜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아버지는 이미 제2차 세계대전에 선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아버지를 존중한다.”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과 재한유엔기념공원관리처 협조를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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