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 최대 규모의 국가배상 소송이 펼쳐질 전망이다. 진실화해위원회(진화위)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로 인정한 뒤 제기되는 소송인 만큼 이전과 다른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형제복지원 옛모습. 국제신문 DB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형제복지원 피해자 변호단을 구성해 이달 중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이는 지난 8월 2기 진화위가 형제복지원 사건이 국가 폭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라며 진실규명 결정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민변은 진화위에 의해 피해자로 인정된 191명 중 부산·울산·경남, 서울·경기 피해자·유족 대상 설명회를 최근 개최하고 위임장을 받기 시작했다. 앞으로 대구 등에서도 개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형제복지원 관련 국가 상대 손배소는 모두 3건이다. 지난해 5월 13명이 80억 원, 지난해 12월 30명이 132억 원, 지난 9일 16명이 9억6000만 원 규모의 손배소를 제기했다. 이번 손배소는 지금껏 제기된 소송 중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변은 설명회 참석 인원 규모에 비추어 50~70명이 소송에 참석할 것으로 예측한다. 정확한 손해배상금액은 추후 결정될 예정이지만 인원이 만은 만큼 금액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변 조영선 회장은 “진화위 결정을 통해 인권 침해가 확인됐다. 더 이상 피해를 묵인하고 방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결정된 것”이라며 “피해자들은 형제복지원으로 인해 장애와 낙인을 얻었고 배움의 기회를 잃고 힘들게 살았다. 이번 손배소로 국가적 위로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제기된 첫 번째 소송에 대해 법원은 국가가 25억 원을 배상하라며 강제조정을 결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법무부가 이의신청을 해 조정이 결렬되면서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형제복지원 사건이 국가기관에 의해 공식적으로 ‘중대 인권침해’로 결정되기 전에 진행됐다. 이번 손배소는 진화위 결정 후 제기하는 것인 만큼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앞서 진화위는 국가가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하고 피해 회복과 치유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부산 민변 소속 변영철 변호사는 “앞선 소송과 다른 점은 진화위 결정으로 인해 피해 입증 책임이 완화된 것”이라며 “사실관계를 다투기보다 위로에 대한 법적 평가가 얼마나 될 것인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인 단속이라는 명분으로 무고한 시민을 강제로 수용해 강제노역·폭행·살인 등 인권유린을 저지른 사건이다. 지난해 12월 10일 진화위 출범과 함께 제1호 사건으로 접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