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는 50만이 넘는데 대학병원은 커녕 공공의료시설조차 없는 도시가 있습니다. 바로 경남 김해시입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 국제신문이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김해시 삼계동에 위치한 종합의료시설용지가 26년 째 아무런 진전 없이 방치되고 있다. 오찬영PD

지난 2일 김해시 삼계동의 한 공터. 무성하게 자란 잡초가 오랫동안 방치된 세월을 보여줍니다. 이곳은 약 26년 전인 1996년 인제학원이 141억 원을 들여 김해시로부터 매입한 땅입니다. 인제학원은 인제대와 백병원을 운영하는 법인입니다. 면적은 약 3만4000㎡로 부지 용도는 종합의료시설용지입니다.



[김해시의회 김동관 의원] “우리시는 수도권을 제외한 대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대학병원과 공공병원이 없는 도시입니다. 북부동(구산동·대성동·삼계동을 관할하는 행정동)에는 26년간 장기 방치되어 지역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인제대 백병원 부지가 있습니다. 26년간 장기 방치된 부지에 대한 해결책으로 현재 김해시가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지금부터라도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20년 넘게 방치되어있던 이곳은 지난해 말 한 부동산 투자회사에 380억 원에 팔렸습니다. 김해시는 용도 변경은 검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어서 아직 병원이 들어설 여지는 남아있지만 주인이 바뀐 지 1년이 다 되도록 병원이 건립된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김해시 대청동에 위치한 종합의료시설용지. 2001년 동아학숙이 매입한 후 대학병원 건립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김태훈PD

이곳은 김해시 대청동의 한 공터입니다. 오랫동안 방치된 탓에 불법경작 중인 텃밭도 잇습니다. 이곳은 동아대와 동아대병원을 운영하는 동아학숙이 2001년 39 억원에 매입한 부지입니다. 면적은 1만695㎡로, 역시 종합의료시설용지입니다. 동아학숙이 매입한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병원이 들어설 계획은 없습니다. 동아대병원측은 국제신문의 질의에 분원설립을 검토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현재 김해시 인구는 약 53만 명. 부산에서 가장 큰 지자체인 해운대구 인구가 40만이 안 되는 점을 감안하면 작지 않은 규모입니다. 하지만 김해시에는 대학병원은 물론이고 공공의료원도 없습니다. 인구 규모가 비슷한 포항시에는 공공의료원이 있는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의료 사각지대’인 셈입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김해시의 인구 1000명당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의 병상 수는 0.85개. 양산 3.41개, 창원 3.16개, 진주 1.69개와 비교해 턱없이 적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해에서 대학병원급 대형병원을 가려면 인근 지자체인 양산이나 부산으로 와야 합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공공의료 필요성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인구 1000명당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 병상 수. 그래픽=오찬영PD

[김해시민 A씨] “확진 결과 후에 집 앞으로 구급차가 와서 일괄적으로 양산 리조트에 가서 기숙사를 사용했습니다. 집에서 벗어나야 했기에 가족들과 멀어진다는 걱정도 많이 됐고, 이번 코로나 때만 하더라도 시설이 약간 인원 수용에 있어서 불편한 점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이 또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김해시민 박수형(29)씨] “진짜 큰 수술, 암이라든지 큰 질병 그런 것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대학병원급이 있어야 김해 시민들이 좀 편하지 않을까. 주변 사람들끼리는 병원도 오래 됐고, 시설도 대학병원급처럼 갖춰져 있을 것 같지 않아서 큰 수술 같은 경우에는 조금 꺼려지는 게 있죠.”



결국 김해시는 김해공공의료원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지난달 27일 공공의료원 설립을 위한 TF팀을 구성하면서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김해시 공공의료원 TF팀 관계자] “자료수집이나 과제 발굴이라든지 관련 기관 업무 협의라든지 설립 추진팀에서 하는 거고, 설립 지원 같은 경우는 부지 발굴이라든지 도시계획 시설 결정이라든지 그런 부분이 있고, 홍보 지원은 언론 보도라든지 이런 부분을 담당 하고 있습니다. 지금 서부 경남권 공공의료원 추진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 규모를 기준으로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김해시가 생각하는 규모는 300병상 이상입니다. 다만 앞으로 필요한 예산을 얼마나 제때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무엇보다 적절한 부지를 발굴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김해시 공공의료원 TF팀 관계자] “현재 인제대 백병원 부지는 매각이 된 상태라서 그 부분은 지금 어려울 것 같은데, 동아대(의료원) 대청동에 있는 그 부지는 의료원 부지로는 너무 협소해서 안 될 것 같고 지금 저희들이 내부적으로 이리저리 부지를 발굴을 하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타당성 조사 용역을 내년에 진행을 하려고 지금 예산 확보 중에 있습니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김해 공공의료원. 과연 김해시의 구상대로 공공의료원이 건립돼 ‘의료 삼류도시’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국제신문이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