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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 사투현장 근처선 떼창·춤 ‘두 얼굴의 시민의식’

CPR 중 과다 노출 구조자 촬영, 여과없이 SNS공유해 2차 가해

  • 김민훈 기자 minhun@kookje.co.kr
  •  |   입력 : 2022-10-30 20:01:10
  •  |   본지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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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약사탕’ 등 가짜뉴스도 활개
- 전문가 “가족들 트라우마 우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최악의 대규모 압사 참사 현장이 SNS를 통해 여과 없이 공유되면서 피해자의 얼굴도 노출돼 논란이 인다.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구조대원과 힘을 합쳐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등 구조에 발 벗고 나선 시민의 모습과 소방차량을 앞에 두고 클럽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하는 영상도 확산해 대조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심리적 트라우마를 막기 위해 무분별한 영상과 사진 공유를 중단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이해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가 나 시민이 경찰, 119 구조대원들과 함께 환자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각종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전해진 사고 영상과 목격자들의 증언을 보면 전날 밤 10시 이후 이태원 해밀톤 호텔 옆 폭 4m 정도의 비좁은 경사로에서 발생한 참혹한 현장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먼저 일부 시민이 구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담겼다. 사고 현장 인근으로 옮겨진 심정지 환자에게 혼신의 힘을 다해 CPR을 시행했다. 또 다른 이들도 소방관과 경찰을 도와 의식을 잃은 사람들의 팔다리를 주무르는 등 힘을 보탰다. 구조 작업에 참여한 한 대학생은 “제발 살아 달라는 심정으로 가슴을 압박했는데, 구조자가 미동이 없어서 눈물이 나오더라”고 상황을 전했다.

주변의 도움으로 생명을 구한 경험담도 잇따랐다. 20대 남성 A 씨는 “사람이 뒤엉키면서 나도 넘어질 뻔했는데, 인근 가게 점원과 이름 모를 외국인이 손을 뻗어줘서 목숨을 구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회상했다.

하지만 구조 과정의 처참한 광경이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노출돼 문제를 일으켰다.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CPR 과정에서 일부 노출이 심한 구조자의 모습이 공개됐고, 일부는 이 게시물을 공유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가하기도 했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발생한 셈이다. 이를 두고 한 누리꾼은 “왜 이런 영상을 퍼트리고 비난을 퍼붓는지 모르겠다. 유족이 보면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나. 오늘도 사람이 한층 더 싫어졌다”는 글을 올렸다.

구조 현장 주변에서 찍힌 한 영상은 공분을 사고 있다. 영상을 보면 수백 명의 시민이 소방 차량 앞에서 클럽 음악에 맞춰 위아래로 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한 시민은 “한쪽에선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거리에는 클럽 음악이 끊이지 않았다. 이 상황이 뭐가 그리 좋은지 노래를 따라 부르며 영상을 찍어 퍼트리기까지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론의 글도 올라왔다.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은 “영상이 찍힌 장소는 사고 현장과 좀 떨어진 인도였고, 사고 현장이 보이지 않는 위치였다. 사고 소식이 언론에 나오기 이전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근거 없는 의혹도 SNS상으로 퍼져나갔다. 유명 연예인을 보기 위해 인파가 한꺼번에 몰렸다거나 마약 성분이 들어있는 사탕이 돌았다는 소문이 나왔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확인된 바가 없다.

전문가들은 2차 피해를 양산하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여과 없이 사고 당시 현장 영상과 사진을 퍼뜨리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학회는 “국민 피해자 유족 등에게 심리적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면서 “모두가 시민의식을 발휘해 추가적인 유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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