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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실의 붉은 빛 진다고 두려워 말라, 새 생명 잉태를 위한 황량함이니…

사진가 김홍희의 Korea Now <5> 가을 나비

  • 김홍희 사진가
  •  |   입력 : 2022-10-27 19:17:52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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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on D4s, Nikkor24-120 F4, 1/50초, F/4, 초점거리 120㎜ 상당
뜨거운 아스팔트 위

숨을 몰아쉬던

나비 한 마리



물 마른 가지마다

붉디붉게

앉았네



가야 할 때를

두려워 않는

하늘하늘 저 나비도



흰 눈이 오기 전

길 위를 뒹구는

우리들의 영혼









온 산과 들이 익어가고 있다. 결실의 계절이다. 이제 가을걷이가 끝나면 세상은 황량해질 것이다. 돌이켜 보면 1년의 반은 결실을 위해 달리는 아우성의 계절이고 나머지 반은 내년의 싹을 틔우기 위한 침묵의 시간이다.



세상은 머잖아 붉은빛을 다 떨구고 흰 눈이 오기 전까지 을씨년스럽고 부산한 모습으로 웅크린 채 휩쓸고 다닐 것이다. 겨울은 마치 지구가 끝나는 날까지 질기게도 이어질 것 같지만 어느새 새싹을 틔우고 땅이 젖으며 만물이 소생한다.



우리는 나이 들어 황량한 벌판의 마른 가지처럼 앙상해지지만, 세대는 이어지고 투명한 샘물보다 맑은 새 생명이 우리가 지나온 자리를 채워줄 것이다. 삶을 두려워하지 않듯 가야 할 길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의 세상이다. 모두 가을과 겨울이 가르쳐준 것이다.

지금은 침묵해야 할 때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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