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와 관할 지자체 이견으로 표류하다 극적인 시동을 건 부전도서관의 개발 계획이 또다시 관계기관 간 협의 불발로 제동이 걸렸다. 부전도서관이 노후화로 무기한 휴관에 들어간 만큼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온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전도서관 전경. 국제신문 DB

부산시는 지난 24일까지였던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사업 혁신지구 사업 공모를 신청하지 않았다고 27일 밝혔다. 시는 애초 부산진구 서면(부전2동)에 있는 부전도서관과 바로 옆 놀이마루 대지를 합쳐 개발하는 안을 검토했었다. 시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놀이마루 대지 소유주인 교육청과 협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육청은 2030년까지 놀이마루에 지하 5층·지상 16층 규모의 새 청사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 청사는 1987년 부산진구 양정동에 지어졌다.

혁신지구 사업은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거점시설을 조성해 도시재생을 꾀하는 사업으로 선정 시 5년간 최대 250억 원의 국비를 지원한다. 이 사업에 공모하려면 사업 대상 대지가 1만㎡ 이상이어야 한다. 부전도서관 용지 크기가 4000㎡라 단독 응모를 할 수 없다. 놀이마루 규모는 1만4273㎡다. 혁신지구 사업 공모에 응하지 않으면서 부산은 수백 억의 국비를 지원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잃은 셈이다.

부전도서관의 개발 방향이 달라지거나 미뤄지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1963년 개관한 지역 최초 공공도서관인 부전도서관은 시설 노후화로 2011년부터 재개발 논의가 나왔다. 땅은 부산진구 소유이고 건물은 시에 귀속돼 있다 보니 양측 모두 동의하지 않으면 개발안이 무산됐다. 구는 민간투자로 복합상업시설을 건립하려 했으나 심사를 맡은 시의회가 ‘신축 건물 옥상에 부전도서관 원형을 보존하라’며 조건부로 사업을 승인했다. 구가 이를 거절하면서 장기 표류 과제로 떠올랐다. 시와 구가 대승적 합의를 한 2018년이 돼서야 공공개발로 가닥을 잡았다.

시는 지난해 공공개발 방안을 찾기 위해 시민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 등에서 상업지에 특색 없는 고층건물을 짓기보다 낮게 하되 놀이마루 대지와 합쳐 시민을 위한 문화·휴식 공간으로 활용되면 좋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시가 이를 반영해 국비 사업에 공모하고자 했으나 교육청과 이견으로 불발되면서 또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부전도서관 단독 개발안이 힘을 얻는다. 시 관계자는 “부전도서관 대지에만 한정한 개발 방안 용역을 올해 안에 발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안전진단 최하위 등급을 받아 무기한 휴관에 들어간 부전도서관의 재개관과 노후화 개선 작업에는 시일이 더 걸릴 전망이다. 행정 기관 간 이견으로 시민만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부산진구 주민 정모(37) 씨는 “시민 입장이 아니라 각 기관 입장만 생각해 사업이 길어진다는 느낌이 들어 답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