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여년 대안교육 공로 민주시민상
- 학생 개인별 배움 욕구·흥미 살려

“학교를 안 다닌다고 해서 배움의 욕구가 없는 건 아닙니다. 학교가 가르쳐주는 걸 배워야 하는 수동적인 배움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가 배우고 싶은 걸 찾도록 지원하는 곳이 대안학교입니다.”

진병찬 참빛학교 교장이 대안교육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부산 북구 화명동 참빛학교 진병찬(53)교장은 대안학교의 역할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결을 살리는 교육’을 강조했다. 결이란 곧 ‘자기다움’이다. 그는 “공교육의 배움은 정해진 내용을 어떻게 하면 잘 배울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과정에서 타인과 비교가 이뤄지고 타인보다 잘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 여겨진다”며 “누구처럼 살기를 강요받는 게 아닌 나답게 사는 게 중요하다. 학생 저마다의 삶에서 직면한 배움의 욕구와 흥미를 살리는 게 교육의 역할이다”고 말했다.

진 교장은 2000년 양산창조학교를 시작으로 대안교육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뎠다. 올해로 11년째를 맞은 참빛학교를 운영하며 공교육에서 소외된 수백 명의 아이들을 길러낸 부산 대안학교의 역사다. 이런 공으로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최근 진 교장에게 제31회 민주시민상을 수여했다. 이 상은 부마민주항쟁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민주·인권·평화·환경 등의 가치를 꾸준히 실현한 개인과 단체에 수여한다. 진 교장은 ‘부산시교육청 대안교육기관 지원 조례’ 제정 에 힘써 다양한 교육 선택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며 지역 사회 인권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참빛학교에서 국어 영어 수학은 보충 교과에 불과하다. 주 교과는 ‘삶 교과’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담임 선생님과 함께 매주 일정 시간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흥미 관심 소질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진 교장은 “우리 사회는 ‘국영수’를 잘하면 괜찮은 인간이 되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국영수가 배움의 전부라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며 “참빛학교는 이를 보충 교과로 명명해 아이들이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데 있어 도구로 쓰고자 한다. 본질은 삶이다”고 말했다.

참빛학교도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 유행 전 60여 명이던 재학생은 34명으로 줄었다. 초등학생은 5명뿐이다. 진 교장은 학령인구 감소라는 큰 배경에서 대안학교가 공교육과의 외형적 차이가 줄어든 걸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자유학기제·학점제 등 배움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대안적 모델이 공교육에서 늘고 있다.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공교육의 입시 경쟁 체제라는 토대는 여전하다. 3% 정도인 소수를 제외하고는 무기력과 열등감을 학습하는 구조에서 대안적 시도가 이뤄져도 한계가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참빛학교에는 최근 반가운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초중고 편·입학 설명회에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는 것. 최근 교육청의 다행복학교 신규 지정 중단 결정과 학업성취도 평가 부활 기조 속에 대안교육에 관심을 두는 학부모가 늘었다는 해석이다. 진 교장은 “참빛연구소를 운영하며 참빛학교가 걸어온 길을 정리하고 있다. 새로 들어올 아이들과는 앞으로 어떤 길을 함께 걸을까 싶어 설레는 마음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