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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환경 관심 많지만 배울 기회 적어…소통창구 열어야

기후위기는 아동권리 위기 <2> 배울 수 없는 ‘환경 교육’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22-10-13 20:45:59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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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역 초·중학생 614명 대상
- 지난해 생활환경 등 인식조사
- ‘기후위기 심각’ 응답 88%나 차지

- 환경이슈 교육경험 소수에 그쳐
- 선택과목 채택 학교 20곳에 불과
- 재직 중인 전공교사도 단 1명뿐
- 애써 만든 환경교과서 활용 못해

- 전문가 “아동 ‘환경 공교육’ 강화
- 당사자 제안 공유시스템 필요해”

“우리 동네는 하수구 냄새나 공장 매연에서 나는 ‘뭐라 말하기 힘든 악취’가 많이 나요. 어떻게 하면 저런 냄새를 막을 수 있을까 고민되고, 해결책을 제안하고 싶다는 마음도 생겨요. 어른들끼리 이런 문제를 얘기하는 모습을 많이 봤지만 우리는 수업 시간에도 환경 문제를 잘 가르쳐주지 않아서 뭐가 문제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잘 몰라요.”
부산 사하구의 아동참여기구 ‘사하미운오리참여단’이 지역의 환경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아동옹호센터 제공
부산 사하구 초등학생 황채원(12) 양은 미래엔 어떻게 숨을 쉬어야 할지가 걱정이다. “지구에 ‘뭐라 말하기 힘든 악취’가 풍기면 어떻게 하느냐”는 거다. 황 양이 사는 사하구 신평동에는 ‘신평장림산업단지’가 들어서 있다. 섬유·의복·염색 공장이 주를 이루는 이곳에선 오래전부터 매캐한 화학 성분 냄새가 났다. 이곳 주민의 산책로로 애용되는 낙동강에선 매년 녹조가 끼어 사람들의 코를 찌른다. 탄소 배출 규제와 같은 환경 정책이 강화되지 않으면 공장들은 계속해서 지금 수준의 악취 유발 물질을 쏟아내게 된다. 탄소는 지구를 덥게 만들고, 이 때문에 수온이 높아지면 녹조 세균(남세균)이 더욱 창궐한다.

학교 환경 동아리 활동 등으로 의식을 키워간 황 양은 동네 환경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황 양이 선택한 방법은 ‘민원’이었다. 민원 외에는 행정기관에 생각을 전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황 양은 “민원으로 잘 바뀌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환경을 말할 수 있는 창구가 있으면 좋겠다. 동아리 활동이 아니면 생각을 전할 방법도 마땅히 없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알면서도 모르겠어요”

부산의 환경 교과서 ‘부산의 환경과 미래’. 부산시교육청 제공
부산의 아동·청소년 다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스스로가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아동옹호센터가 지난해 11월 부산에 거주하는 초·중학교 학생 614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기후위기와 생활환경 인식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57.1%는 기후위기와 관련해 학교 지역사회 정부에 나의 의사를 표현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또 일상생활에서 다소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환경친화적인 행동을 우선한다는 아동 청소년(35.7%)이 생활의 편리함을 우선한다고 답한 이들(20.2%)보다 많았다. 나아가 85%는 앞으로 우리의 노력을 통해 기후위기 현상을 최소화하고 부정적 영향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문제는 기후위기에 맞서려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대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충분히 배우지 못한다는 점이다. 응답자의 66.9%는 기후위기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으며,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여기는 응답자도 88.3%에 이른다. 그런데 정작 3분의 1이 넘는 응답자(38.7%)는 기후위기와 관련한 교육 경험이 없거나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학교에서 환경생태변화(49.8%)나 시민의식(20.4%)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답했다.

이 같은 괴리에 부산아동옹호센터는 “기후위기에 관심과 심각성을 느끼는 데 비해 실제 어떤 환경 생태적 변화가 있는지, 그리고 동시대에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황 양 또한 “환경에 대해 따로 활동해 본 경험이 있는 친구들이 아니라면, 기후위기나 환경 문제가 심각하단 건 알아도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는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환경 전공 교사 부산에 1명뿐

부산에서 환경 이슈를 제대로 학습할 기회를 제공받은 초·중등학생은 소수에 그친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부산지역 171개 중학교 중 환경을 교과 학습 과정으로 채택한 학교는 20여 곳에 불과하다. 대신 일종의 동아리 활동인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해 환경을 가르치는 곳이 105곳이다. 수업 시수는 일주일에 한두 번 수준이며,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는 한두 학기가 지나면 이마저도 끝나는 게 대부분이다. 내년 3월부터 ‘환경교육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돼 기후위기와 관련한 교육 프로그램 지원이 대폭 늘겠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학습 내용은 학교장 재량에 맡겨 교과 과목으로 편성할 의무는 없다.

환경은 필수과목이 아닌 선택과목이다. 학교가 꼭 가르칠 필요는 없는 과목인 셈이다. 이런 영향으로 환경을 전담할 교사도 현저히 부족하다. 현재 부산에서 재직 중인 환경 전공 교사는 한 명이다. 필수과목이 아닌 수업을 위해 계약직 교사를 뽑는 일은 학교에 ‘불필요한 재정 부담’으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내년에 환경 교사 신규 채용이 예정됐지만, 충원될 인원은 고작 2명이다. 학생들이 환경 교육을 받고 싶더라도, 비전공자 교사에게 수업을 맡겨야만 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애써 만든 환경 교육 콘텐츠마저 알차게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해 부산의 지역적 여건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중학교용 환경 교과서 ‘부산의 환경과 미래’를 선보였다. ▷부산의 환경 ▷지속 가능 발전 도시 부산 만들기 등을 주 내용으로 삼는다. 올해엔 교과서를 원하는 학교마다 배포했고, 내년에는 모든 학교에 3부씩을 전달할 계획이다. 교사의 원활한 수업을 위한 워크북도 따로 만들었다. 여러 타지의 시교육청이 벤치마킹을 위해 문의를 해왔다.

그러나 정작 부산에선 환경을 선택 교과목으로 삼은 학교가 적다 보니, 일회성 수행평가의 주제를 고를 때 한 번씩 참조될 뿐 다른 과목의 교과처럼 꾸준히 파고들기는 쉽지 않다.

결국 환경 교육은 생태환경교육 연구시범학교나 탄소중립 시범학교 등에 다니는 학생이 아니고서야 제대로 배우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생태환경교육 연구시범학교인 부산 개림중학교 한 학생은 “환경은 모두의 보편적인 문제인데 특정 학교에서만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학생과 어른 모두가 환경을 꾸준히 배웠으면 한다”고 전했다.

■당사자 목소리 담을 창구 필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환경 공교육을 강화하고, 이에 기반해 학생 당사자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창구가 운영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대 남윤경(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기후위기의 결과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지 않다. 사회취약계층인 아동은 기후위기에 따른 자연재해에 취약한 환경에서 생활해 기후위기에 더 큰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며 “아동은 다음 세대의 환경문제를 담당할 미래 시민이기 때문에 이들이 환경 문제와 그에 따른 피해를 인식하고,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미래에서 살아갈 권리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청과 정부기관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며, 디지털 세대인 아이들의 의견 제안이 온라인으로 신속하게 공유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옹호센터는 다음 달 26일 ‘아동 환경권 보장을 위한 100인의 원탁토론회’를 연다. 이를 통해 기후위기의 최대 당사자인 아동의 의견을 수렴한 뒤 부산시 등 각 행정 기관에 이를 전달하려 한다.

※ 공동기획= 국제신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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