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가족 보살피며, 한국도 지키러 간 형은 나의 영웅"

UN공원에 잠든 용사들…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5> 캐나다군 故 제임스 크리스토프

  •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  |   입력 : 2022-10-10 19:48:21
  •  |   본지 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1930년생 형, 15남매 중 여덟째
- 어린 나이 학교 대신 일터 전전
- 1952년 친구와 함께 자원입대

- 한국전쟁 참전 후 1953년 전사
- 친구들 추모 시·편지 등 보내와
- "당시 형이 보내온 사진 속 여성
- 찾아서 전쟁 때 이야기 듣고파"

- 유엔공원 두 번 찾은 막냇동생
- "감사하는 한국인 마음 알게 돼"

“한국전쟁 참전 중 형이 가족에게 보낸 사진에 한 여성이 함께 찍혀 있는데, 이 여성을 찾고 싶어요. 사진만 봐서는 알 수 없지만, 형과 아주 가까운 사이 같은데 당시 내가 11살이라 더는 정보를 알 수 없어 답답하네요.”
한국전쟁에 참전해 전사한 캐나다군 고 제임스 크리스토프 씨가 생전에 취미로 복싱을 즐기는 모습.  존 크리스토프 씨 제공
한국전쟁에 참전해 전사한 캐나다군 고 제임스 크리스토프 씨의 막냇동생 존 크리스토프(81) 씨는 오래된 흑백 사진 한 장을 취재진에 보내왔다. 이 사진에는 한국전쟁 중 크리스토프 씨의 형과 한 여성이 다정하게 어깨동무한 모습이 담겼다. 크리스토프 씨는 이 여성이 형의 한국 이야기를 더 알고 있지 않을까 추측했다. “형이 한국에서 지냈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분일 것 같다. 언뜻 보면 여자친구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분을 찾게 되면 우리 형을 기억하는지 묻고 싶다.”

■가족이 기다린 형의 귀환

존 크리스토프(왼쪽) 씨가 아내와 함께 한국을 방문해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형의 묘지에서 찍은 기념사진.
그는 10대 때부터 일터를 전전했던 형의 모습을 뚜렷하게 기억했다. 1930년 12월 캐나다 노바스코샤의 글라스베이에서 15명의 남매 중 8번째로 태어난 형은 이른 나이에 학교를 떠나 일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14살 때 파트 타임 직업을 구했고 16살 때까지 한 니트 제조회사에서 기계를 가동하는 일을 했다. 17살에는 농장으로 일터를 옮겼고, 19살에는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와 다른 형제처럼 한 광산의 광부로 일했다. 하루는 광산에서 동료가 숨지는 모습을 목격했고, 충격을 받은 형은 더는 광산에서 일하지 못했다. 이후 다시 집을 떠나 물류 회사에서 트럭 운송 기사로 일했다고 한다. “형은 그 시절 다른 소년처럼 학교보다 일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런 가운데도 집 근처 부둣가에서 수영을 즐겼고, 일하면서도 복싱 클럽에서 복싱을 취미로 했다. 그러다가 친구와 군대에 자원 입대했다.”

1952년 1월 친구와 함께 군에 입대한 형은 같은 해 8월 캐나다를 떠나 한 달 뒤 왕립 캐나다 연대 소속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형은 가족에게 보낸 편지로 ‘여기서 잘 지내고 있다’고 안심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1953년 5월 3일 형은 전장에서 전사했다. 아버지가 가족을 불러 모았고 형의 전사 소식을 알렸다. 이후에도 집으로 두 차례 형이 전사하기 전 쓴 편지가 도착하기도 했다.

“모든 가족이 형의 귀환을 애타게 바랐다. 특히 나는 형을 3년 정도 보지 못해 형의 소식을 더 기다렸다. 형이 한국전쟁에 참전하기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형마저 전사하고 아버지 혼자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고생을 많이 했다.”

■형을 위한 추모 시와 편지

제임스 크리스토프 씨의 친구인 콜레타 플리치 페너 씨가 보낸 추모 편지.
그의 형은 친절했고, 친구가 아주 많았다. 어떻게 군인이 돼 한국전쟁에 참전했는지 등은 형의 친구인 로이 플리치 씨가 쓴 추모시에 더 자세히 나타나 있다. 플리치 씨는 친구 제임스가 전사하자 ‘The Korean War To My Old Friend - Jimmie Christoff’라는 제목의 시로 친구를 추모했다.

추모시에는 ‘그는 한국에서 목숨을 잃었다. 지뢰밭에서 혼자’ ‘우리가 어렸을 때를 거슬러 생각해보면, 지미는 항상 장난감 총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항상 군인이 되길 원했다. 그는 “정말 재밌을 거야!”라고 말했다’ ‘내가 그날 크리스토프의 부엌에 있었는데, 지미의 아버지가 그의 아들에 관한 나쁜 소식을 전했을 때, 이 소식은 우리를 슬프게 만들었다’ ‘그는 조국을 위해 그의 목숨을 포기했다. 한국에서 젊은 인생이 끝났다. 지미를 떠올릴 때면, 나의 오랜 친구를 위한 눈물이 떨어진다’ ‘그는 절대 잊혀지지 않을 거다. 그를 추모하자’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제임스 씨가 가족에게 보낸 사진 속 여성의 모습.
형이 전사한 지 60년이 지났지만 또 다른 친구 콜레타 플리치 페너 씨도 2015년 9월 가족에게 추모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에도 ‘내 마음속에 지미는 특별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나는 내 마음속에서 여전히 그를 볼 수 있다’ ‘지미는 그의 동생을 사랑했고, 그를 생각하는 모두에게 살아 있다. 그는 우리에게 사랑을 주었고 또 주고 있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형의 친구가 보낸 추모시와 편지 등에서 형이 친구에게 얼마나 친절했고, 좋은 인상을 남겼는지 알 수 있다. 형이 전쟁에서 돌아왔다면, 형은 아마 가족을 이뤄 좋은 아빠도 됐을 것이다.”

■“형은 나의 평생 영웅”

존 크리스토프(왼쪽) 씨가 어린 시절 형인 제임스 크리스토프 씨와 함께 찍은 사진.
그는 평소 형이 ‘자신의 영웅’이라고 강조했다. “형이 한국을 지키는 데 자원입대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내가 형을 얼마나 그리워하고 사랑하는지도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까지 또 마지막까지 형은 내 평생 영웅이었음을 형에게 꼭 알리고 싶다.”

한국전쟁에 관해서는 다소 복잡한 감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건 전쟁이었지만 한국을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느낀 국가들이 있어 기쁘다. 그러나 한국전쟁에서 많은 참전용사가 전사한 점은 매우 슬프기도 하다.”

한국참전용사협회 등의 지원을 받아 2008년과 2015년 두 차례 한국을 방문했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부산 남구 대연동에 있는 유엔기념공원을 찾았고 형의 묘지를 둘러봤다.

그는 “한국인은 기회가 있으면 우리 형제와 가족이 만들어낸 희생에 감사를 표현한다. 유엔기념공원 측이 보여준 배려와 존중은 많은 참전용사의 희생을 한국인이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도 보여줬다. 앞으로 또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과 재한유엔기념공원관리처 협조를 받아 취재했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서면의 빌라왕? 임대인 돌연 잠적…세입자들 발 동동
  2. 2을숙도에 ‘부산판 스미소니언 박물관’ 건립 탄력
  3. 3[근교산&그너머] <1318> 청송 해월봉~구리봉
  4. 450대 "도우미 청바지 입어 기분 나쁘다"며 노래방 주인 때려
  5. 5부산 울산 경남 밤부터 비 내려 내일 낮 그쳐...평년보다 따뜻
  6. 6튀르키예-시리아 강진 사망 동일본대지진 압도할 듯...민심 폭발
  7. 7식약처, 유아인 프로포폴 투약 수사의뢰…경찰 소환 조사 후 출금
  8. 8서울대 인문사회 등록 전 합격 이과생>문과생...통합수능 부작용?
  9. 9고려인 품은 ‘환대의 도시’ 광주, 포용이 빚어낸 기적을 만나다
  10. 10일제 수탈 표지석 두 동강 방치 “아픈 역사 흔적…보존·연구를”
  1. 1을숙도에 ‘부산판 스미소니언 박물관’ 건립 탄력
  2. 2이준석계 천하람 돌풍에 安·金 누가 득볼까
  3. 3북한 도발 대비…6년 만에 ‘전국 민방공훈련’ 부활(종합)
  4. 4양준모 부산시의원 “원도심 통학로 안전망 마련해야”
  5. 5"해운대 그린시티 난방비,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 인상 수준에 맞춰야"
  6. 6이상민 탄핵심판 검사된 김도읍에 관심 집중, 野 소추위원단 구성 검토
  7. 7부산시의회, 부울경 특별연합 규약폐지안 의결
  8. 8여 “李 방탄용 반헌법적 폭거” 야 “양심 있다면 말조심하라”
  9. 9역대 최대 선거인단 전대 변수 되나
  10. 10北 김정은 열병식 참석…ICBM, 고체 연료 미사일 등 신무기 포착
  1. 1가오슝 하늘길 ‘활짝’…에어부산, 3년 만에 운항 재개
  2. 2시판 중인 포기 배추김치 나트륨 함량, 업체마다 천차만별
  3. 3금감원發 금융지배구조 개혁, BNK사외이사 물갈이 수순?
  4. 4아이폰 유저 설렌다…애플페이 한국 출시 공식화
  5. 5해운대 그린시티 지역난방 16% 인상…주민 “요금 폭탄”
  6. 6“해외 여행객, 부산으로 오세요” 박형준 시장 서울서 관광세일즈
  7. 7벡스코 “코로나 딛고 제2의 도약”…전시 경쟁력 강화
  8. 8롯데·신세계백화점 매출 호조…일본은 줄줄이 폐업 왜?
  9. 9세 살배기 외국 아이가 땅 매입… 도 넘은 외국인 토지거래
  10. 10부산빅데이터혁신센터 본격 운영…“지역 데이터 산업 컨트롤타워 역할”
  1. 1서면의 빌라왕? 임대인 돌연 잠적…세입자들 발 동동
  2. 250대 "도우미 청바지 입어 기분 나쁘다"며 노래방 주인 때려
  3. 3부산 울산 경남 밤부터 비 내려 내일 낮 그쳐...평년보다 따뜻
  4. 4식약처, 유아인 프로포폴 투약 수사의뢰…경찰 소환 조사 후 출금
  5. 5서울대 인문사회 등록 전 합격 이과생>문과생...통합수능 부작용?
  6. 6일제 수탈 표지석 두 동강 방치 “아픈 역사 흔적…보존·연구를”
  7. 7부산 오피스텔 소유주 잠적, 전세금 떼인 피해자 확인
  8. 8총경 보복인사 논란 가열…마산 경찰 1인시위
  9. 9옛 한전CY 등 공공기여금으로 구·군 공공시설 짓는다
  10. 10"영구격리 과해" 암매장 후 지장 '엽기女' 징역 30년으로 감형
  1. 1후보만 ‘4+α’…롯데 4, 5선발 무한경쟁
  2. 2부산스포츠과학센터, 9일부터 본격 운영
  3. 3“올해 류현진 등판 땐 토론토 3승 4패”
  4. 4남미 4개국, 2030 월드컵 공동개최 추진
  5. 5아시아실내육상선수권서 우상혁 올해 첫 점프
  6. 6최악 땐 EPL 퇴출…맨시티, 독이 된 오일머니
  7. 7“쥑이네” 배영수 극찬 이끈 이민석…노진혁은 노하우 대방출
  8. 8우승 상금만 45억…첫승 사냥 김주형, 랭킹 ‘빅3’ 넘어라
  9. 9캡틴 손흥민, ‘아시아 발롱도르’ 6년 연속 수상
  10. 1043세 로즈 ‘부활의 샷’…4년 만에 PGA 우승
우리은행
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40년 음지생활 청산, 홀몸노인 도시락 배달 천사로 훨훨
영도…먼저 온 부산의 미래
밀려드는 관광·문화…주민도 만족할 ‘핫플 섬’ 만들자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