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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11> ㈜글로벌엔씨 이중하 전무

에스키모에 냉장고 팔 열정… 금융맨, IT·통신 리더 변신

  • 고영삼 동명대 교수
  •  |   입력 : 2022-09-20 19:07:22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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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에 은행원으로 사회 첫 발
- IMF 구조조정 때 실직 아픔 겪어

- 상고 졸업한 뒤 평생 주경야독
- 군대 복무 중 방송통신대 다니고
- 야간대·대학원, 새벽 영어공부도
- 60세 넘어 한국해양대 박사학위

- 부산정보단지서 금융맨 장점 발휘
- ‘센텀시티’ 명칭 탄생 기여해 뿌듯
- 드럼 10년째, 음악봉사 등 만끽


◇ 이중하의 인생Tip

- 미래를 예측하며 미리 공부하는 일이 최고의 롱런 비결
글로벌엔씨 이중하 전무가 회사 로고가 새겨진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생 이모작은 쉽지 않다. 그리고 유난히 더 어려운 직군도 있다. 군인 교사 경찰직이라고 하는데 금융기관 종사자도 그 못지않단다. 약간 의외였는데 금융인처럼 안정지향형은 인생 실전에 불리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예외는 있는 법. 이번에 찾은 이는 ㈜글로벌엔씨 이중하 전무. 67세인 그는 지금이 제일 왕성하다. 어떤 비결을 가진 것일까?


-현재 어떤 일을 하시나요?

이중하(뒷줄 오른쪽) 부사장이 1996년 동남은행 인도네시아 합작법인 사무소 개소식에서 찍은 기념사진.
▶저는 IT 시스템 및 통신 분야에 업력이 40년 정도 되는 ㈜글로벌엔씨에서 전무이사로 13년 차 재직 중입니다. 최근 부산 및 해외 항만통합 인프라 구축사업, 병원과 물류회사의 시스템 유지 보수작업 등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자율성과 도전 정신의 조직문화를 갖고 있죠.

-애초 은행원으로 인생 일모작을 출발하셨더군요.

▶상고를 졸업하고 19세에 부산은행에 입사했죠. 그 후 34세인 1989년 동남은행이 설립되면서 스카우트 되었어요. 42세에는 동남은행의 인도네시아 합작법인 PT DongNam Clemont Finance Indonesia에서 부사장을, 43세 이후에는 서울 주요 지역 지점장도 역임했습니다.



이렇게 그는 착실하게 지내던 금융인이었지만 은행 생활 25년 만에 인생 위기를 겪는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정부에서는 동남은행을 비롯한 5개 은행을 먼저 구조조정했다. 이 때문에 그는 1998년 6월 서울 성수동 지점장을 끝으로 갑자기 길바닥에 내몰렸다. 44세 때였다.



-준비 없이 인생 이모작이 시작되었군요. 어떻게 하셨어요?

이중하 전무가 음악동호회 뮤직팩토리에서 옥슨80의 ‘불놀이야’ 음악에 맞춰 드럼을 치고 있다.
▶막막했죠. 당시 서울 목동의 아파트에 살았는데 일주일이 멀다 하고 사람들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저는 살 대책도 죽을 대책도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요?

▶그러던 중 우연히 부산정보단지㈜의 구인광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아시겠지만 지금의 센텀시티와 같은 단지를 개발할 목적으로 설립된 공기업이죠. 저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면접장에 갔습니다. 그런데 면접을 영어로 진행하더군요. 저에게 완전 기회였습니다. 저는 동남은행에 있을 때 국제금융 파트에서 잔뼈를 키웠잖아요. 129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죠.

-특별한 노력 없이 성공했던 거군요.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오랜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사실 상고를 졸업한 후 은행원이 되어 날마다 초량 쪽에서 놀기만 했는데 입대 이후 고졸자 신분을 떼어내고 싶더군요. 그래서 군대 생활 중 남몰래 방송통신대를 다녔습니다. 휴가 때 출석 수업을 들으며 원격공부를 한 겁니다. 제대 후에는 은행에 복직하였지만,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 싶어 성균관대 영문학과 야간에 다니며 주경야독했습니다. 또 내친김에 경제학을 공부하고 싶어 연세대 경영대학원에 입학했죠. 30세였습니다. 별다른 노력 없었던 게 아니죠.



정말 별다른 노력 없었던 게 아니었다. 더 들어보니 그는 영자신문도 보고, AFKN 정도는 듣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40세까지 학원에 다녔다. 서울 변두리에 살았기에 새벽 5시께 집을 나와 1시간 정도 지하철 이동 중 영어 듣기를 하며 학원으로 가서 6시 반부터 시작하는 공부를 반복했다. 주변에서 에스키모에게 냉장고 팔아먹을 사람이라 했단다.



-부산정보단지㈜는 금용기관이 아닌데 잘 적응하셨나요?

▶어려움 많았죠. 가장 큰 문제는 사업 기획이었습니다. 은행에서는 사업을 기획할 일이 없으니 기획 능력이 제로(0)였어요. 기획을 잘하는 경력직 박사 출신을 별도 채용하려고 할 정도였습니다. 제가 쫓겨날 상황이었는데 가족을 건사해야 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3년 동안 기획 역량을 키웠지요. 한편 금융인 출신으로서 자부심을 얻은 일도 있었습니다. 당시 센텀시티 특별회계가 5200억 원의 지방채 및 은행 대출이 있었는데 변동금리제도를 도입하게 해 하루에만 2000만 원 정도의 이자를 절감시켰던 일, 부산시 일반회계 관리은행 갱신제도를 변경하도록 건의해 결과적으로 지역은행으로서 부산은행의 역할을 강화하고 이로써 부산지역 경제 유발효과를 키웠던 일입니다.

-‘센텀시티’라는 명칭을 직접 지었다고 하더군요.

▶어찌 보면 저의 작품이라 할 수 있지요.(웃음) 그 당시는 허허벌판이던 지금의 센텀시티에 붐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명칭이 필요했었죠. 공모를 통해 밀레온시티라는 명칭이 선정되었습니다. 그럴싸했었지만 제게는 이 명칭이 꼭 서울 동대문 쪽의 상업건물처럼 저렴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그 당시 총책인 남충희 부산시 부시장에게 특별 건의를 했죠. 1200개 정도의 이름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했었지요. 전문가 회의를 열어 5개 후보를 재선정했는데 그걸 가지고 남충희 부산시 부시장과 둘이서 ‘센텀시티(Centum-City)’라는 명칭을 탄생시키게 만들었죠.

-금융인 출신의 도시개발 공기업 10년 성공기이군요.

▶제가 큰 성공을 하지는 않았지만 걸어 온 길을 반추해 보면 늘 10년 뒤를 예측하고 준비했던 게 주효했습니다. 군대 생활 중 방통대를 다녔고, 복직 후에는 야간대학을 거쳐 대학원, 그리고 새벽 영어 공부를 했지요. 60세 넘어서도 한국해양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어요. 이 인연으로 BNK 금융그룹의 백년대계 위원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BNK캐피탈 사외이사를 역임하고 있습니다. 저의 제안으로 부산은행은 해양투자금융부를 신설해 글로벌 해양 금융시장에서 중심이 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습니다. 현재 우리 회사도 BB-였던 신용평가 등급을 올해는 BBB 제로를 마크하는 성과관리를 했습니다.

-지역 후배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도 있을까요?

▶주경야독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서울에 간다고 미래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삼국지에 그런 말이 있습니다. “현실은 난제와 같다. 부조리하고 불합리하다. 그러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난제가 널려있는 현실 속에서 정당한 몫을 다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수입니다. 위로받으려는 약한 생각을 넘어 자기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힘차게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이모작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무엇이 중요할까요?

과거에는 큰 조직, 고학력 이런 것이 능력이고 잘 사는 모델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니 미래를 위해 공부하되 현 위치에서 역할을 다하고, 또 의리를 다하기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아닐까요. 그리고 이들을 다독거리며 월급을 주고 업을 키워가는 기업인들이야말로 정말 애국자입니다. 새로운 중상주의(重商主義)의 개념을 도입할 것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칸트가 말한 ‘선한 의지’도 같은 거 아니겠습니까? 이모작도 이 결의로 출발한다면 문제없지요.



인생 이모작 이야기에는 흔히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다. 하지만 이중하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왜일까? 10년 뒤를 대비하며 생활해 왔기 때문이다. 그는 매일 반복되는 생활에 유지경성(有志竟成) 즉 성장에 대한 자기만의 독특한 뜻을 세우고 새벽부터 밤까지 시간의 씨줄과 날줄을 엮어내는 끈기를 키워왔다. 즐거운 유비무환이랄까. 올해 그는 드럼에 빠진 지 10년째다. 부산에서 가장 큰 동호회 뮤직팩토리에서 드럼 멤버로 활동한다. 매달 동생뻘의 젊은 친구들과 공연하고 음악 봉사활동도 한다. 일상이 일을 포함해 음악 등산 수영 등으로 촘촘히 엮어져 알차니 그의 가을은 그야말로 문질빈빈(文質彬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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