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7일 부산 가야지구대. 수갑을 찬 피의자가 고통을 호소해 풀어주자 팔꿈치로 경찰관을 폭행합니다.

지난달 29일에는 순찰차를 타고 가던 취객이 동승한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며 폭행합니다. 술에 취한 행인을 보호하려던 경찰이 봉변을 당한 것입니다.

매년 범인이나 피의자들의 공격을 받아 다치거나 순직하는 경찰관이 증가하고 있는데요. 국제신문이 취재했습니다.

지난 4월 7일 가야지구대에서 수갑을 착용한 피의자가 고통을 호소하여 풀어주자 팔꿈치로 경찰관의 목 부위를 가격했다. 경찰청 제공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관 공무집행방해 사건은 연평균 1만1000여 건에 달합니다. 지난해에도 9132건이 발생했는데요. 술에 취해 욕을 하는 건 기본이고 머리채를 잡는 영상도 있습니다.

주취자 : xxx아

경찰 : 머리를 왜 잡아요, 머리를….



지난달에는 10대가 교통 단속 중인 경찰을 오토바이로 치고 달아나다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자칫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입니다.

[해운대경찰서 박진철 교통안전계장] “고등학생이 타고 있었거든요. (오토바이가) 속도가 좀 있고 하다 보니까 정지를 못하고 비켜서는 찰나에 우리 직원하고 충격이 좀 있었습니다. (폭행을) 제지할 때 뿌리친다든지 격렬하게 저항하면서 주먹을 휘두른다든지 멱살을 잡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2015~2019년 순직·공상 경찰관 발생 현황. 경찰청 통계자료

경찰청의 순직·공상자 통계에 따르면 2015~2019년 공상자 8503명 중 29% 2470명이 범인에게 피습을 당했습니다. 또한 순직자 69명 중 3명이 범인 피습으로 사망했습니다. 2018년에는 경북 영양에서 흉기 난동을 제압하던 경찰이 순직했습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사냥용 엽총 격발과 오패산터널 사제총 격발로 두 명의 경찰이 사망했습니다.

약 30년간 경찰로 재직했던 영산대 이흥우 경찰행정학과 교수의 증언을 들어봤습니다.

[영산대 경찰행정학과 이흥우 교수] “동료들이 폭행당하는 거는 참 많이 봤습니다. 발로 배를 차고 주먹으로 때리고, 침도 뱉고 막 그러더라고요. 이게 비일비재합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원인이 뭐냐면 파출소에 와서 아무리 행패를 부려도 최소한 자기는 다치지 않는다, 경찰이 자신을 보호한다, 이런 걸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안 그러면 바깥에 나가서 더 난동을 부려야 되는데 밖에 나오면 조용해요...”

이 교수는 폭행 피해 경찰이 가해자를 공무집행방해로 입건하지 않으려는 내부 관습도 꼬집었습니다. 자신이 보호해야 할 시민에게 맞았다는 모멸감과 함께 합의금까지 받으면 더 비참하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영산대 경찰행정학과 이흥우 교수] “하나의 관습처럼 정착이 돼버렸어요.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려고 하죠. 10건 중에 1건도 채 입건하지는 않아요. 일반인들이 폭행당하면 합의금을 받는 것처럼 국가적 차원에서 물질적 보상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들고요. 심리치료라든지 이런 것도 병행해서 이뤄졌으면….”

야간 근무 중인 지구대 경찰관의 뒷 모습. 오찬영PD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경찰관들은 어디로 가야할까요. 경찰청은 2014년부터 전국에 ‘마음동행센터’ 18곳을 운영 중입니다. 경찰의 직무 스트레스를 전문적으로 치유하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부산경찰청 경무기획과 김상규 경위] “마음동행센터를 통해서 검사, 상담, 치료 지원을 하고 있고 이용자분들을 대상으로 힐링캠프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하고 있거든요. 올해 기준으로 만족률이 96.2%정도 나오고 있고, 총 상담 인원이 286분인데 상담 횟수가 1147건이니까 한분이 4~5회 정도씩 상담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쉬운 대목도 있습니다. 현재 마음동행센터의 전문 상담사는 2명 뿐. 전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부산경찰청 경무기획과 김상규 경위] “(올해) 8월까지 (상담횟수가) 1147건 이기 때문에 한 달에 140건 정도 2명이 상담하신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경찰청에서도 계속 상담사 인원을 늘리려고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예산 부분이 문제가 되다 보니까...”

그동안 우리 사회는 경찰의 ‘과잉진압’이나 인권침해는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매 맞는 경찰’에 대해선 별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요. 공권력이 무너지면 우리의 안전도 무너집니다. 국제신문이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