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을 둘러싼 부산 택시업체와 기사 간의 1·2심 소송의 결과가 이달부터 차례로 나온다. 사업자들은 선고 결과에 따라 업계 도산의 뇌관이 터질지 모른다며 우려하지만, 이미 여러 판례로 굳어진 법원의 판단을 뒤집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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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역 택시업체 사업주들이 부산법원종합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제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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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지역 법원에서 1·2심이 진행 중인 임금 사건 중 선고일이 확정됐거나 임박한 재판은 모두 28건이다. 이 사건은 ‘회사가 최저임금법을 어겨 임금을 체불당했다’며 기사가 제기한 소송이다. 오는 22일 부산지법 민사2부가 연제구 ‘H교통’ 임금 사건의 판단을 내리는 것을 시작으로 오는 11월까지 줄줄이 선고가 예정돼 있다. 소송을 제기한 기사는 총 521명(27개 업체)이다.
기사들은 회사가 최저임금법을 무시한 채 위법하게 소정근로시간을 줄였다고 주장한다. 부산 법인택시 노사는 2005년 임금협상 때 소정근로시간을 6시간 40분으로 정했다. 이후 2008년 초과운송수입(수입에서 사납금을 뺀 금액)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서 제외하는 최저임금 특례조항이 생겼다. 기본급만으로 최저임금을 맞출 수 없게 된 회사들은 노사 협의로 소정근로시간을 줄여 기본급을 낮췄다. 현재는 5시간40분까지 줄었다.
기사들의 주장은 2019년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에 기대고 있다. 대법원은 최저임금 특례조항이 생길 때 정해진 소정근로시간보다 노동 시간을 단축하는 건 탈법이라고 봤다. 노사 합의가 있더라도 근무 형태나 운행 시간 변경 없이 근무 시간만 줄여선 안 된다는 판단이다.
사업주들은 대법원 판결이 업계를 도산 위기로 몰았다고 주장한다. 판례가 만들어진 후 부산을 포함한 각 지역에서 임금 소송이 동시에 제기돼 부산에서의 1심 재판은 택시 기사가 대부분 승소했다. 사업주들은 ‘업계 현실을 반영한 판결을 해 달라’며 지난 7월 11일부터 법원종합청사 앞에서 릴레이 시위를 벌여왔다. 경남과 서울 등에서도 똑같은 시위가 일어나 전국이 부산 재판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시위가 시작되면서 애초 선고가 잡혔던 사건들도 ‘전략적 이유’로 기일을 뒤로 미뤘다. 장성호 조합장은 “대법원이 2019년 판단한 업체는 경기도 회사로, 취업 규칙을 바꾸는 방식으로 단기간에 근로 시간을 줄여 문제가 됐다. 그러나 부산은 노사 협의로 10년에 걸쳐 1시간을 단축했다”며 “지역마다 사안과 사실관계가 다르다. 저 판례로 사안을 같이 판단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같은 취지의 판례가 쌓인 상황에서 기존 판단을 깨는 새 주문이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관측도 나온다. 노성진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여러 하급심 법원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 회사 측의 사정을 이유로 그 근본이 흔들리는 새 판결이 나오리라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