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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래 뜸해진 김에 차례 없애자” 명절 脫격식 가속

코로나 3년…확 달라진 풍속, 대신 가족여행 문화 등 확산

성균관도 “상차림 간소화를”…“전통소멸 아쉬움” 목소리도

  • 김현주 kimhju@kookje.co.kr, 최혁규 기자
  •  |   입력 : 2022-09-08 20:04:30
  •  |   본지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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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과 모여 제사를 지내고 밥을 같이 먹는 대신 가족끼리 간단하게 여행을 가기로 했어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얼굴-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연휴를 앞둔 8일 부산역을 찾은 귀성객이 가족을 만나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명절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족이 늘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코로나19가 3년째 접어들면서 명절 풍속도가 조상을 기리기 위해 격식을 차리기보다 편하게 즐기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격식보다는 마음이 먼저다. 가족끼리 친척 집을 방문하는 대신 가족끼리 여행을 가거나 제사를 간소화하려는 분위기가 일상 속에 자리잡고 있다.

직장인 송모(29) 씨 집안은 올 추석에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 송 씨는 “아버지가 장남이어서 명절이면 친척이 우리 집에 모였는데 코로나19 이후 거리두기로 친척 간 왕래가 뜸해졌다. 부모님이 제사를 준비해야 해 차라리 이번 기회에 명절 제사 생략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차례를 지내더라도 상차림을 간소화하는 곳도 늘었다. 주모(41) 씨는 “제사 음식은 준비하는 과정도 고되고 제사 후에 바로 먹지 않으면 처리도 곤란하다. 물가가 급등해 예년의 절반 정도로 음식을 할 예정”이라며 “이마저도 직접하지 않고 시장에서 장만한 음식을 구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여·42) 씨도 “명절 제사는 평소 제사보다 반찬 가짓수를 더 많이 올려 준비하기가 그동안 힘들었다. 그때마다 명절 증후군을 앓을 정도였다”며 “제사는 조상을 모시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므로 올해부터는 차례상을 간소화하자고 가족끼리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유교 전통문화를 보존해온 성균관은 추석을 앞두고 차례상 간소화 방안을 내놨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발표한 ‘차례상 표준안’을 보면 간소화한 추석 차례상의 기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적·炙) 김치 과일 술 등 여섯 가지다. 여기에 조금 더 올린다면 육류 생선 떡을 놓을 수 있도록 안내했다. 이마저도 가족이 서로 합의해 결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성균관 측은 “예의 근본정신을 다룬 유학 경전 ‘예기(禮記)’의 ‘악기(樂記)’를 보면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대례필간·大禮必簡)고 한다.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제사를 생략하고 가족 간 여행을 하는 움직임도 눈에 띄게 늘었다. 부산에 사는 A(67) 씨는 이번 추석 연휴를 집이 아닌 인근 펜션에서 보내기로 했다. A 씨 부부와 아들 내외, 손자 모두 펜션에 모여 1박2일간 연휴를 즐긴 뒤 각자 집에서 쉬기로 했다. A 씨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 여파로 가족이 집에서 모이지 않았기에 갑자기 차례를 지내라고 하면 피곤할 것 같다. 차라리 펜션에서 편하게 쉬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통문화가 사라지는 분위기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동래향교 김남규 교육원장은 “불편함이 있는 건 이해하지만 자칫 옛 선조가 지켜온 소중한 전통문화가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따로 떨어져 사는 친척들이 제사를 이유로 명절 때라도 서로 얼굴을 볼 수 있는데 이런 따뜻함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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