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17m 파도 덮친 상가 쑥대밭…해안로는 모래·쓰레기 범벅

부산 해안 피해현장 가보니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월파 마린시티 점포 박살나 처참
- 민락회타운 정전으로 어류 폐사
- 수변공원 펜스 엿가락처럼 휘어
- 테트라포드 조각 인도 나오기도
- 송도 모텔촌은 허리까지 물 잠겨

“우리가 대비를 가장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다 박살 나서 너무 참담하다. 문을 연 지 두 달밖에 안 됐는데….”
6일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한 상가가 아수라장이 됐다. 전민철 여주연 기자·연합뉴스
6일 오전 8시30분께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에서 만난 상인 정상목(37) 씨는 울상을 지었다. 정 씨는 지난 5일 태풍에 대비했던 사진을 취재진에게 보여줬다. 통유리로 된 문과 벽에 합판을 붙이고, 쇠기둥으로 고정했다. 앞에는 모래주머니를 사용해 차벽을 만든 모습이었다.

그러나 제11호 태풍 힌남노는 정 씨의 대비를 비웃듯 가게 전체를 박살냈다. 테이블과 깨진 유리 조각이 가게 내부에 나뒹굴었고, 홀과 주방 사이에 설치된 벽까지 부서졌다. 정 씨는 “언론에서 이곳이 가장 위험하다고 해 만반의 준비를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됐다”며 허탈해했다. 이 밖에 정 씨의 가게 인근 서너 곳의 가게도 내부까지 파도가 들이닥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태풍이 지나간 마린시티는 말 그대로 폭격을 맞은 듯했다. 차가 지나다녀야 할 도로 위에는 물이 고여 있었고, 차량도 드문드문 보여 을씨년스러웠다. 취재진이 해안도로로 들어서려 하자 경찰은 “아직 바람이 거세다. 낙하물이 떨어질 수 있다”며 통제했다. 실제 태풍이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람이 아직 거셌다. 힌남노의 여파인지 빌딩풍인지 모를 바람 영향으로 성인 남성이 걸어가기 힘들 정도였다.

마린시티 주민은 과거 태풍 때보다 피해가 덜해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오모(50대) 씨는 “앞선 다른 태풍 때에 비해 덜하지만 해안도로 상인이 걱정이다. 태풍 때마다 피해가 반복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광안리해수욕장 해안도로는 폭풍해일이 밀고온 모래로 뒤덮혔다.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인근도 태풍의 직격타를 맞았다. 이날 오전 8시30분께 광안리해수욕장 해변도로는 바다에서 밀려온 모래와 쓰레기가 점령했다. 강풍에 휘말려 죽은 것으로 보이는 조류 사체도 가끔 눈에 띄었다. 인근 오피스텔과 상가의 저층부 창문은 깨져 나뒹굴었다. 한 오피스텔의 관리인은 “새벽에 파도가 계속 넘어와 도로가 부서지고 유리창도 많이 깨졌다”며 연신 도로 위를 쓸었다.

수영구 민락수변공원과 민락회타운 인근 상점도 밤새 불어닥친 비바람과 월파에 큰 피해를 봤다. 파도의 힘을 이기지 못한 테트라포드 일부가 인도까지 튀어나오기도 했고, 공원에 세워져 있던 울타리는 힘없이 구겨졌다. 민락회타운은 새벽 정전으로 수족관 냉각기가 고장 나 물고기가 대량 폐사했다.

수산업체를 운영하는 A 씨는 “고수온 탓에 물고기들이 죽었다. 약 80㎏ 폐사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주모(60) 씨는 “2시간30분 가까이 정전됐다. 정확한 피해는 나중에야 가늠되겠지만 물고기 대부분이 죽어버렸다”며 발을 굴렀다. 이날 한국전력공사 부산울산본부에 따르면 오후 2시 기준 부산 전역에서 1만1500여 가구가 정전됐다가 93% 복구됐다.
민락수변공원 울타리가 거센 파도에 무너지고(왼쪽), 송도해수욕장 해변도로 상가와 도로가 지진이 난 듯 파손돼 있다.
서구 송도해수욕장 일대도 쑥대밭이 됐다. 이날 오전 11시께 송도해변로에는 해양레포츠에 사용하는 부표를 비롯해 물에 젖은 집기류와 모래 등이 뒤섞여 있었다. 차량은 물론 보행자도 다니기 힘들 정도였다. 피해는 송도해수욕장 동쪽 해안과 한진매립지 일대에 집중됐다. 매립지에 건립된 아파트 1층 상가의 통유리는 깨져 있었다. 아파트 앞에 설치된 교통 구조물도 엿가락처럼 휘었다.

침수 피해는 아파트 뒤편에 집중됐다. 모텔촌이 들어선 송도해변로는 바닷물에 잠겼다. 물이 성인 남성의 허리까지 찼다. 이날 한 모텔 투숙객은 차를 옮기려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차 안에서 고립돼 119구조대에 구조됐다. 권원남 아비숑모텔 사장은 “태풍 때는 항상 침수 피해가 발생, 어제 투숙객을 아예 안 받았다. 새벽 4시쯤 갑자기 물이 가슴 높이까지 올라오다 보니 1층 카운터와 주차장이 모두 물에 잠겼다. 예전보다 올해 침수가 더 많이 됐다”고 말했다.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의 일부 해안도로에도 바닷물과 모래 등이 들이닥치면서 덱이 부서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기장군 앞바다에서는 강도다리 양식장에서 폐사가 발생해 기장군이 복구와 함께 집계에 나섰다.

부산기상청은 만조 시간대 해수면이 높아진 상태에서 태풍으로 인한 강풍이 불어 해안을 중심으로 피해가 집중된 것이라 분석했다. 부산의 만조시간은 이날 오전 4시31분이었다. 오전 6시20분 가덕도에는 최대순간풍속이 35.4㎧였다. 오전 6시 기준 오륙도에서 측정된 유의파고(1시간 내 높은 파고 순으로 3분의 1까지를 합산해 평균한 값)와 최대파고는 각각 10.8m와 17.2m로 나타났다. 기장에서도 각각 11.9m 16.3m로 집계됐다.

부산대 신현석(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만조 시간대와 태풍의 내습 시간이 겹치면서 해안에 피해가 집중됐다”며 “해안가 저지대는 월파와 이 바닷물이 빠지지 않는 침수 피해 등이 예측됐다”고 말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2. 2“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3. 3부산 동래·금정구 하늘에 뜬 ‘쌍무지개’…희망과 행운의 메시지
  4. 4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5. 5[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6. 6[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7. 7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8. 8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9. 9“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10. 10"친구가 총기 들고 탈영"…허위 신고한 20대 벌금 500만 원
  1. 1[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2. 2'좌아하게'? 다시 논란 부른 이 대통령 SNS 정치
  3. 3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4. 4[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5. 5與 “조희대, 국감 출석 불응 의사…불출석은 국회법 위반”
  6. 6'광대극' 조소 이어 미사일로 응답한 北. 좁아진 청와대 입지
  7. 7李대통령, 금융기관 개인정보 유출에 “철저 조사 지시”
  8. 8영화 '암살자(들)' 논란 속 장동혁, 고(故) 육영수 생가 방문
  9. 9국힘, 싱가포르영화제 ‘암살자(들)’ 상영 철회 서한…與 “영틀막”
  10. 10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1. 1“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2. 2[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3. 3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4. 4"산업용 차등요금제, 기업의 지역이전 효과 극히 불투명"
  5. 5"차명계좌 적발, 작년 이후 총 3471건…NH농협 가장 많아"
  6. 6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둘러싼 한·미 불협화음 언제까지 이어지나
  7. 7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 급증… 재정 부담 가중될 듯
  8. 8카카오 월4900원 멤버십 출시…네이버 쿠팡과 3파전
  9. 9이억원 “AI 해킹 가능성…금융권 최고수준 경각심 가져야”
  10. 10미래대응기금, 국감 쟁점 부상…국회 "재원 지속가능 의문"
  1. 1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2. 2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3. 3부산 동래·금정구 하늘에 뜬 ‘쌍무지개’…희망과 행운의 메시지
  4. 4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5. 5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6. 6"친구가 총기 들고 탈영"…허위 신고한 20대 벌금 500만 원
  7. 7[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8. 8AI 성착취물 텔레그램방 ‘그놈’…잡고 보니 경찰관
  9. 9“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10. 10울산바위 배경으로 사진 찍다 추락한 70대 등산객 숨져
  1. 1“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2. 2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3. 3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4. 4‘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5. 5[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6. 6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7. 7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8. 8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9. 9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10. 10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우리은행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누이센터·대봉산 휴양밸리 등 준비해 온 사업, 완성할 차례”
준비 안 된 '경찰시대'
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