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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m 파도 덮친 상가 쑥대밭…해안로는 모래·쓰레기 범벅

부산 해안 피해현장 가보니

  • 김진룡 jryongk@kookje.co.kr, 김민훈 최혁규 정지윤 기자
  •  |   입력 : 2022-09-06 19:51:18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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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파 마린시티 점포 박살나 처참
- 민락회타운 정전으로 어류 폐사
- 수변공원 펜스 엿가락처럼 휘어
- 테트라포드 조각 인도 나오기도
- 송도 모텔촌은 허리까지 물 잠겨

“우리가 대비를 가장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다 박살 나서 너무 참담하다. 문을 연 지 두 달밖에 안 됐는데….”
6일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한 상가가 아수라장이 됐다. 전민철 여주연 기자·연합뉴스
6일 오전 8시30분께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에서 만난 상인 정상목(37) 씨는 울상을 지었다. 정 씨는 지난 5일 태풍에 대비했던 사진을 취재진에게 보여줬다. 통유리로 된 문과 벽에 합판을 붙이고, 쇠기둥으로 고정했다. 앞에는 모래주머니를 사용해 차벽을 만든 모습이었다.

그러나 제11호 태풍 힌남노는 정 씨의 대비를 비웃듯 가게 전체를 박살냈다. 테이블과 깨진 유리 조각이 가게 내부에 나뒹굴었고, 홀과 주방 사이에 설치된 벽까지 부서졌다. 정 씨는 “언론에서 이곳이 가장 위험하다고 해 만반의 준비를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됐다”며 허탈해했다. 이 밖에 정 씨의 가게 인근 서너 곳의 가게도 내부까지 파도가 들이닥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태풍이 지나간 마린시티는 말 그대로 폭격을 맞은 듯했다. 차가 지나다녀야 할 도로 위에는 물이 고여 있었고, 차량도 드문드문 보여 을씨년스러웠다. 취재진이 해안도로로 들어서려 하자 경찰은 “아직 바람이 거세다. 낙하물이 떨어질 수 있다”며 통제했다. 실제 태풍이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람이 아직 거셌다. 힌남노의 여파인지 빌딩풍인지 모를 바람 영향으로 성인 남성이 걸어가기 힘들 정도였다.

마린시티 주민은 과거 태풍 때보다 피해가 덜해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오모(50대) 씨는 “앞선 다른 태풍 때에 비해 덜하지만 해안도로 상인이 걱정이다. 태풍 때마다 피해가 반복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광안리해수욕장 해안도로는 폭풍해일이 밀고온 모래로 뒤덮혔다.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인근도 태풍의 직격타를 맞았다. 이날 오전 8시30분께 광안리해수욕장 해변도로는 바다에서 밀려온 모래와 쓰레기가 점령했다. 강풍에 휘말려 죽은 것으로 보이는 조류 사체도 가끔 눈에 띄었다. 인근 오피스텔과 상가의 저층부 창문은 깨져 나뒹굴었다. 한 오피스텔의 관리인은 “새벽에 파도가 계속 넘어와 도로가 부서지고 유리창도 많이 깨졌다”며 연신 도로 위를 쓸었다.

수영구 민락수변공원과 민락회타운 인근 상점도 밤새 불어닥친 비바람과 월파에 큰 피해를 봤다. 파도의 힘을 이기지 못한 테트라포드 일부가 인도까지 튀어나오기도 했고, 공원에 세워져 있던 울타리는 힘없이 구겨졌다. 민락회타운은 새벽 정전으로 수족관 냉각기가 고장 나 물고기가 대량 폐사했다.

수산업체를 운영하는 A 씨는 “고수온 탓에 물고기들이 죽었다. 약 80㎏ 폐사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주모(60) 씨는 “2시간30분 가까이 정전됐다. 정확한 피해는 나중에야 가늠되겠지만 물고기 대부분이 죽어버렸다”며 발을 굴렀다. 이날 한국전력공사 부산울산본부에 따르면 오후 2시 기준 부산 전역에서 1만1500여 가구가 정전됐다가 93% 복구됐다.
민락수변공원 울타리가 거센 파도에 무너지고(왼쪽), 송도해수욕장 해변도로 상가와 도로가 지진이 난 듯 파손돼 있다.
서구 송도해수욕장 일대도 쑥대밭이 됐다. 이날 오전 11시께 송도해변로에는 해양레포츠에 사용하는 부표를 비롯해 물에 젖은 집기류와 모래 등이 뒤섞여 있었다. 차량은 물론 보행자도 다니기 힘들 정도였다. 피해는 송도해수욕장 동쪽 해안과 한진매립지 일대에 집중됐다. 매립지에 건립된 아파트 1층 상가의 통유리는 깨져 있었다. 아파트 앞에 설치된 교통 구조물도 엿가락처럼 휘었다.

침수 피해는 아파트 뒤편에 집중됐다. 모텔촌이 들어선 송도해변로는 바닷물에 잠겼다. 물이 성인 남성의 허리까지 찼다. 이날 한 모텔 투숙객은 차를 옮기려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차 안에서 고립돼 119구조대에 구조됐다. 권원남 아비숑모텔 사장은 “태풍 때는 항상 침수 피해가 발생, 어제 투숙객을 아예 안 받았다. 새벽 4시쯤 갑자기 물이 가슴 높이까지 올라오다 보니 1층 카운터와 주차장이 모두 물에 잠겼다. 예전보다 올해 침수가 더 많이 됐다”고 말했다.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의 일부 해안도로에도 바닷물과 모래 등이 들이닥치면서 덱이 부서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기장군 앞바다에서는 강도다리 양식장에서 폐사가 발생해 기장군이 복구와 함께 집계에 나섰다.

부산기상청은 만조 시간대 해수면이 높아진 상태에서 태풍으로 인한 강풍이 불어 해안을 중심으로 피해가 집중된 것이라 분석했다. 부산의 만조시간은 이날 오전 4시31분이었다. 오전 6시20분 가덕도에는 최대순간풍속이 35.4㎧였다. 오전 6시 기준 오륙도에서 측정된 유의파고(1시간 내 높은 파고 순으로 3분의 1까지를 합산해 평균한 값)와 최대파고는 각각 10.8m와 17.2m로 나타났다. 기장에서도 각각 11.9m 16.3m로 집계됐다.

부산대 신현석(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만조 시간대와 태풍의 내습 시간이 겹치면서 해안에 피해가 집중됐다”며 “해안가 저지대는 월파와 이 바닷물이 빠지지 않는 침수 피해 등이 예측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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