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주거시설이 들어선 부산의 해안 매립지가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제11호 태풍 ‘힌남노’를 맞이한다. 태풍이 올 때마다 피해가 발생하는 상습 침수 구역인데도 추가 방재 시설이 완공되기까지 4년 정도 걸릴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매립지 개발로 막대한 이익을 얻은 민간사업자가 재난방지 기반시설을 마련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기상청은 오는 6일 태풍 ‘힌남노’가 경남남해안 일대에 상륙해 해안가 주변으로 월파 등 침수 피해가 우려된다고 3일 밝혔다. 특히 만조시간인 6일 자정시간 대와 상륙 시점이 겹치면 해안가에는 해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산에서 태풍 피해가 가장 우려되는 곳은 서구 한진매립지(이진베이시티)와 해운대구 수영만매립지(마린시티)다. 상대적으로 지대가 낮은 데다 테트라포드로 이뤄진 이안 시설은 낮고 좁아 높은 파도를 막기 어렵다.
두 매립지는 규모가 큰 태풍이 오면 어김없이 바닷물이 넘치는 등 침수 피해를 봤다. 부산시 도시침수 재해정보지도를 보면 두 곳 모두 상습 침수 구역으로 표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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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해운대구 마린시티 일대. 여주연 기자 yeo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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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부산시는 매립지 주민 보호를 위해 세금을 들여 추가 방재 시설 공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두 매립지 모두 검토 단계라 4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마린시티는 2017년 사업이 시작됐으나 방파제가 나은지 차수벽이 나은지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다행히 최근 부산시와 해운대구, 지역주민이 해상에 이안제를 설치하는 방향으로 뜻을 모아 행정안전부로 넘겼다.
부산시 관계자는 “행안부 승인 절차와 실시설계, 공사 등의 과정을 거치려면 4년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한진매립지도 비슷한 상황이다. 행안부 타당성 검토와 투자 심사를 통과한 뒤 3년 정도 공사가 진행된다. 예산은 604억 원으로 이진베이시티 앞 해상에 500여 m 호안방재를 설치한다.
문제는 두 매립지에 사는 주민은 방재 시설이 완성되기까지 4년간 태풍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점이다. 한진매립지(4000여 명)와 수영만매립지(6000여 명)에는 총 1만여 명의 주민이 거주한다. 구는 ▷월파 피해 우려 지역 사전 대비 긴급재난문자 발송 ▷위험징후 발생 시 대피 명령 ▷빌딩풍 대비 현장 순찰 강화 ▷침수 우려 도로 차량 통제 등을 대처 방안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밀려드는 파도를 막을 방법은 없다.
전문가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주철 부산대 (도시공학과)교수는 “초고층 거주시설이 건립된 두 해안 매립지는 안전상 허가를 내주면 안 되는 공간이었다”면서 “꼭 개발해야 한다면 지역주민을 위한 방재 시설을 포함한 기반 시설을 사업자가 마련하는 미국의 ‘성장관리정책’을 도입해 혈세 낭비라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