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곧 있으면 민족 대명절인 추석인데요. 귀성객들은 한바탕 KTX 예매전쟁을 치러야 했습니다. 열차는 언제 타도 깔끔한데요. 모두 청소노동자들의 땀 덕분입니다. 라노가 최근 부산역에 갔더니 커다란 현수막 하나가 걸려 있습니다. ‘KTX청소노동자 15명이 탈의실에서 잔다. 코레일은 수면시설 보장하라!’는 내용이었어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라노가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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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간근무를 마친 KTX 객차 청소노동자들이 오전 근무 들어가기 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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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객차 남성 청소노동자 A 씨는 야간 근무(오후 9시~다음날 오전 9시)가 있는 날이면 오후 7시 40분께 집을 나서 밤 9시까지 출근합니다. 밤 11시 열차가 부산진구 가야정비단에 도착하면 숨 돌릴 틈 없이 청소를 하는데요. 야간근무는 한 주에 총 2번(주·야·야·비·휴). 1조당 12명씩 총 2개 조가 야간근무에 투입돼 총 18호차의 KTX를 쓸고 닦습니다. 방역·분뇨처리 업무는 2명이 18호차 전체를 도맡아 처리합니다. 그렇게 한창 땀을 흘리고 나서 아침 근무에 들어가기 전인 오전 5~7시 잠깐 눈을 붙입니다.
A 씨는 “휴게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아니기에 휴게실이라 할 수 없다”고 합니다. 3면이 사물함으로 둘러쌓인 10평 남짓한 공간은 성인 남성 15명이 숙면을 취하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한번 누우면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세 그대로 자야 한다고. “겨울엔 기름보일러 차단기가 고장 나 덜덜 떨면서 잠든 적도 있습니다”
여성 객차 청소노동자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전국철도노동조합 부산본부가 휴게실 환경개선을 코레일에 요구한 덕분에 올해 여성 전용 휴게실이 따로 생겼거든요. 여성노동자들이 사용하던 휴게실에 누수가 발생해 우선 여성 전용 휴게실부터 만든 겁니다. 남성 휴게실 개선 논의는 아직 진척이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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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X 바닥을 닦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객차 청소노동자들의 대기실 겸 휴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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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은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온전히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지난 18일부터 휴게시설 설치를 의무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됐거든요. 휴게시설의 최소 면적은 6㎡(약 2평)에 높이는 2.1m 이상. 온도도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를 어기면 50인 이상 사업장은 최대 4500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합니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1년 유예기간을 뒀고, 20인 미만 사업장은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사각지대는 여전합니다. 몇 명이 사용하든 ‘최소 면적을 6㎡’로 규정한 탓에 가야정비단 휴게실처럼 동시 사용 인원이 많은 경우 개정안의 취지는 얼마든지 무색해질 수 있습니다.
현재 A 씨가 소속된 회사는 코레일의 자회사 ‘코레일테크’. 라노는 휴게실 확충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끝내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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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역에 전국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에서 설치한 ‘KTX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시설 환경개선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
올해로 객차 청소를 업으로 삼은지 5년 차에 접어든 A 씨는 달리 취직할 곳만 있다면 당장에라도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토로합니다. “운동선수 출신이라 체력은 자신 있다고 하던 젊은 사람도 ‘뭐 이런 곳이 다 있나’며 세 달 만에 그만뒀어요. 나야 자식 교육한다고 어쩔 수 없이 계속하지만 정말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요.”
객차 청소노동자들은 몸이 성할 날이 없다는데요. 현재 A 씨는 객차 바닥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데요. 객차 사이를 오가며 쪼그려 앉는 동작을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탓에 올해 무릎 연골을 꿰매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가야정비단에서 객차 청소노동을 하는 B 씨는 “청소를 하다 문틈에 손이 끼어 급하게 병원을 다녀왔는데 사측에서 ‘산재로 인정되지 않아 병원비를 줄 수 없다’고 했다”고 전합니다. B 씨의 동료는 청소를 하던 도중 약품이 눈에 튀어 병원비 10만 원이 나왔지만 일부 금액조차 지원받지 못했다고 하네요.
물가는 대책 없이 오르는데 좀처럼 오르지 않는 임금 역시 A 씨를 한숨 쉬게 만듭니다. 4년 7개월째 객차 청소 일을 하고 있는 A 씨가 현재 받는 월급은 250만 원가량. 단계급 구조로 2년마다 월급이 오르지만 그마저도 상승 폭이 미미해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그리 큰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가야정비단에서 일하고 있는 현재는 부산역에서 일할 때보다 주당 야간근무 일수가 하루 늘어나 30만 원 정도 더 받는다고.
A 씨는 라노에게 “조금 더 넓은 휴식공간을 원할 뿐이다. 현재로선 사측이 인간적인 대우를 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노동자가 편히 쉴 수 있는 공간 마련은 이제 의무가 됐는데요.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있나?’ 스스로 되묻지 않아도 되는 사회에 한 발 더 가까워지길 라노는 바랍니다.